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모두가 즐거운 추석 연휴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 혹은 친척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뜨는 시기죠. 이것은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기자들이 연휴에 행복하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요. 휴일 일수에 맞춰 기사를 미리 써둬야 하죠. 예를 들면 5일을 쉬면 기사 5개를 연휴 전에 미리 써두는 거죠.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연휴 전에 기자들에게 요런 식의 ‘미션’을 줍니다. 기자의 본분이 기사를 쓰는 것이니까 사실 이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아이디어가 부족한 기자는 이 기간 거의 번뇌에 가까운 고민을 하죠.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래서 닥치는 대로 기사 거리가 될 정보를 찾던 기자는 ‘아니 서울에 이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문화 핫 플레이스’를 찾았고, 이런 좋은 장소는 반드시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불타올랐습니다. (동시에 기사거리+1을 획득했...)

서론이 길었습니다(죄송합니다...) 거기가 어디냐구요? 바로 서울 상암동의 한국 영상자료원입니다. 

▲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박물관.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우리 영화의 역사 한 눈에, ‘영화 박물관’

‘한국...’으로 시작하는 뭔가 공공기관의 향기가 나는 장소의 이름에서 드는 딱딱한 느낌과 괴리감이 있지만(저는 그랬습니다 저는...), 이 곳이 선사하는 재미는 이름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상암동 MBC의 웅장한 자태와 도라에몽이 떠오르는 조형물을 보고 등을 홱 돌리면 한국영상자료원이라는 팻말이 적힌 건물이 보입니다. (입구에 무려 맥도날드도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면 1층 로비에는 영화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배우 박해일이 입었던 의상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전설의 명작 영화 <인랑>에서 배우 강동원이 입었던 특수경찰 슈트도 있고요. 여기서부터 관람을 시작하시면 됩니다. 1층에 위치한 영화 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영화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박물관 입구부터 관람 진행로를 쭉 따라가면, 우리나라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역사 순서대로 볼 수 있어요. 

▲ 박물관에 전시된 과거 영화의 기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필름으로 남아있는 한국 영화중 가장 오래된 영화인 안종화 감독의 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도 볼 수 있고요. 학창시절 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1926)과 관련된 물건들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과거 영화감독님들이 시나리오 집필에 사용한 메모나 육필원고 그리고 영화 촬영에 사용된 소품들, 영화 검열이 있던 시절 잘려나간 영화 필름들까지 다양한 전시물들이 전시돼 있어요.

▲ 검열로 잘려나간 영화 <바보들의 행진> 필름.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그리고 한국영화의 부흥기인 1980년대 영화 포스터들도 있고요.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고래사냥>, <바보들의 행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그리고 <씨받이>...) 등등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과 관련된 자료들도 있어요. 그리고 박물관 한 켠 에는 90년대 명작 영화들의 OST(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있어요. 국어 교과서에도 시나리오가 실리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지금은 50대 아저씨가 된 이연걸 형님(?)의 전성기 시절을 볼 수 있는 <황비홍 2>(1992), 소피 마르소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명작 <라붐>(1980) 등 들으면 그 즉시 강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영화음악들을 들을 수 있어요. 

▲ 영화 OST 아카이브.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 영화 <택시운전사> 자료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배우 이병헌이 입었던 JSA 헌병 의상, 영화 <천년학>(2007) 촬영 당시 임권택 감독이 입었던 롱패딩, 천만관객 영화 <택시운전사>(2017)에서 배우 송강호가 입었던 운전사 복장도 전시돼 있어요. 그 외 1990년대 영화 전문지들부터 수많은 영화 역사 자료들이 전시돼 있답니다. 

또 박물관 한 켠 에는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도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길 수도 있어요.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전문가가 안내해주는 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데이트(?) 장소 ‘영상 도서관’

영상 자료원은 영화 박물관이 다가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영상 도서관이 있어요 이곳은 영상자료 3만 편, 영화 관련 도서 1만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자료 보관소입니다. 느낌이 좀 딱딱하다고요? 쉽게 말하면 영화 3만 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곳입니다. 

▲ 영상 도서관 열람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무료로 회원가입을 하면 이 곳에서는 다양한 영상 자료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데스크에서 원하는 영화가 이 곳에 있는지를 검색할 수 있고요. 관람을 원하는 영화를 이야기하면 안내 직원이 DVD나 CD 혹은 비디오를 가져다줍니다. 혼자 방문한 이들은 개별 의자와 영화 감상 전용 PC가 있는 자리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됩니다. 그리고 커플이 왔다면 2인 감상실에서 오붓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각 감상실마다 칸막이가 되어 있어 다른 이들의 시선에 방해를 받지 않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붓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꼭 영화만 보셔야 합니다. 다른 거(?) 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 영상 도서관 다인 감상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가족이나 소규모 그룹의 영화 관람을 위한 다인 감상실도 마련돼 있습니다. 4명에서 8명이 한 방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이곳을 이용하려면 한국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모든 영화 관람실의 이용 시간은 기본 3시간이고요 추가로 3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6시간 영화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개별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서핑을 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존과 콘센트도 구비돼 있구요. 

▲ 영화 OST 감상실에서는 다양한 영화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또 이 곳에는 영화 OST 감상실이 마련돼 있어요. 원하는 영화의 OST를 검색해서 데스크에 이야기하면 안내 직원이 음반을 꺼내줍니다. 이걸 들고 감상실로 가서 음반을 틀고 헤드폰을 연결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공짜 영화 관람에 인터넷 서핑부터 음악 감상까지. 대단하지 않나요? 더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진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어요! 

독립영화부터 명작 영화, 진짜 영화관에서 본다! 무료로! 

영상자료원 지하 1층에는 진짜 영화 상영관이 있습니다.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관람료가 무료입니다! 시설은 C사나 M사 혹은 L사의 극장 못지않은 영화 상영관인데도 말이죠! 이 곳에서는 주로 일반 멀티플렉스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들이 주로 상영되고요 그 외로는 유명 감독의 명작들이 상영됩니다. 영화 상영 목록은 영상 자료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고 발권도 가능합니다. 현장 발권도 되고요. 무. 료. 로. 상영관은 총 2곳이며 영화 상영은 2시~3시에 시작됩니다. 한 상영관에서 하루에 3편의 영화가 상영되고요.  

▲ 영상자료원 상영관 시네마테크 KOFA.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 영상자료원 상영관 시네마테크 KOFA 영화관 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영화 관람을 마치고 배가 고파졌다면, 1층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 곳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드리려고 취재를 마치고 나니 문득 기자는 혼자인 자신이 살짝 서글퍼졌습니다. 취재에 동행한 여자친구가 있는 후배 사진기자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라고 감탄을 하고 있네요. 

혼자 와도 좋고 커플이 오면 좋은 가성비의 끝 '문화 핫 플레이스' 한국 영상자료원, 여러분도 꼭 한번 와보세요! 

아 참고로, 추석 연휴에는 휴관합니다. 그러면 왜 이 기사를 하필이면 추석 연휴에 맞춰 썼냐고요? 그런 의문이 드는 분들은 이 기사의 도입 부분을 다시 읽어보세요.  

▲ 한국 영상자료원은 지하철 6호선,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9번 출구에서 나와 상암 MBC나 CJ ENM센터 방향으로 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