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지의 자세한 위치 공개를 뒤로 미루면서, 하남 감북과 광명 시흥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9월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 지역에 100만평 이상 대규모 택지 4~5곳을 조성하고, 1~2곳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그 범위가 교통·도로 등 이미 확충된 기반시설을 최대한 활용한 입지로 좁혀지면서, 광명 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 등이 사실상 ‘제3기 신도시’로 꼽히고 있다.

▲ 하남 감북지구는 2015년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 지정 해제됐다. 출처=국토교통부.

그 가운데 정부 당국은 하남 감북지구의 무분별한 그린벨트 개발을 막고 체계를 갖춰 관리하기 위해 2010년 하남 감일지구와 서울시 강동구, 송파구 일부 지역과 함께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지역 주택 공급 초과, 고지가 보상 문제 등이 얽혀 2015년 감북지구에 해당하는 260만㎡를 지정 해제했다. 다만 길 건너의 하남 감일지구는 지정 취소를 면해, 위례 신도시와 연계한 주택 단지로 건설 중이다.

하남 감북지구는 올해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이 지속되면서 추가 공급이 불가피해지자 매력 있는 공급지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으로서 해당 지자체인 하남시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관한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선 애초의 감북지구에서 확장해 강동구 상일동과 맞닿은 하남시 초이동 일원까지 지구를 넓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주목되고 있는 하남 감북지구의 하남시 감북동, 초이동 일원.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감북지구는 강동구 둔촌동과 접해 있고, 얼마 전 완공된 ‘위례대로’와 함께 서울 지하철 9호선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이 현재 건설 중이다. 이 때문에 교통망 문제를 앓고 있는 2기 신도시들에 비해 좋은 교통 입지를 갖고 있다. 서하남IC를 품고 있어 외곽순환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기도 수월하고, 동북고등학고, 보성고등학교, 창덕여자고등학교가 가까워 학군도 갖추고 있다. 반면 공급의 필요성과 별개로 여전히 주민 보상 문제는 난망으로 보인다.

하남 감북지구에서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됐을 당시 한 번 땅값이 올라갔기 때문에 차후 보상금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감일지구의 평당 분양가는 1700만원 정도였고, 감북지구 역시 1500만~1600만원에 형성된 전례가 있다. 이 관계자는 “차후에 다시 지구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2000만원 정도는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우사-축사를 불법 개조해 하남 감북지구를 메우고 있다는 임대 창고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10여년 전부터 우사·축사로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줬더니, 불법으로 창고 임대를 두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해당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빼곡히 들어선 창고들이었다. 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200만원 정도니 우사·축사보다 훨씬 이득이 좋다”고 전했다.

문제는 불법 창고뿐이 아니었다. 이미 들어선 취락지를 중심으로 그린벨트 부분 해제가 일어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겐 ‘이주권’이 주어져 보상의 대상이 된다. 발표 시점 1년 전까지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주변 토지가격, 집값 등의 폭등도 우려된다. 정부의 공급계획안은 ‘개발 지역 일대의 지가변동, 토지거래량 등을 모니터링’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보상 과정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 역시 “주민들 콧대가 대단하다”면서 “여기에 투자를 노리고 들어오면 본전도 못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거지가 밀집한 서하남로 대로변 지역은 지나치게 높은 보상가 때문에 감북지구 개발계획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미 감북지구 청사진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과정이 빨리 이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직 주민 공람은 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그렇지만 이미 조사는 어느 정도 끝냈을 것이다. 이미 감북지구 청사진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과정이 빨리 이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아파트 건설에 3년이 채 소요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환경영향평가와 지구 활용계획 과정을 포함해 7년까지 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