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은 악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도하고 무모한 성형수술은 악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그리고 적절하게, 성공적으로 시행된 성형수술은 그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컴플렉스였던 부분을 개선해서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

돌출입수술이 비단 수능을 본 수험생 시기, 연애하기 좋은 20대 시절, 실력도 좋은 인상도 중요한 취업준비생 시기, 결혼을 앞둔 시기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이미 만나고 아이도 낳아 키우는 30대, 40대, 50대에서도 많은 이유 중 하나다. 누구에게나 평생, 한 번은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두 아이를 둔 40세의 여성이 필자를 찾아와 돌출입수술을 받았다.

돌출입 수술 계획이나 과정, 혹은 탁월한 돌출입 수술효과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필자가 지향하는 병원은 수술공장이 아니라 삶이 아름다워지는 곳이다.

40세의 K씨는 어둡고 지쳐보였다. 나중에 그녀가 필자에게 건넨 편지 속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그때의 자신은 늦가을의 바싹 말라버린 낙엽과 같았다고 한다.

힘들게 살아왔던 K씨를 더욱 지치게 한 것은, 20여년 전 무책임하게 가족을 떠난 아버지가 갑자기 1년 전 K씨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였다.

K씨는 20여년 전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장녀이자 소녀가장으로 많은 것을 희생하며 동생들의 학업과 결혼까지 모두 책임져 왔다고 한다. 이제서야 좀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나 했던 순간, 아버지가 불치의 병을 안고 나타나서는 얼마 후 의식불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K씨는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저버리지 못하고 막대한 중환자실 비용을 부담하며, 식물인간 상태인 친부의 사망선고만 기다리는 괴로움을 버티면서 그렇게 낙엽처럼 타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치아가 빠져버려도 식구들을 먼저 챙기느라 뒤로 미룰 만큼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하던 K씨는, 이윽고 다른 치아까지 고장이 나면서 할 수 없이 치과를 찾아갔다가 치아교정을 하라는 권유를 받게 되었다. 평생 자신에게는 인색했던 K씨는 진저리날 만큼 해온 희생의 반대급부로, 그리고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아버지와 똑같이 닮은 자신의 입매가 싫어 홧김에 발치 교정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교정 계획을 포기하고 필자를 찾아와 돌출입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후일 그녀는 돌출입 수술을 쉽게 결정했던 것은 필자로부터 무언가 강하게 이끄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어떤 힘을 전했는지는 잘 모른다. 필자가 상담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필자가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준 것뿐이다. 물론 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필자의 마음 속 진심까지 읽어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K씨는 수술하는 날, 어디 가느냐고 묻는 아들과 딸을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가 엄마를 사랑하러 병원에 다녀올게.”

이 말을 듣는 순간, 흰 가운을 입은 필자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 어머니… 평생토록 자신을 사랑할 틈이 없었던, 어머니.

사랑받기보다는 사랑을 주며 살아온 삶.

긴 세월의 무게를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희생하며 살아온 아픔.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다시 받아 안고 죽음을 기다리는 모진 운명 속에서,

이제 생애 처음으로 지친 자신을 사랑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그녀에게 필자가 집도한 돌출입 수술이란 그동안 해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사랑’이란 이름이었으며, 그만큼 그녀의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돌출입 수술 후 3주쯤, K씨는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찌할 바 몰랐지만, 상을 치르고 납골당에 모실 때에는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고 한다. 비록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지만,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아버지를 저버리지 않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큰 딸로서 거두어 드렸다는 생각에 안도했다고 한다.

그날 밤, 그녀의 꿈 속에 나타난 아버지는 ‘잘했다’고 하시더니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돌봐 준 일, 그리고 K씨 스스로에게 돌출입 수술이란 선물을 해준 일 모두를 잘했다고 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K씨의 낯빛에 봄이 왔다. 메마름 대신 온화로움이 가득했다.

그녀가 병원에 마지막으로 왔을 때, 손수 담근 유자차와 모과차를 가지고 왔다. 살림의 여왕다운 선물이었다. 감사편지에는 돌출입으로 늘 자신감 없이 지내는 사람들의 오아시스가 되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필자의 병원이 환자들에게 안식과 위로와 치유가 있는 오아시스이길 바란다. 생애 처음으로 엄마가 엄마를 사랑하는 날, 필자가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을 감사히 여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그리고 K씨의 앞날을 축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