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일본의 농업·농촌은 농업종사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에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업 총생산액과 농가소득 모두 감소 추세에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 정부와 관련 업계가 ‘스마트농업’ 분야에 주목한 가운데, 농업 클라우드·GPS 시스템 등 다양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일본의 스마트농업 시장규모는 2022년 약 3300억 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세 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파나소닉의 토마토 자동수확 로봇. 출처=Panasonic

고령화·농업 종사자 수 감소 등
농업문제 해결책으로 주목
클라우드·로봇·빅데이터 등 속속 도입
파나소닉·토요타 등 대기업 진출 활발
2023년 3300억 원 규모 전망

▲ 얀마·홋카이도대학이 공동 개발한 자동주행 트랙터. 출처=Yammer

일본 정부, 스마트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주목

일본 농림수산성·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농업 종사자 수는 2016년 158만6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20년 전인 1995년(256만 명)과 비교해 100만 명 정도가 감소한 수치다. 반면에 농업 종사자의 평균연령은 1995년 59.6세에서 2005년 64.2세, 2016년 66.8세로 점차 높아지면서 2000년대 이후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일본 농업 총생산액은 1995년 10조4400억 엔에서 20년이 지난 2015년 8조7900억 엔으로 18% 이상 감소했고, 농경지면적 또한 같은 해 538만 헥타르(ha)에서 450만 헥타르로 16% 이상 줄었다.

일본 농업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 후계자 부재로 인한 일손부족,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심화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등이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농업 현장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농업 자동화와 수익증대를 위한 비용절감, 고부가가치 창출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일본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면서, 농업을 향후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スマート農業)’을 추진 중에 있다. 농업 기계화·자동화로 노동력과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고도의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재배규모의 대형화를 통해 자국 농산물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수출확대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 일본의 스마트시장 규모. 자료 출처=일본 야노경제연구소
▲ 일본의 농업 종사자 수 추이. 자료출처=일본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일본 농림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농업 도입

일본 정부는 2016년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로드맵인 ‘일본 재흥전략 2016’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농림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삼고, 이를 위해 스마트농업의 도입을 언급했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숙련되지 못한 사람도 농업용 기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GPS 자동운전 보조장치 보급 추진을 목표로, 산학 연계를 통해 해외제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밀도가 높은 GPS를 활용한 트랙터의 자동주행 시스템 실용화와 농업 분야에서의 IT 시스템·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 등의 기술 활용 촉진이 구체적인 실행과제로 명시됐다. 

2023년 일본 스마트농업 시장규모, 2015년 대비 세 배 이상 성장

그동안 일본 농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품업체나 공공사업의 감소에 따른 건설업체들이 경영 다각화의 일환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매업·제조업·IT·금융·운수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일본의 스마트농업 분야를 새로운 미래 비즈니스 기회로 삼고, ICT·로봇기술 등을 농업에 적용하는 형태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야노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농업에 관한 조사결과 2017’에 따르면 일본의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는 2015년 97억2400만 엔(한화 액 962억 원)에서 2018년 141억7900만 엔(잠정치·약 1402억 원), 2023년 333억3900만 엔(잠정치·약 3300억 원) 등 10년이 채 안 돼서 관련 시장이 세 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토요타의 풍작계획 서비스. 출처=Toyota

농업 클라우드·센서·GPS 등이 핵심 분야

일본의 스마트농업에서 비중이 큰 분야는 크게 농업 클라우드(Cloud)와 농업용 센서, 시설원예·환경제어, GPS 시스템 등이 있다.

농업 클라우드 서비스는 농작물의 생산·유통·판매관리·농장경영을 지원하는 도구로써, 기존의 농업 종사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온 생산 노하우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수집·분석했기 때문에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주로 식물공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농업용 센서·네트워크 시스템은 온·습도와 토양의 수분함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카메라를 서버에 접속시켜 농작물의 생육 측정과 데이터 축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원거리에서도 농장의 기후·기상정보와 농작물 생육 상황 등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시설원예·환경제어는 온실농장 외·내부 기온과 습도, 이산화탄소 함량, 강수량을 비롯한 환경요소를 실시간 측정해 냉·난방기기와 환기, 차광 등을 적절하게 제어함으로써 농작물 생육이 최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자동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일본시장에서는 온·습도와 일조량 등을 중점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GPS 시스템은 GPS 위성이 발신하는 신호를 트랙터·콤바인 등 농기계에 설치된 안테나가 수신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운전석 모니터에 실시간 표시함으로써 농기계의 자동주행과 작동을 원격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GPS 시스템은 일본 농업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외에 파종과 농약·비료 살포 등에 사용할 농업용 드론, 수확 적기의 농작물을 선별 수확하는 수확용 로봇, 축산업의 생산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ICT를 활용한 계획 가축번식을 지원하는 솔루션, 농업생산법인의 회계업무를 ICT로 지원하는 솔루션 등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다.

▲ 구보타의 농기계 자동 조타 시스템이 장착된 트랙터. 출처=Kubota

자동주행 트랙터·수확용 로봇 등 연구개발

일본의 스마트농업 시장은 ICT와 전기전자, 기계 분야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학 등 연구기관과의 협업도 활발한 편이다. 최근에 출시되거나 개발 중인 스마트농업 기기의 트렌드는 작업 효율성의 극대화, 대규모 생산, 작물 품질 개선, 누구나 참여 가능한 손쉬운 농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생산성과 작업 효율성을 개선하는 사례로 파나소닉(Panasonic)의 ‘토마토 자동수확 로봇’을 꼽을 수 있다. 토마토 하나하나를 자동으로 판별해 숙기가 적절한 과실만 수확하는 것이 특징이며, 노동력 부족에 도움을 주는 한편 야간작업도 가능하다.

얀마(Yammer)와 홋카이도대학(Hokkaido University)이 공동 연구·개발한 ‘자동주행 트랙터는 한 사람이 두 대의 트랙터를 동시 조작가능한데, 인력비용 절감과 작업면적 확대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후지쯔(Fujitsu)의 농장경영 지원 시스템은 스마트폰·태블릿 PC를 활용해 작업 실적을 입력하면, 축적된 실적과 센서 데이터 등을 분석해 농장과 작물별 비용 구조를 한 눈에 알기 쉽게 구현한 것이다. 이는 감각에 의존하기 쉬운 농장경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구보타(Kuboto)는 GPS를 활용한 농기계 자동 조타 시스템을 개발했다. 구보타의 농기계 자동 조타 시스템은 트랙터, 이양기 등의 농기계를 자동운행할 수 있으며, 오차범위 10cm 미만의 정밀작업도 가능하다. 또한 야간작업과 비숙련자의 작업 투입이 가능하며, 낙수 등 안전사고 방지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Toyota)의 풍작계획(豊作計画) 서비스는 자동차 제조 노하우를 농업에 응용한 사례로,농사 계획을 자동 작성하고 진행 상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작업 데이터와 수확한 작물의 수량, 품질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 높은 쌀을 생산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