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따뜻한 음료 시장은 코카콜라가 글로벌 브랜드로 갖고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코스타는 우리가 커피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31일 영국 커피브랜드 코스타 커피를 51억달러(5조69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 말이다. 차가운 콜라를 앞세워 성장해온 코카콜라가 뜨거운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디즈니는 창립 63년 만에 디즈니랜드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네슬레는 포장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맥주회사들은 줄어드는 수요 때문에 마리화나 음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우물’론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고 성장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몸부림이다.

▲ 글로벌 기업들이 본업이 아닌 주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우물’론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고 성장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몸부림이다. 출처= 각 사

코카콜라는 세계 2위 커피 전문점인 코스타 커피를 인수한다고 지난 8월 31일 발표했다. 코스타 커피는 스타벅스에 이은 세계 2위 커피 전문점이다. 영국에 2400개, 이외 31개국에 1400개 매장이 있다.

코스타 커피 인수는 코카콜라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2007년 역대 최대인 41억달러짜리 글라소(비타민워터 브랜드) 인수보다 10억달러(약 1조1210억원) 더 들였다. 코카콜라가 커피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청량음료 시장의 분위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의 주력인 콜라 등 청량음료는 필라델피아 등 미국 일부 지역과 영국, 멕시코 등에서 당분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설탕세’를 얻어맞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 등으로 수요도 줄고 있다.

커피 시장은 정반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판매는 2022년까지 1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슬레는 지난해 9월 5억2500만달러(약 5885억원)에 블루보틀 커피를 인수했다. 지난 8월 29일에는 71억5000만달러(약 8조152억원)에 스타벅스 포장 제품을 팔 권리를 확보했다. 펩시코는 최근 급성장하는 스파클링워터 시장을 잡기 위해 소다스트림을 32억달러(약 3조5872억원)에 인수했다.

코카콜라는 9월 17일 마리화나를 주입한 건강음료 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마리화나 제조사인 오로라 캐너스비가 환각효과가 없는 마리화나에서 추출한 고체 성분인 CBD(캐너비디올)를 이용해 염증, 통증, 경련 등에 작용하는 일종의 건강음료 개발을 논의 중이다. 생존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이 마실 수 있는 건강 음료에 마리화나 성분을 첨가하는 것은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기업 윤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험한 선택을 한 건 코카콜라만이 아니다. 역시 수요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맥주업계도 마리화나 성분을 주원료로 한 음료 생산에 나섰다. 코로나 맥주를 만드는 콘스텔레이션 브랜드가 세계 최대 마리화나 제주업체인 캐노피 그로스에 40억달러(약 4조4700억원)를 투자했다. 캐나다 최대 맥주회사 몰슨 쿠어스도 마리화나 음료를 생산하기 위해 지난 8월 1일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업체인 하리드로포티카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기네스 맥주 등으로 유명한 디아지오 역시 마리화나 재배업체에 투자할 계획이다.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소유한 미국 콘스텔레이션브랜즈는 캐나다의 마리화나 업체인 캐노피 그로스에 42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39%를 확보했다. 마리화나가 포함된 무알코올 음료를 만들어 내놓을 계획이다.

주류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마리화나 시장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술과 마리화나가 서로 강력한 대체제 역할을 한다는 연구 때문이다. 알베르토 총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한 지역의 주류 판매량이 10년 평균(2006~2015년)보다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화나를 금지하고 있는 지역도 합법화된 지역 경계에 있는 마을은 주류 판매량이 같은 기간 20% 이상 감소했다. 마리화나 시장이 커지는 만큼 주류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2일 가족형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는 자체 블로그에서 “내년에 개장하는 새 놀이기구 ‘스타워즈:갤럭시즈 에지’ 안에 있는 주점 ‘오가스 칸티나’에서 맥주와 와인, 칵테일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즈 제이거 대변인은 “고객 취향에 맞춰 알코올 음료나 무알코올 음료를 모두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형 테마파크를 지향해 술 판매를 막아온 월트디즈니는 미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에서 내년부터 주류를 팔기로 했다. 디즈니랜드에서 술을 파는 건 63년 만에 처음이다. 디즈니랜드는 대주주인 월드디즈니 가문의 엄격한 주류 판매 금지 방침 때문에 알코올 음료 취급을 금기시해왔다. 방침을 바꾼 건 살아남기 위한 조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거나 혁신적 기술·제품을 사들여야 한다”면서 “펩시코가 소다스트림을 인수한 것처럼 음료업계의 M&A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외도는 글로벌 기업만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도 장기화된 경기 불황 속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리온은 ‘제과’를 대표하는 간판 기업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최근 외도가 잇따르고 있다. 저출산과 내수 위축이 이어지면서 이전 사업 구조로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간판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7월 건강기능식품과 음료 사업에 출사표를 내고 종합 식품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16년 제주용암수의 지분 60%를 21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오리온은 다음해 미네랄 음료 출시를 목표로 3000억원을 투자해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동남아 영업망을 활용해 음료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오리온은 3조원 규모의 간편대용식 시장에도 진출했다. 오리온은 지난 2016년 농협과 손잡고 간편대용식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케이푸드’를 설립하고 지난 7월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론칭했다. 마켓오 네이처의 간편대용식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를 돌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편의점 사업을 전개하는 GS리테일은 VR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업계 내 상위 업체지만 최근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1분기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고 최근 최저임금까지 큰 폭으로 인상돼 경영에 어려움이 따른 탓이다.

GS리테일은 KT와 손을 잡고 지난 3월 신촌, 6월에는 건대에 VR게임방 ‘브라이트’ 1,2호점을 선보였다. 그간 편의점사업을 통한 상권분석 능력을 살려 게임방의 입지를 선정했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가상현실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GS리테일도 신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GS리테일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부동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GS리테일과 이지스자산운용은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위한 부동산펀드를 조성했다.

그간 홈쇼핑 시장은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높은 진입장벽과 더불어 다양한 온라인 유통채널의 범람으로 출혈경쟁에 내몰린 상태다. 구 CJ오쇼핑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CJ E&M과의 합병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생존을 위한 사업 다각화가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서희건설은 그동안 쌓은 역량과 내실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성을 지닌 편의점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장기간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하우를 갖춘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다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업체인 서희건설은 지난 2015년 9월 로그인 점포 96개를 인수하면서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업계 상위 3개 업체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편의점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다.

서희건설은 첫해 편의점 가맹본부와 달리 고정 월회비 사업모델을 도입하는 등 가맹점주들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을 무기로 그해 가맹점을 138개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편의점 업체들이 PB(자체 제작 브랜드) 제품을 다수 늘리면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로그인이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 개의 가맹점을 관리해야 하는 편의점 사업은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조차 위드미(현 emart24)를 통해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지만 어려움을 겪은 만큼, 한우물만 파는 것은 성장 한계에 부딪칠 수 있지만 사업의 다각화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