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비싼 시계를 사서 내 마음대로 꾸미는 것. ‘튜닝’은 시계를 즐기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보통 시계 튜닝은 겉모습을 꾸미는 것에 한정돼 있었다. 다이얼 색을 바꾸거나 스트랩을 교체하고 백 케이스에 나만의 문구를 새겨 넣는 식 말이다. 한 발짝 더 나가면 케이스 컬러를 변경하거나 핸즈와 인덱스를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여기,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능까지 튜닝한 시계가 등장했다.

▲ 라벨 누와흐가 롤렉스 투르비옹을 선보였다. 출처=라벨 누와흐

스위스 시계 커스텀 브랜드 라벨 누와흐(Label Noir)가 롤렉스 투르비옹을 선보였다. 참고로 롤렉스는 투르비옹 시계를 만들지 않는다. 라벨 누와흐는 롤렉스 투르비옹을 제작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롤렉스 밀가우스를 선택했다. 밀가우스는 1,000가우스의 자기장에도 끄떡없는 항자성 시계다. 라벨 누와흐는 우선 겉모습부터 손을 봤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같은 소재의 브레이슬릿엔 블랙 ADLC(Anamorphous Diamond-Like Carbon) 코팅을 더했다. ADLC는 일반적인 DLC 코팅보타 표면 경도가 높아 흠집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핸즈와 인덱스, 다이얼 역시 새카만 외관에 어울리게 수정했다.

 

▲ 6시 방향에 투르비옹이 장착돼 있다. 출처=라벨 누와흐
▲ 롤렉스 투르비옹의 백 케이스. 출처=라벨 누와흐

디자인 변신도 인상적이지만 압권은 역시 6시 방향의 투르비옹이다. 투르비옹은 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상쇄하는 장치로, 투르비옹이 들어가면 가격에 0이 하나 더 붙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최고급 시계 제조 기술로 꼽힌다. 라벨 누와흐는 롤렉스 정품 무브먼트인 칼리버 3131을 수정해 투르비옹 무브먼트를 완성했다. 총 51개의 부품이 제거됐고, 2개 부품을 수정했으며, 94개 부품을 새롭게 추가했다. 기존 28,000vph의 진동수는 21,600vph로 다소 떨어졌다. 투르비옹은 1분에 한 번씩 회전한다. 무브먼트와 디자인을 수정했지만 시계의 직경과 두께는 기존과 동일하다. 최대 100m까지 방수 가능하며 보증 기간은 최대 5년이다.

▲ 롤렉스 밀가우스가 투르비옹을 품고 다시 태어났다. 출처=라벨 누와흐

라벨 누와흐는 롤렉스 투르비옹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비슷한 튜닝을 원한다면 약 3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라벨 누와흐의 롤렉스 투르비옹은 베이스로 한 롤렉스 밀가우스를 제외하곤 롤렉스 정식 제품이 아니며 롤렉스의 인증이나 승인을 받은 시계도 아니다. 시계 애호가들은 라벨 누와흐의 롤렉스 투르비옹을 두고 ‘기술적인 도전이다’, ‘재미있는 시도다’, ‘브랜드 홍보다’라며 여러 말들을 풀어놓았다. 부정적인 시선도,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인상적인 시도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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