[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라이나생명이 16년 동안 함께 일한 한국코퍼레이션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법적 다툼에 휘말렸다.

한국코퍼레이션은 라이나생명의 행동을 전형적인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지적한다. 라이나생명은 한국코퍼레이션이 계속 말을 바꾼다며 비판한다. 양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라이나생명은 미국 소재 ‘시그나 그룹’의 보험 판매 대한민국 지사로 주로 텔레마케팅을 통해 영업을 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한국코퍼레이션과 콜센터 위탁업무 계약을 맺었으며 이는 16년 간 진행돼 왔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지난 1991년 국내 최초 콜센터 업무를 시작한 회사로 3800여명의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일반기업 등 110여개의 콜센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라이나생명 콜센터 업무에는 600여명의 직원들이 몸담고 있다.

▲ 국민청원 게시글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법적 소송 진행까지

28일 라이나생명과 한국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로 시작됐다.

‘600명 직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국계보험회사의 비윤리적 경영에 철퇴를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글에는 라이나생명이 16년 간 함께 일한 한국코퍼레이션에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글을 올린 이는 미취학 아동 둘을 둔 가장으로 한국코퍼레이션의 직원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라이나생명의 갑질에 대해 공개한 이 직원의 국민청원 글이 100%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라이나생명은 한국코퍼레이션의 주장이 허위라며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로 검찰 고소를 비롯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코퍼레이션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로 제소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 내용=한국코퍼레이션, 라이나생명

콜센터 상담원 일자리 상실 논란

한국코퍼레이션이 주장하는 라이나생명의 첫 번째 갑질에는 콜센터 상담원의 일자리 상실이다. 라이나생명이 콜센터 업무 위탁 계약을 약속과 다르게 종료해 600명 내외의 상담원이 직장을 잃게 됐다는 주장이다.

라이나생명은 콜센터 업계에서는 위탁 업체가 변경되면 기존 업체 소속의 상담원을 신규 업체로 고용승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고 주장한다. 특성상 상담 업무의 연속성·고용 안정을 주 목적으로 한다.

이에 상담원들이 직장을 잃게 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3년 전 라이나생명의 콜센터 운영권을 따낸 한국코퍼레이션도 기존 업체였던 H사로부터 상담원의 고용승계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라이나생명은 상담원 전원에게 본인이 원하면 신규 선정 업체로 모두 고용이 승계되도록 업체와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오히려 한국코퍼레이션에서 이를 거절했다는 게 라이나생명의 주장이다.

한국코퍼레이션 역시 해명에 나섰다. 라이나생명이 재계약을 한다며 한국코퍼레이션에 시설투자와 영업기밀 제공, 솔루션 소유권 이전 등을 요구해 이미 전달했는데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지를 하는 것은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같다는 것이다.

10년 장기 계약 약속에 대한 진실은?

한국코퍼레이션은 라이나생명의 ‘10년 장기 계약 약속’을 믿고 시설투자를 했으나 배신을 당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지난 2016년 라이나생명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건물 임대부터 인력, 기술 제공 등 전반적인 운영을 맡는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이때 라이나생명이 “최소 10년간 추가 계약을 맺겠다”며 시설에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한국코퍼레이션의 주장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라이나생명은 올해 8월 초 약속과 달리 오는 10월까지인 계약을 만료했으며 KT와 신규 계약을 맺는다고 통보했다.

라이나생명은 한국코퍼레이션에 10년의 장기 계약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화재와 상관없이 이미 화재 발생 이전부터 콜센터 사무실 이전을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한국코퍼레이션의 당시 최고경영자가 “임대차 계약을 3년으로 한 이유는 신축 건물로서 3년 계약 시 12개월의 임대료 면제특약과 인테리어 비용 보조금 약 11억원 지급의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과거를 언급했다. 종전에는 상담 인력만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으나 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력뿐만 아니라 시설과 시스템까지 라이나생명에 제공하는 방식이 더 이익을 얻어 이 같은 경영판단을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KT 수의계약과 엇갈리는 공개입찰 시기

라이나생명의 갑질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의계약과 관련해서도 두 회사의 주장은 갈리고 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라이나생명이 공개입찰 과정 없이 KT와 계약을 맺었으며 당시 라이나생명은 이에 대해 “콜 마케팅을 위해 회사 전사적인 차원에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후 라이나생명은 한국코퍼레이션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나서 콜센터 운영 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띄우고 다른 업체들의 제안서를 받았다. 따라서 라이나생명의 수주 대상이 정해진 상황에서 공개입찰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게 한국코퍼레이션의 입장이다.

