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지난 2016년 5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애플에 10억달러(약 1조1100억원)를 투자했다. 당시는 애플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던 시기다.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러나 시장이 놀랐던 것은 단순 ‘부정적 전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버핏은 IT기업 투자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버핏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의 집무실에는 컴퓨터조차 없다.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것은 물론 이를 이용한 서비스도 알기 어렵다.

버핏이 IT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가치’다. IT산업 특성상 발전 속도가 빨라 불과 몇 개월 만에 신제품이 출시된다. 경쟁자들을 고려하면 단 몇 주 혹은 며칠 만에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와 기술개발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도 있지만 소비자에게 투자비용을 온전히 전가하기 어렵다. 버핏은 인플레인션 발생에 따른 가치 잠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버핏과 가치투자 시대는 갔다?

버핏은 지난 2011년 IBM 주식을 사들이며 그에 대한 시장의 편견을 이미 한 차례 깬 상태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버핏의 후계자 후보들이 IT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그가 직접 종목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돌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경제적 해자’다.

버핏은 투자 대상 기업이 가진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이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시한다. IBM은 분명 훌륭한 기업이지만 버핏의 투자기준에는 미흡했다.

IBM의 주가는 버핏의 투자 이후 불과 몇 개월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후 몇 년간 지속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버핏의 애플 투자 소식은 ‘버핏과 가치투자의 시대는 갔다’는 비아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현재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갱신은 물론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주도적인 기업이다. 애플은 높은 실적 성장으로 ‘미국 기술주 고평가 논란’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버핏에 대한 ‘비아냥’도 무마시켰다.

▲ IBM과 애플 주가 추이(2010.01=100)[출처:인베스팅닷컴]

버핏의 투자 기준으로 볼 때 IBM과 애플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버핏이 애플에 투자를 단행했을 당시(2016년), 애플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어든 505억6000만달러였다. 애플의 분기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처음이었다.

애플의 실적 부진을 두고 스마트폰 시장 포화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단순히 생각하면 최악의 투자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포화’는 애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해당된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은 둔화될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교체수요가 발생한다.

충성고객들이 존재하는 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일정 수준 유지가 가능하다. 이익 예측에 대한 변동성도 낮다. 이는 버핏이 중시하는 ‘수익안정성’에 해당된다. 경제적 해자만이 가능한 것이다.

애플이 일정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면 앱스토어와 같은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IBM은 애플 스마트폰과 같은 ‘무기’가 있었던가.

스마트워치 전쟁, 헬스케어 산업 본게임

버핏의 IBM과 애플의 상반된 투자결과를 놓고 보면 ‘결정적 장면’은 기업이 경제적 해자의 위치에 있는지 여부다. 애플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갖고 있다면 이를 통한 서비스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워치 점유율은 애플이 44%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0.5%로 3위를 기록했으며 2위는 핏비트가 15.2%로 2위를 기록했다.

최근 애플은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4’를 선보였다. 새로운 심전도(ECG) 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측정 가능한 기능이 탑재됐다. 측정내용은 PDF 파일로 저장돼 의사와 공유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운동 시간과 소모 칼로리 계산 등 피트니스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고도화된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애플뿐만 아니라 여타 미국 IT기업들도 헬스케어 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대 기술 기업들의 헬스케어 관련 기업 투자는 2012년 2억8000만달러에서 2017년 27억달러로 10배 증가했다. 바이오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단순 관심이 아닌 실생활로 넘어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 XLV와 ARKG 수익률 추이(2015.01=100) [출처:인베스팅닷컴]

그러나 향후 헬스케어 산업에서 어느 기업이 두각을 나타낼지 단언하기 어렵다. 특정 기업에 투자하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바이오·기술주에 대한 버블도 부담이다. 따라서 헬스케어 산업 투자를 원한다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 헬스케어 ETF는 ‘Health Care Select Sector SPDR Fund’(XLV)와 ‘ARK Genomic Revolution MultiSector ETF’(ARKG)가 있다.

XVL은 가장 오래된 헬스케어 섹터 ETF다. 자산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유동성도 풍부하다. 존슨앤드존슨,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화이자, 머크 등 주요 굴지의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ARKG는 인텔리아 테라퓨티스, 일루미나 등 바이오기술주 편입이 주를 이룬다. 성장성 측면에서는 XLV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정성 측면은 다소 떨어진다. 다만, 애플의 헬스케어 서비스 본격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ARKG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