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만 20세에서 44세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7%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 통화(81.6%)나 소셜미디어(80.3%)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후문이다.

스마트폰 사진에 대한 호불호도 조사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다수의 응답자가 본인이 촬영한 사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심령사진처럼 흔들리고 뿌옇게 찍혔을 때(68.5%) ▲맨눈으로 보는 것처럼 풍경을 넓게 담지 못할 때(62.8%)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본인의 사진 촬영 기술이 부족해 자책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다양한 스펙을 보지만, 카메라 기능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다.

▲ P20에 트리플 카메라가 지원됐다. 출처=화웨이

삼성과 화웨이의 경쟁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중 카메라의 숫자만 기준으로 삼으면, 선두주자는 중국의 화웨이다.

화웨이는 올해 3월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화웨이 P20(HUAWEI P20)와 화웨이 P20 프로(HUAWEI P20 Pro)를 공개했다.

리처드 위(Richard Yu)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는 디자인과 혁신에 대한 접근 방식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면서  "화웨이 P20 시리즈는 라이카와의 협력을 토대로 개발되었으며, 화웨이 P20 프로의 트리플 카메라 및 화웨이 P20의 프리미엄 듀얼 카메라, 그리고 두 스마트폰 모두에 적용된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로 사용자들은 보다 선명하고 현실감 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전 포인트는 카메라 기능이다. 특히 독일 라이카와의 협력이 눈길을 끈다.

화웨이는 지난 2016년 라이카와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 랩(Max Berek Innovation Lab)을 공동 설립하고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함께 광학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기술 협력을 발표하는 한편 2016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라이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화웨이 P9, P9 플러스 스마트폰에 라이카의 기술력이 들어간 상태에서 이뤄진 합의다.

▲ 화웨이는 라이카와 협력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R&D센터는 라이카 본사가 소재한 독일 웨츨러(Wetzlar)에 마련됐으며 광학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개발을 도모하는 한편 사진 및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 전반의 이미지 품질을 한층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라이카와 만난 화웨이 P20 프로는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40MP RGB 센서, 20MP 흑백 센서, 8MP 망원 센서가 지원되며  온도 센서(a color temperature sensor)도 탑재되며 와이드 조리개도 탑재됐다. 최대 5배의 하이브리드 줌 장거리 사진 촬영도 가능하며 고감도 이미지 센서로 ISO 102400까지의 저조도 사진도 포착 가능하다. 960fps 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을 통해 울트라 스냅 샷도 가능하다. P20와 화웨이 P20 프로 모두 24MP 셀피(selfie) 카메라를 탑재했다.

화웨이는 내달 16일 런던에서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메이트20을 공개할 예정이다. 제품 후면에 역시 트리플 카메라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P20 프로에 트리플 카메라가 수직으로 들어갔다면 메이트20에는 플래시 라이트와 함께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내달 출시되는 갤럭시A7에 트리플 카메라를 처음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블루와 블랙, 골드, 핑크 4가지 컬러며 각 지역마다 출시되는 라인업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미정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갤럭시S, 갤럭시노트에 들어가지 않는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 변화와 관련이 있다.

▲ 갤럭시A7에 트리플 카메라가 들어간다. 출처=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4일(현지시각) 미국 CNBC 인터뷰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먼저 신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신기술을 도입한 후 후속 중저가 라인업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갤럭시노트에 최신 기술을 넣은 후 후속으로 나오는 갤럭시A에도 이어가는 전략이다.

고 사장의 전략은 기존 제조사의 전략과 180도 다른 파격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시장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신진시장인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아직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넣는 방식을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좌우하는 중국 제조사들과 점유율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신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인도 시장은 프리미엄의 삼성전자와 중저가의 샤오미가 치열한 격전을 펼치는 곳이다. 샤오미가 최근 스냅드래곤845가 들어간 포코F1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넣어 맞불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도입하며 가격을 낮추고 점유율 경쟁에 돌입하면 샤오미처럼 소프트웨어 파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이 느슨해지며 자체 운영체제와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단말기의 확산이 필수며, 갤럭시 중저가 스마트폰의 전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A7 카메라는 화각 120도, 초광각 800만 화소를 지원하며 전면 2400만과 500만 화소 카메라가 들어간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4개의 픽셀을 하나로 합칠 수 있고 자유롭게 보케 효과 등을 작동할 수 있다. 인물의 좌우 혹은 전면에 조명 효과를 줄 수 있는 ‘프로 라이팅(Pro Lighting)’ 기능도 지원된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며 돌비 애트모스 기능도 지원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달 트리플 카메라를 넘어 4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카메라 전쟁에 이어 폴더블 스마트폰 경젱에도 나서고 있다. 고 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두고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장성을 확인했으며 "지금 폴더블 스마트폰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F다. 고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철학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펼쳤을 때 기존 단말기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가 왜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플립폰과는 차원이 다른, 단말기를 접었을 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화웨이도 시동을 걸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16일 독일 빌트지와 인터뷰에서 "연내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이라면서 "향후 폴더블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작기 때문에 화웨이가 폴더블폰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다. 연구개발 센터의 CTO가 직접 화웨이 폴더블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폴딩 방식에 5G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위 CEO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삼성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는 자심감도 보였다. 메이트20 공개 현장에서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 폴더블 경쟁도 치열하다. 출처=삼성

LG는 무려 5개...애플은?
LG전자는 내달 4일 서울에서 신형 스마트폰 LG V40 씽큐를 공개한다. 미국에서도 3일 오후 5시 LG V40 씽큐를 공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무려 5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공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 LG V40 씽큐는 5개의 카메라가 탑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LG전자

초청장에 힌트가 있다. 초청장은 1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 형태로 구성됐다. 하나의 피사체를 표준, 초광각, 망원 등 3개의 화각(畵角)과 아웃포커스로 촬영해 한층 강력해진 카메라 성능을 암시한다. 동영상을 중심에 둔 멀티 미디어 사용자 경험이 핵심으로 보인다. LG전자 특유의 멀티 미디어 전략이다.

▲ 신형 아이폰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애플은 다소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신형 아이폰에 트리플 카메라를 지원하지 않았다. 아이폰XS 시리즈에 듀얼 카메라를, 아이폰XR에는 싱글 카메라만 적용했다. 카메라 숫자를 늘리는 대신 페이스ID 등 다양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모양새지만, 내년에는 첫 트리플 카메라 아이폰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