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서울·수도권 공공택지개발 계획 30곳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공급 대책이 과거 투기를 조장했던 판교와 다를 바 없는 공급확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정의정책연구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부동산 늪에 빠진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 현재 정부의 공급 접근 방식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이 날 토론회는 정혜연 정의당 부패표의 사회를 시작으로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팀장이 ‘부동산 늪에 빠진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를 놓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에는 김정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가 각각 토론에 나섰다.

김성달 팀장은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 올라가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문재인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며 토론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 여부와 서울·수도권 택지 개발 안이었다.

김 팀장은 “9.13대책에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겠다는 말만 했다”라면서 “공시가격 현실화는 제일 중요한 과제인데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만큼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세제 측면에서 제시한 대책은 공시가격 현실화가 아닌 대부분이 종합부동산세에 집중돼있다. 주택 종부세를 현재 0.5%~2.0%에서 1주택자는 0.5%~2.7%,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0.5%~3.2%로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이다 주이다.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주택자 또는 서울 조정지역 내 2주택 이상 소유하고 아파트 합산시가가 30억원일 경우 종부세액은 현재 554만원에서 1271만원으로 증가한다. 고가·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의도가 들어가있지만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액 증가가 미미할 뿐 아니라 종부세 인상 대상이 주택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발표한 종부세 부과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1조5000억원 중 법인 부담은 1조1000억원, 개인부담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 재벌 등 기업들이 소유한 부동산은 주택이 아닌 별도합산토지나 종합한산토지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부가 기업의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주택에만 세율을 인상한 것이다.

김 팀장은 “기업이 갖고 있는 부동산은 세율인상을 하지 않다보니 법인들이 비업무용 토지 보유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시가격 개선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아파트는 극히 일부 고가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지방이나 서울이나 모두 시세를 70% 반영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2015년 10조5000억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전 한전부지)는 3년이 지났지만 공시가격이 여전히 2조6580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했다. 공시가격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올초 보유세 강화를 위한 재정개혁 TF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제외했으며 9.13대책 역시 ‘점진적 개선’이란 표현에 그쳤다.

김 팀장은 “정부는 상업·업무용 토지 등 부동산에 대한 실거래가를 매년 공개하는등 DB를 가지고 있지만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여전히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서울·수도권 택지개발 계획 역시 결국 투기를 조장했던 판교와 위례의 선례를 따를 것이란 우려도 이어졌다.

김 팀장은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공급이 필요한지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면서 “집값을 잡기 위한 분명한 목적이 필요한 만큼 투명한 분양원가를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값싸고 질 좋은 토지임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주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 팀장은 “강남 서초 보금자리주택에 마련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주택은 임대기간 최장 80년까지 보장되며 25평 기준 건축비 1억4000만원에 토지임대료 월 32만원만 부담하면 입주가 가능하다”면서 “주변 집값이 3.3㎡당 4000만원대인 상황에서 반의 반값도 안되는 값싼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공급이 된다면 기존 아파트의 공급이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강남집값 잡기 프레임에 갇혀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목표인 주거복지향상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 교수는 “현 당국의 사고방식은 전국 최고봉인 강남집값을 누름으로써 이 아래에서 피라미드 체계를 이루고 있는 나머지 지역 집값도 차례로 안정시켜 서민주거에 이르겠다는 것”이라면서 “이 사고틀에 따르면 강남집값을 안정시키기 못하면 서민 주거복지도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내심 고가주택의 가격을 20~30% 내리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면 그렇게 가격을 내림으로써 고가주택으로 옮겨 가고자 하는 중산층 상층부 욕구를 채워주는데 그칠 수 있다”면서 “서민 주거조건 개선과 주거비 부담 감소 등 주거복지 문제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거복지의 핵심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재고비율은 여전히 OECD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거급여제도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저소득 가구의 2/3가 공공지원을 받지 못한다.

유 교수는 “강남집값과의 싸움에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상습적 침수지역 주택, 반지하 주거,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 주거조건을 구비하지 못한 주택 등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태며 수백만호의 불량 주택들이 존재한다”면서 “서민 주거문제와 강남집값 문제를 분리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바라봤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더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최고 세율이 3%였는데 현재 정부는 이보다 0.2%포인트 오른 3.2%를 제시했다”면서 “단 0.2%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몇 주만에 몇억씩 오르는 서울 집값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집값 안정보다는 30만호 미니 신도시 건설이 이번 대책의 목적 같다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책이 과거 투기를 조장했던 판교와 다를 바 없는 공급확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정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최고 세율이 3%였는데 현재 정부는 이보다 0.2%포인트 오른 3.2%를 제시했다”면서 “단 0.2%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몇 주만에 몇억씩 오르는 서울 집값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집값 안정보다는 30만호 미니 신도시 건설이 이번 대책의 목적 같다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