라이나생명은 민간 기업으로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거래 상대방을 누구로 할지 어떤 절차를 거칠지 등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코퍼레이션의 불안정한 경영상황과 재정상태 때문에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신규업체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평창 올림픽에서 인공지능 콜센터를 선보인 KT의 노하우를 높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KT를 새로운 콜센터 위탁업체로 선정하는 것을 고려해 인공지능 콜센터 구축가능 여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내부 구매 규정상 수의 계약의 체결이 가능한 사안인지 대해 질의했다고 보충했다. 형식적인 입찰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지난 8월 라이나생명의 C전무가 KT로 프로젝트를 넘기기로 확정했다는 전화를 통보했다며 관련 녹취 내용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이 알려지기 전부터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서 라이나생명의 콜센터 인력을 선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코퍼레이션이 주장하는 라이나생명의 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계약 변경 내용에 대한 각자 다른 입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시화 되자 라이나생명은 인상분을 떠넘기기 위해 ‘인력 대비 수수료 지급’ 조건을 ‘유지되는 보험 수당 수수료 지급’으로 계약을 변경할 것을 한국코퍼레이션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라이나생명으로부터는 ‘수용안하면 연말 재계약은 없을 것’이라는 협박을 들었다.

반면 라이나생명은 당시 수수료 조건을 변경한 사유는 최저 임금 인상과는 상관없이 도급(위탁) 계약의 수수료 체계에 부합하도록 변경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수수료를 정하는 과정에서 양 사 간 협의 과정 중 한국코퍼레이션이 라이나생명에 제출한 견적서를 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감안해서 비용을 제시했다‘고 적시하고 있다는 것.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줬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협력업체에 전가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허위 주장이라는 게 라이나생명의 반박이다.

당시 견적가격은 최종적으로 2017년 대비 3.8%(임금+시설비+임대료 포함) 인상됐다. 라이나생명은 수수료 협의 과정에서 한국코퍼레이션에 변경 전 2017년 비용의 10% 미만 인상률 정도의 변경 수준이면 수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3.8% 인상률만을 제시했고 그대로 계약이 체결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같은 시기 콜센터 위탁 계약 수수료 체계를 변경했던 M사는 9.8% 인상률을 제시했고 라이나생명은 이를 수용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영업비밀 탈취 VS 자사의 자산 사용

한국코퍼레이션은 컨설팅을 빙자한 라이나생명의 영업비밀 탈취 행위를 지적했다. KT로부터 콜센터 컨설팅을 받는다는 핑계로 한국코퍼레이션이 지난 26년 간 쌓아온 ‘영업 노하우 및 프로세스’ 등의 자료를 확보한 뒤 계약 철회를 통보해 직원600여명뿐 아니라 나머지 직원인 3000여명의 생존 또한 위태로워진 상태라는 것이다.

라이나생명은 고객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자료와 라이나콜센터의 운영 현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라이나생명의 자산과 경영정보일 뿐 한국코퍼레이션의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콜센터 시스템 소유권의 헐값 여부

한국코퍼레이션은 자사가 만든 콜센터 시스템의 소유권을 라이나생명이 이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10년 간의 계약 유지 약속을 믿고 헐값에 소유권 이전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라이나생명은 자사의 자산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해당 소프트웨어의 판매사업을 하고 있어 누구에게나 판매하고 라이나생명도 고객으로서 구매하게 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구매 당시 라이나생명이 유사한 다른 업체로부터 받은 콜센터 관리시스템의 견적가가 1억175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코퍼레이션이 시스템을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라이나생명과 한국코퍼레이션의 각 주장과 해명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라이나생명은 텔레마케팅을 통한 보장성 상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 현재 보험의 생명인 ‘고객과의 신뢰’가 의심을 받는 상황에 놓여 피해가 심각하다는 반응이다.

법적 다툼 이제 시작…진실은 기다려봐야

법적 다툼은 시작 단계라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 양 사가 서로 의견을 굽히지 않고 팽배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상황이 길어질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라이나생명과 KT의 수의계약 같은 경우 대기업의 횡포이자 갑질의 표본”이라며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갑질 사건과 같은 일들이 현재에도 끝나지 않고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한국코퍼레이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바꾸고 있으며 그들의 주장에 반박하면 전혀 다른 말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