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OPEC 산유국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를 앞두고 석유 증산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관련국들은 추가 생산에 대해 올해 11월 11일 아부다비에서 열릴 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OPEC과 비OPEC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회의를 열고 증산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산유국들은 아직 추가 증산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서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게 안보를 지원하는 만큼, OPEC은 유가를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서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게 안보를 지원하는 만큼, OPEC은 유가를 내릴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동 국가들을 지키고 있다. 우리가 없었다면 그들은 이렇게 오랜 기간 안정적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 유가를 올리고 있다! 기억하겠다”면서 “OPEC은 당장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알 팔리 장관과 노박 장관을 잇따라 만나면서 유가 상승세를 진정시킬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우리가 생산하지 않은 만큼의 미충족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재고량도 우리 목표치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이는 OPEC이  원유 생산 정책을 크게 바꿀 필요 없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추가 생산은 시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지난해부터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평균 180만배럴 감산 조치를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유가가 급등하자 산유국들을 상대로 증산 압박을 주기 시작했고, 이에 산유국들은 7월 1일부터 하루 평균 10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후 안정세를 나타내던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에 대한 우려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배럴당 65달러 수준이었던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일 배럴당 7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브렌트유도 배럴당 80달러에 가까운 78.80달러 수준이다.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이날 회의에서 결국 이란 제재를 앞두고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대신 올해 말까지 석유 생산량을 하루평균 100만배럴 늘리기로 한 지난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알 팔리 장관은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노박 장관은 “필요하다면 추가 생산량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11월 11일 아부다비에서 열릴 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알 팔리 장관은 “사우디는 하루 평균 150만배럴 수준의 추가 생산 여력이 있어 글로벌 원유 시장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 시장 수요에 맞게 10월에 생산을 늘릴 것이다”면서 “12월에 열리는 차기 OPEC 회의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