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아마존의 압도적 위력 앞에 시어스(Sears), 메이시스(Macy’s) 등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실적부진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수많은 매장을 정리하며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렇듯 온라인 유통의 강세 속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추세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유통명가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앞으로의 생존 전략을 짜고 그 계획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 생존 전략, ‘콘셉트’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온라인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정 브랜드나 매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콘셉트나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온라인의 견제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브랜드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해외 오프라인 매장들의 모습에 주목하고 그들의 장점들을 하나씩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마트의 PB(자체브랜드) ‘노브랜드’는 브랜드 이름을 없애고 브랜드가 있는 동일한 수준의 제품보다 최대 40%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해 성공을 거둔 캐나다 유통업체 로블로의 PB브랜드 ‘노네임’의 콘셉트를 벤치마킹한 브랜드다. 노브랜드는 가성비(가격대비 효능)를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는 우리나라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국내 유통업체가 선보인 PB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소비의 효율에 중점을 둔 콘셉트가 주효했다.

2016년 문을 연 신세계의 레저형 종합쇼핑몰 ‘스타필드’는 글로벌 유통기업 웨스트필드(Westfield)와 함께 전 세계 약 30개 쇼핑몰을 벤치마킹한 매장이다. 스타필드에는 저가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편집숍 그리고 다양한 즐길거리와 먹거리들이 있어 이 모든 것을 한 곳의 매장에서 구입하고 즐길 수 있다. 스타필드는 가족단위 쇼핑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식사를 하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여가 장소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각광받았다. 현재 스타필드는 1호점인 하남점에 이어 2호점 코엑스점 그리고 3호점 고양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위례 신도시, 경남 창원에 추가 점포 개점이 추진되고 있다. 

▲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의 콘셉트를 벤치마킹한 이마트의 잡화점 삐에로쑈핑 2호점 동대문 두타몰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지난 6월 문을 연 신세계의 잡화점 브랜드 삐에로쑈핑은 일본의 잡화점 브랜드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이전에 우리나라에 없던 독특함과 신선함으로 수많은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편의점 브랜드 ‘위드미’를 개선한 브랜드 ‘이마트24’는 편의점 점주들에게 친화적인 3무(24시간 영업 의무조항, 로열티, 중도해지 위약금 없음) 가맹계약 조건을 내세우며 과포화로 성장 정체에 이른 편의점 업계의 위기 상황에서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장 수를 797개 늘리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업계 1위(매장 수 기준) CU가 464개, 2위 GS25가 415개, 세븐일레븐이 295개의 매장을 늘린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 미국 LA에 들어설 이마트 식료품점 PK마켓 매장 가상 이미지. 출처= 이마트

여기에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쌓아 온 유통 운영 노하우가 반영된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미국으로 진출시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에서 “홀푸즈(아마존이 인수한 신선식품 전문 오프라인 매장) 옆에 우리의 식료품 전문 매장 PK마켓(가칭)의 문을 열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 계획은 9월 28일 이마트가 미국 LA의 종합 상가에 매장 부지 임차계약을 마무리 지으면서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PK마켓의 콘셉트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선식품과 함께 이마트의 프리미엄 HMR(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 등 식품이 판매되는 식료품 특화 매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퍼즐, 이커머스

아직까지는 정용진 부회장의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콘셉트와 스토리를 앞세운 전문 오프라인 매장의 특화 전략은 초기단계에 맞는 성과들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커머스 사업 영역 강화에서 신세계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신세계는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 위해 해외 투자사들로부터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하남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유치 계획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수개월째 진전이 없으면서 다른 계획들도 하나둘씩 미뤄지고 있다.

▲ 신세계 하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 출처= 미사강변연합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온라인 물류센터 문제는 시간을 두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으며, 물류센터 건립과 관계없이 이커머스 확장 계획은 추진된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물류센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 확장에도 여러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전문화와 이커머스 확장 등 두 가지 축으로 정리되는 정용진 부회장의 유통 큰 그림은 ‘절반’ 정도 완성돼가고 있다.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면 경쟁 유통사들이 따라잡기 힘든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추기 위한 정 부회장의 묘수(妙手)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