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종합식품기업 대상이 지난 1987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은 독보적인 발효기술력으로 31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6년 ‘비비고 김치’를 선보인 CJ제일제당은 종가집을 바짝 뒤쫓고 있어 김치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1위를 정조준 한 전략 덕분에 후발주자임에도 CJ제일제당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며 꽤나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그러나 대상은 통상 발표되는 시장점유율은 김치가 주로 판매되는 채널인 온라인과 홈쇼핑 등을 제외한 일부 마트와 오프라인을 집계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며 종가집의 30년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 김치시장 수성의 1위 대상과 1위 정조준한 전략의 CJ제일제당의 '김치전쟁'. 지각변동 일어날까. 출처= 각 사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 총 규모는 1조3301억원이다. 이 중 관공서나 학교, 병원 등 업소용 김치가 9963억원으로 대형할인매장이나 슈퍼, 온라인 홈쇼핑 등에서 판매되는 포장김치가 3339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17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은 온라인·홈쇼핑(33.3%), 할인점(31.5), 체인슈퍼(12.2%), 편의점(9.9%), 독립슈퍼(8.1%), 일반식품점(3%), 백화점(2%)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과 홈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할인점 판매 비중을 넘어섰다. 대상 종가집 김치 B2C 매출도 할인점(42.2%) 다음으로 온라인과 홈쇼핑(26.8%) 비중이 크다.

특히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은 최근 3년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대상 종가집에 이어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등 대형 식품업체가 가정용 포장김치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1년 수성의 1위 ‘종가집’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포장김치 판매액은 2129억원이다. 대상은 시장에서 49.8%(1060억원)로 1위를, CJ제일제당은 28%(598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온라인과 홈쇼핑 시장은 제외한 수치다.

대상 종가집은 1987년 김치를 집에서 담가먹는 것이 당연한 시절, 전통음식인 김치의 세계화를 꿈꾸며 등장한 제품이 있다. 세계인도 맛볼 수 있는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 선보인 국내 최초의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을 론칭했다. 종가집은 독보적인 발효기술력으로 31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1980년대 정부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음식인 김치를 알리기 위해 상품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먹어도 다르지 않은 표준화된 맛과 바다 건너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함이 필요했다.

대상은 인간 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음식 전수자인 고(故) 황혜성 고문 등 김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표준화된 조리법을 만들었다. 김치 포장에 대한 연구를 위한 전문가들도 뭉쳤다.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손맛을 표준화한다는 의미에서 브랜드를 ‘종가집’으로 정했다. 브랜드 로고에 기와지붕을 넣은 지금의 종가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종가집의 인기비결은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져 온 연구개발에 있다. 대상은 종가집 출시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김치유산균과 포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발효 과학’이 담긴 김치를 개발해 왔다.

▲ 대상의 종가집은 독보적인 발효기술력으로 31년째 업계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출처= 대상

대상은 1989년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김치 포장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2001년부터는 김치유산균을 분리 배양하는 연구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연구 4년여 만인 2005년에는 김치유산균 ‘류코노스톡 DRCO211’ 배양에 성공했다. 이를 김치에 적용해 집에서 담근 김장 김치 맛을 구현해냈다.

종가집은 지난 4월 특허를 받은 항바이러스 김치 유산균을 활용한 학교 급식용 ‘튼튼 포기김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포기김치뿐 아니라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백열무물김치 등 다양한 별미김치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도 특증이다 .

대상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정원e샵에서는 취향에 따라 젓갈 종류, 고춧가루 소금 양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김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용 실속형 김치도 선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 대상 ‘오프라인 집중’ 공략 ‘비비고 김치’

CJ제일제당의 비비고가 연간 두 자리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CJ는 2000년 첫 김치 브랜드인 ‘햇김치’를 론칭했다. 이후 2007년 ‘하선정 종합식품’을 인수하면서 김치 사업을 확대했지만 수년간 점유율은 10%대에 그쳤다.

2016년 6월 ‘비비고’ 브랜드를 달고 나온 비비고 김치가 판을 흔들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가 그간 컵밥, 만두 등 여러 한식 가정간편식(HMR)을 선보이며 쌓은 노하우를 발휘했다.

비비고 김치는 좋은 재료를 엄선해 만들어 ‘김치가 맛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 재료인 소금, 고춧가루, 액젓 등 원재료에 충실하며 제품을 차별화했다. 정제염이 아닌 자연건조 100%의 천일염을 사용해 식감을 높였다. 최고 등급의 고춧가루를 사용해 고급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선홍빛 색감을 냈다. 또한 선조들의 발효기술을 포장김치에도 적용하기 위해 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유산균을 개발, 적용해 맛 품질을 높였다.

비비고 김치는 최근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소량포장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해 편의성도 높였다. 일반 용기가 아닌 CJ제일제당만의 특허 받은 용기를 사용해 사용자 편의는 물론 유통과 보관 시 맛 품질까지도 고려했다.

▲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 패키지는 발효가스를 제어하는 멤브레인 필터와 외부 산소 유입을 방지하는 일방형 밸브를 하나로 결합한 리드필름으로 밀봉해 발효식품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했다. 약 1년여간의 연구개발로 비비고 김치의 용기는 김치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건조 과정을 거친 100% 천일염과 최상급 고춧가루, 6가지 명품 액젓 등을 재료의 차별화를 꾀했다. 포장 용기는 김치 독을 연상시키는 항아리형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용기에는 자체 개발한 필터와 밸브를 사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충북 진천공장에 3613억원을 투자해 가정간편식과 김치 인프라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진천공장을 식품 통합생산기지로 성장시키면서 미래형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종가집도 점유율 사수를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온라인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위상은 대상이 CJ제일제당보다 한 수 위다. 현재 종가집 김치는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4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먹는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면서 “CJ제일제당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대상 종가집의 입지가 견고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