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 <새로운 시대에 투자하는 사람들> 신혜성 지음, 와디즈 펴냄

<새로운 시대에 투자하는 사람들> 신혜성 지음, 와디즈 펴냄

투자는 돈 되는 곳에 이뤄진다. 동서고금의 진리이자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 때 생각하는 절대적인 명제다. 그러나 당장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들은 돈이 차고 넘쳐서 재미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돈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일까?

<새로운 시대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모두 ‘아니요’라고 말한다. 책은 투자라는 행위가 돈 되는 곳, 돈이 될만한 곳은 정량적인 가치판단으로 재단할 수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리 곳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중요한 대목은 두 개의 주체가 있다는 점. 투자자들이 좋아하거나,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창출하는 제품이거나.

저자 신혜성은 크라우드펀딩 와디즈의 대표다. 국내에서 리워드에서 시작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까지 업계의 영역을 확장시킨 일등공신이다. 그는 책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이 ‘덕업일치’의 결정판이며, 이 지점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키워드라고 주장한다. 덕업일치를 일부 호사가들의 여유로만 한정하지 않고, 그 이상의 가치투자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책에 가득하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주로 와디즈를 통한 크라우드펀딩 사례들이다. 덕후와 마니아, 스마트홈, 기술 기업, 1코노미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의 매력과 각 기업들의 비전을 소개한다.

약간 삐뚤어진 시각으로 보면 와디즈를 통해 펀딩에 나선 곳들을 망라한 기업소개서 모음집을 연상시킨다. 일종의 홍보물과 닮았고 와디즈 기업소개서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하는 행위를 새로운 시대에 투자하는 행위로 엮어버리는 장면은 다소 발칙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와디즈가 왜 이 기업들과 함께 펀딩에 나섰는지, 이 기업들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과 투자하는 이들이 얼마나 흥미로운 덕후들인지 재미있고 간결하게 녹아낸다. 간간히 글로벌 ICT 기업을 만들어 낸 거물들의 명언과 함께 철학을 논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책 사이사이에 ‘크라우드펀딩을 잘 하는 법’과 같은 친절한 가이드도 있으니 평소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이 있었으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면 유용하게 쓸 만 하다.

와디즈에 함께 펀딩에 나섰으나 잦은 구설수에 오르는 기업도 과감하게 소개됐고 ‘세상에 이런 기업이 다 있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기업과의 펀딩 사례도 눈길을 끈다. 펀딩에 참여한 기업들이 왜 펀딩에 돌입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세탁서비스 백의민족, 반려동물 장례를 지원하는 21그램팀 등의 사연들이 유독 눈길을 끈다.

책은 덕후들의 이야기와 철학, 그리고 이들을 돕는 또 다른 덕후인 와디즈의 이야기로 가득찼다. 사례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크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읽어도 잘 읽힌다. 책을 다 읽으면 의외로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스스로를 느끼는 것도 묘미다.

사실 책의 전반전인 느낌은 아무런 생각없이 벤치에 앉아 가을햇살을 쬐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동네 아저씨가 앉아 주절주절 떠드는 분위기다. 그런데 왠지 자기 자랑도 섞여있고 무슨 말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아 “벌써 시간이...그럼 수고하세요”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는데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의외로 머리를 쾅 치는 통찰력이 생긴 느낌이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유령처럼 사라졌다. 왠지 2권이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