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 취업지도를 하면서 해가 갈수록 필자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것이 있다. ‘인사(人事)’라는 단어다. 다양한 뜻을 담고 있는 단어이지만,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특히 추석을 맞아 가족들 만남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취지다.

 

인사와 취업

#실제1 : “교수님, 서류합격했습니다. 면접에 TIP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잘 되었네. 어떤 회사인데?” “‘가나다(가칭)’라는 회사의 ‘HR(인사·교육)’ 업무로 합격이 되었습니다.”

3년 전에 지방 중소도시의 대학교에서 매주 1회씩 10여명을 지도했을 때 일이다. 비교적 밝고 활기찼던 학생의 질문이었다.

“인사 연습만 해라. 면접 당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을 잘 기억해라. 그리고 그 인사의 방법을 달리 해라. 특히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을 다양한 상황에서 자주 만날 경우에는 더욱 활발하게 인사해라”라고 일러주었다. 며칠 후 답이 왔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합격했습니다. 말씀하신 상황이 자주 있었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실제2 : 2년 전에 모 중견기업 사장님을 만났다.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요즘 대학교에서 어떤 것들을 가르치냐는 질문에 ‘NCS(국가직무표준)’이라고 했다. 그랬더니만 대뜸 던지는 한 마디. “인사라도 잘 하게 해 주세요. 출퇴근 때나 상사한테나, 심지어는 회사 손님에게도 인사할 줄을 모르니 민망한 때가 많습니다.”

명색이 가르친다고 하는 필자가 ‘민망’해져 몸 둘 바를 몰랐던 기억이다.

#실제3 : 분주한 강의 직전의 상황에 뒤편에 있는 문을 통해 들어가면 많은 학생과 마주친다. 중년의 남자, 넥타이만으로도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지나가는 학생이 눈인사라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요즘 대학가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나마 흔히 말하는 ‘지방’ 대학교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실제4 :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주관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을 진행할 때 일이다. 합숙하며 교육받는 장소가 건물의 같은 층에 있다 보니, 복도를 오가면서 많은 연수생들을 만나고 스쳐 지나가게 되며 많은 사람들은 여러 번 마주치기도 한다.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무질서하고 의미도 없고 격(格)도 없으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죽이는 스타일도 많았다. 인사를 하긴 하나 건성으로 보이는 경우, 언제 배웠는지 소위 ‘배꼽인사’가 몸에 밴 경우, 아예 적당하게 눈을 피해버리는 경우들이다.

 

인사를 잘하는 5대 방법

사람의 5감각에 지적감각을 종합하여 정리해 본다. 시각(視覺)·청각(聽覺)·체감각(體感覺 :후각·미각·촉각의 종합)그리고 지각(知覺)이다.

핵심은 정성과 존중·존경이 묻어 나와야 한다. 그 기준은 내가 아니라 인사를 받는 사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와의 관계·연령층·성별·상황·직업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인사는 인간관계의 종합판이자 알파(시작)와 오메가(끝)이다. 특히 어떤 능력이나 번지르르한 답을 하더라도 첫 인사 한 번으로 90% 이상이 결정된다. 구체적인 ‘행동(行動)이고 실천’이기 때문이다.

 

1. 시각-당당함과 밝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친 다음에 인사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당당함이 묻어나야 한다. 특히 면접인사는 더 그래야 한다. 회사와 나의 만남으로 서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중함이 지나친 인사는 심리적으로 나를 위축되게 한다. ‘배꼽인사’나 머리를 숙이고 2~3초를 머물렀다가 드는 방식의 인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정중한 인사라고 가르치고 배워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체 인사인 경우나 극상의 서비스산업인 비행기 탑승 시, 백화점 개점 때 하는 인사법이 대학가로 들어왔다. 소위 항공사 승무원으로 종사한 사람들이 대학 취업강사로 전업을 하며 ‘CS(고객만족)’ 강의의 연장선상에서 가르쳐 일어난 일이다. 면접자와 면접관의 사이를 일방적인 고객의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경우다.

 

2. 청각-밝고 씩씩하며 밝은 목소리가 동시에 나와야 한다.

눈 마주침과 머리 숙임만의 인사는 어색할 뿐만 아니라 뭔가 큰 알맹이가 빠진 느낌을 주게 된다. 인사의 반은 시각적 요소, 반은 청각적 요소로 채워야 한다.

인사 때 하는 말로 면접장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가 무난하다. 그러나 오다가다 만난다든가 개인적인 자리인 경우에는 ‘안녕하세요’도 무난하다.

더 중요한 것은 목소리다. 목소리에서는 상대에 대한 호감도·친근감·반가움·호기심 등이 묻어나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당일의 컨디션, 건강도 실려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 체감각-악수를 청해 받으며 인사하는 경우이다.

단독면접이나 수시 채용 등에서 자주 나오는 경우이다. 면접관과 악수를 하는 경우이다. 대개가 면접관이 악수를 청하며 인사하게 된다. 그때 잡는 손의 힘이나 자세, 마치면서 면접관이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주는 경우에 해당된다. 적당한 악력(握力)으로 겸손하면서도 힘이 있는 청년의 기운이 느껴져야 한다.

 

4. 지각-상대를 알아보며 인사해야 한다.

면접(대기)장 복도나 화장실 등에서 마주친 경우에 약간은 막연하게 하게 되는 인사다. 복장이나 표정만으로도 상대를 알아채고 (무조건) 가벼운 인사 즉 ‘목례’라도 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면접(대기)장이 독립적인 공간에 있어 흔치 않은 경우이다. 그러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가면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상대가 가벼운 질문을 하며 말을 걸어 오고 본인이 응대를 했던 이후에 만나는 경우라면 필히 알아보는 눈빛과 알아보았다는 느낌을 가볍게 전하면 훨씬 좋아진다.

 

5. 훈련-반복하며 연습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하는 인사가 낭패를 부르기도 하지만, 머릿속으로만 넣어두면 정말 무용지물이다. 무조건 자연스럽게 인사가 몸에 익어야 한다.

그러자면 오로지 반복적인 훈련이 중요하다. 과거 대가족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연습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의 상황은 다르다. 대학생 레벨에서 인사법을 가르쳐 주는 곳도 없고, 배웠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끝나 버린다. 유사한 상황에서 실제 해보고, 연습하고, 훈련해야만 한다.

타이밍을 놓쳐 지나치고 나면 다음 번에는 더 어색해지는 경우도 많다. 지난 칼럼 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참고하기 바란다. 자연스럽지 못한 씩씩하고 활달한 인사가 ‘이상한 놈’으로 읽혀지며 감점을 부르는 경우이다.

또 다른 낭패는 대학강단에서 이런 설명을 하고 나면, ‘꼰대’라고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