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베란다에 가을볕이 좋습니다.

집사람이 꽃을 퍽 좋아합니다.

계절에 맞는 꽃다발을 좋아했지만,

언제부턴가 화분에 담긴 꽃을 더 좋아합니다.

그 이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거실에,베란다에

화분을 놓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베란다와 거실에 세 종류 실제 꽃이 피어있고,

방문과 거실등의 구석마다 여러 종류 조화들이 피어있습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게 있고, 그걸 아는 것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가끔 충돌시 화해의 통로도 될 수 있고,

밑도 끝도 없지만,수다의 소재로 확장되기도 하니까요.

나중 아내가 먼저 떠나면 좋아하는 꽃으로 장식해주겠다고 하면,

목련 한 그루만 심어달라고 하는 식입니다.

현재 거실에 노란 국화 꽃이 피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이렇게 국화꽃으로 3개월여는 밝혀온지

십여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국화꽃이 거실을 장식하면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얘기하는 수준이 되었고,

마음판에도 심겨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가을 내가 국화를 별로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몇 번씩은 가게 되는 장례식장에서 국화꽃을 많이 보아왔는데,

자꾸 그 기억이 따라오는 겁니다.

그래서 슬쩍 국화꽃을 베란다로 안보이게 내어 놓았습니다.

그런 내 마음의 작은 역동을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어느 문인이 일기를 쓰는 습관에 대해 말했습니다.

기분 좋지 않았던 날의 기억은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것은 과거의 내가

일기를 다시 읽을 미래의 나를 배려한 것이라며.

공감되시나요?

이밤 산책 후에 슬쩍 국화를 거실로 다시 들여 놓아야겠습니다.

나의 배려로 집사람이나 아이들의 국화꽃 가을 잔치가 더 이어질 수 있겠지요.

또 내게도 저 국화는 장례식장 꽃을 넘어

다른 의미의 꽃으로 다가올 미래의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 문인의 일기 습관이 나를 환하게 한 것 같습니다.

역시 가을은 생각이 많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