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 초격차> 권오현 지음, 샘앤파커스 펴냄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 초격차> 권오현 지음, 샘앤파커스 펴냄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은 말이 필요 없는 걸출한 스타 경영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으며, 그의 말 한 마디가 중요한 뉴스가 됐고 그의 행보 하나가 글로벌 전자업계의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으로 부임하며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펴낸 <초격차>에는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싶은 젊은 날의 권오현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책은 조직과 리더, 인재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나온 책이기 때문에 권 원장이 겪은 생생한 기억의 파편들이 가득할 것으로 보였으나,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회고록과는 다르다. 서문에서 밝혔듯, 지금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기록을 지나치게 가감 없이 공개할 경우 이와 관련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이 다소 아쉽다. 그러나 경영의 대가인 권 원장의 깊은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몰입감은 역시 상당하다.

책은 리더의 정의와 역할, 자격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리더의 이미지와 비슷하지만 권 원장이 생각하는 리더란 ‘많은 것을 홀로 품고 묵묵히 나아가는 존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리더란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으나 조직의 균형을 위해 가끔은 가시밭길을 억지로 걸어야 하는 존재다. ‘고독’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부서의 명칭을 만드는 방법과 조직도, 인재의 발굴과 성과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글을 읽다 보면 리더와 관련된 담론의 연장선이 조직에 연결되고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권 원장이 직접 발굴하고 만들어 낸 조직의 관리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면 반드시 집중할 대목이다.

리더의 정의를 마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혹은 비전 있게 끌어갈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다음은 전략이다. 권 원장이 생생하게 익힌 실전전술들이 대방출된다. 특히 협상과 관련된 설명들이 흥미롭다. 다소 평범하게 전개되던 책의 어투가 흥미진진한 서부극 호흡을 따라가는 순간이자, 세계를 무대로 뛰었던 권 원장의 승부사적 기질도 엿볼 수 있다.

인재와 관련된 글은 상당히 정제되면서도 냉정하다. 조직의 초격차를 위해 리더와 조직, 전술도 중요하지만 인재가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다소 과격하다 싶은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불필요한 인재를 걸러내고, 좋은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면서 ‘경청하지 않는 직원은 쳐내야 한다’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초격차>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경청과 소통’이다. 이는 리더와 조직, 협상과 인재를 아우르는 대원칙으로 묘사된다.

<초격차>에는 권 원장의 생생한 기억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간혹 회한의 감정도 읽힌다. 특히 권 원장이 애플의 아이폰 최초 출시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감정을 풀어내는 장면은 회한을 넘어 끝까지 애플의 비밀무기가 무엇이었는지 눈치 채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피어난다. 인간 권오현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초격차>의 또 다른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