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관련 규제안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책에 포함된 실수요자 보호 방안의 경우 많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9.13 부동산 대책은 1주택 보유세대라도 규제지역 내 실수요 목적 주택구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다. 이 경우 현행 무주택세대와 동일한 LTV·DTI 비율이 적용되며 그 밖에 예상치 못한 경우를 위해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1주택세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주택자 추가 주택구매 가능한 예외 규정. 출처=금융위원회

그러나 거주지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나 1주택자가 결혼, 동거봉양(60세 이상 부모)을 위해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을 일시적으로 신규로 취득하는 경우,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규제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 등에 대해선 예외를 허용했다. 단 기존주택은 2년이내 처분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란 소득세법 시행세칙 제71조에 따라 △학교 취학 △근무상의 형편 △1년 이상의 치료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의 치료 또는 요양 △학교폭력으로 인한 전학 등을 의미한다.

부모와 동일세대를 구성하는 무주택자인 자녀의 분가, 부모와 동일세대를 구성하는 서민층이 내집마련 목적으로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신규로 취득하는 경우, 타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부모를 본인의 거주지 근처로 전입시켜 봉양(별거봉양)하려는 경우, 분가, 세대분리 없이 직장근무 여건 등으로 2주택을 보유해 실거주하는 경우 등은 기존 주택을 보유한 채 주담대가 허용된다.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예외사항에 대한 대출승인을 결정하며 근거내역을 보관하고, 주기적으로 감독당국에 건수 등 처리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1주택 보유자도 자녀 교육이나 보육, 부모봉양 등의 사유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악용한다면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상승으로 차익을 본 사람들이라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예외 규정을 이용해 부동산 갭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주택세대의 경우에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실수요, 불가피성 등이 인정된 경우 예외적으로 추가주택구입을 허용한다"면서도 "정책 시행 과정에서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와 중산층의 내집 키우기 희망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외 규정을 은행들에게 잘 설명하고 잘 이행하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꼼수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기준이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다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걸러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자가 필요한 서류를 잘 제출한다면 굳이 심사를 탈락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수요와 투기수요의 구분이 쉽지 않은 점도 엄격한 대출 심사 판단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직 시행 초기라 예외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을지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예외 규정 이외에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예외 사례로 적시하지 않은 사례도 인정이 가능해 앞으로 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