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나 TV를 통해 보이는 미국의 문화에서 한국과의 차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가족 구성이다.

한국이 아직도 전통적인 혼인으로 이뤄진 부모와 자식의 가족 모습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매스컴에서는 흔하게 한부모 가정을 볼 수 있고 재혼가정을 통한 새로운 가족의 모습도 종종 등장한다.

미국 사람들은 이혼을 밥 먹듯이 하고 재혼, 삼혼도 흔하다고 믿는 것도 현실과 아주 다르지는 않은 것이, 주말에 외식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식사를 하러 나온 싱글맘이나 싱글대디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한 부모의 경우 아이들을 격주로 양육하거나 주말에만 만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결혼과 이혼 등에서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일상적이지 않게 됐다.

메릴랜드 대학교 사회학과 필립 코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미국의 이혼율은 무려 18%나 감소했다.

높은 이혼율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고통 등이 여러 차례 조명되면서 이혼율의 감소가 긍정적인 것으로 보였으나, 사실 그 속내에는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요인들이 있다.

한국의 청년들은 취업난과 높은 주택 가격,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환경, 하늘 높이 치솟는 물가 등으로 인해서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고등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결혼을 하는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부유층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끼리끼리 결혼하려는 경향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런 행태는 현재 22세에서 37세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은 또한 앞서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서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을 이혼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한 베이비붐 세대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다. 그런데 현재 젊은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성급하게 결혼을 하기보다는 동거를 통해서 몇 년을 살다가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 셔터스톡

그렇다고 해서 밀레니얼 세대가 과거 세대보다 신중하거나 사고가 깊어진 것이 아니고, 결혼이 소위 능력이 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성공’을 과시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대학 졸업과 군복무, 취업준비 등으로 30이 돼서야 결혼을 생각하는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초혼 연령이 여성은 27세, 남성은 29세로 크게 올라갔다.

사람들은 결혼을 할 경제적 능력이 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예 가난한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을 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이 때가 되면 누구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면 현대 미국에서 결혼은 돈이 있고 능력이 되는 사람들만 하는 일종의 선택적 제도가 된 것이다.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미국의 세대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세대이며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부유한 세대인 것도 결혼과 이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5세 이하의 젊은 층에서 이혼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45세 이상의 세대에서는 이혼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률이 낮기 때문에 이혼율도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가리키는 조혼인률에서 한국이 6.4건(2013년)이며 미국이 6.9건(2014년)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률에서도 한국이 2.3건(2013년)이며 미국이 3.2건(2014년)으로 과거와 같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낮아진 이혼율이라는 기사에 반색을 하던 사람들은 그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서 혼인을 미루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씁쓸한 입맛만 다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