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OTT(오버더탑)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유료방송 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고, 유튜브는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을 창출하는 한편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SNS 시장에서도 토종 SNS 기업인 싸이월드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 사례가 많아질수록 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ICT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기업 공포증’마저 감지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좁은 국내 시장을 장악하려고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점은 모두 공감하면서도 마지막 남은 시장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도 이를 집중 조명하며 공포를 패스트푸드 진열대처럼 나열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최근 나온 대책들이 이른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론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 방송법이 전통의 지상파, 케이블, IPTV는 물론 글로벌 업체들이 주도하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과 OTT까지 규제의 범위에 넣는 방향으로 논의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장악에 맞서 “너희들(글로벌 기업)도 제대로 된 규제를 당해야 해”라고 말하고 있다.

단지 우리만의 방식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구글에 대해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리는 한편 소위 구글세를 도입해 견제에 나서고 있다. 유럽을 평정한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현지 미디어들은 단일 콘텐츠 시장 전략까지 구사하며 밀어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개인정보 보호를 축으로 삼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글로벌 대기업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경우 개인정보를 담당하는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지정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카드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두고 벌어지는 망 사용료 분쟁을 봐도 글로벌 대기업들은 분명 국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지극히 평범한 규칙도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의 액션플랜이다. 국내 시장을 지키고 글로벌 대기업을 견제하는 목적이 단순히 ‘밀어내기’에만 국한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는 국내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무작정 신기술의 도입을 거부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을 고립시키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국내 이용자들도 선진화된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를 꺼내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작업에만 매몰되는 바람에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 ‘국내 이용자들은 왜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할까? 왜 국내 서비스를 외면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핵심은 글로벌 기업 역차별 해소를 위한 밀어내기, 즉 규제 일변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기업을 매력적인 플레이어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무작정 밀어내지 말고, 그들이 왜 국내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지 분석해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액션플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ICT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한편 신속한 허가 제도 등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 9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ICT 신기술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기존 법령의 미비나 불합리한 규제에도 실증(규제 샌드박스) 또는 시장 출시(임시허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 밀어내기에만 몰두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사례’의 표본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제 우리는 남을 깎아 내리면서 공포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징징거리기만 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