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 완화와 관련한 쟁점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인터넷은행 특례법 관련 발언을 한 지 44일만이다. 투표 결과 재석 191인 중 찬성은 145인, 반대는 26인, 기권은 20인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보유제한을 34%로 상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례법 제정안의 핵심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율(의결권 기준)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4%에서 34%로 완화하고, 재벌의 사금고화 논란을 감안해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단,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의 경우 시행령에 규정해 대주주 자격을 허용한다.

케이뱅크 분기별 ROA 구성 추이와 연체율·대손비용률 추이. 출처=키움증권

이번 특례법 통과를 가장 환영한 곳은 케이뱅크(K뱅크)로 최대주주가 산업자본인 KT이기 때문이다. 자본확충을 위해 지난 7월 1500억원을 목표로 추진한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외면으로 3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그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이슈로 인해 회사 경영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특례법 통과로 KT는 조속히 증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반대표를 행사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초 재벌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배제를 전제로 혁신 ICT기업에게만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는 것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그러나 입법취지는 사라지고, 법률에는 막연한 문구만을 규정하고 중요한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례법 시행, 인터넷 은행 성장 제한 요인 완화, 기존은행 수익성 별 영향 없어

KB증권은 이번 인터넷은행 특례법 통과가 현재 기존 은행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기준 인터넷은행과 4대 시중은행의 주요 경영지표 비교. 출처=참여연대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율이 변화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기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율은 50.0%에서 34.0%로 낮아지고, 카카오의 지분율은 18.0%에서 34.0%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산분리 규제가 카카오뱅크의 자본조달 과정에서 일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특례법 시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제한 요인이 일부 완화될 것이란 의견이다.

유 연구원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사업모델이 여전히 예대업무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며 "예대업무 특성상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현 제도하에서 ICT기업의 대규모 자본참여는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다양한 사업모델의 개발과 확장, 리스크관리능력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며 "경쟁환경과 자본규모 등을 감안할 때 현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단체 "은산분리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문제"

은산분리 관련 사항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비판적인 입장이다.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핵심 쟁점인 은산분리 규제완화 대상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이 문제"라면서 "시행령에는 정보통신업 비중이 높으면 재벌에게도 은행 소유를 허용함으로써 정보통신업 비중 요건이 경제력 집중 억제 요건에 우선하도록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성명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허용을 위해 국회가 개별 회사를 위해 원칙을 깨면서 무리한 입법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은행법이 준용하는 은행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당 회사가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또는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대주주가 될 수 없다. KT의 경우 지하철 광고 IT 시스템 입찰담합 건과 관련 2016년 9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법상 한도초과보유주주의 초과보유 요건을 가져오면서 적용대상 법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추가해 대주주 요건을 강화한 듯 보인다"며 "그러나 해당 위반 등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법에도 없는 금융위의 재량권을 산업자본에 대해 허용한 이유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KT에게 대주주 자격을 인정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례법이 통과됨에 따라 금융위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판단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진행한다. 통과하면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이 가능해져 건전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심사를 통과하지 못 할 경우 케이뱅크의 순손실은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