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주식, 보통의 상식> 에드가 와첸하임 지음, 조성숙 옮김, 이콘 펴냄.

‘가치 투자를 시작하는 후배 투자자들에게’라는 부제가 달린 투자지침서다. 저자는 그린헤이븐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손꼽히는 탁월한 투자자라고 한다. 그는 기업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습적 사고에 맞서 독립적 사고를 하라고 조언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직접 체험한 IBM, 유니언 퍼시픽 철도, AIG, 월풀, 보잉,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등에 대한 투자 사례가 소개돼 있다. 그중 IBM 투자 케이스를 보자.

컴퓨터 시장은 IBM이 1952년에 ‘701’ 진공관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경쟁 시장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IBM은 방대하고 우수한 리서치, 엔지니어링, 마케팅, 응용장치 노하우 등 모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IBM은 이후 360 컴퓨터의 성공으로 시장에서 승리했다. 매출은 매년 15% 정도 증가했다. 또 다른 강자인 애플이 애플II로 큰 성공을 거뒀을 때도 IBM은 PC를 출하함으로써 잘 대응했으며, 1980년 이후 매출과 이익은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IBM의 문제는 직원 관리였다. 그들은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상당수의 잉여 직원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본사에서 경쟁 분석, 판매 예측, 부동산 관리 등 중요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결국 IBM의 매출은 높았지만 이익은 높지 않았다.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무 할 일 없이 출근하는 직원들은 가득했다.

투자자인 저자는 이 점이 흥미로웠다. 그는 진지하게 IBM을 분석했다. 특히 불필요한 인력을 포함해 감축할 수 있는 비용을 계산했다. 그에 따른 순이익 증가 효과와 주가 상승까지 추정해봤다. 그의 추정은 옳았다. IBM 루 거스너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루 거스너는 월가의 신망을 얻었고 IBM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이것이 저자의 투자전략이었다. 현실에서는 여러 미진한 점이 있지만 언젠가는 긍정적 변화가 가능한 종목을 미리 매수하고, 그 변화로 발생할 미래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즈음 주식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젊은 투자매니저에게 보내는 저자의 편지가 붙어 있다. 체험을 압축한 24가지 투자 접근법이 자상하다. 다음은 책 속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투자자는 리스크가 높지만 상승 잠재력이 대단히 큰 주식을 매수할지, 리스크는 상당히 낮지만 그만큼 상승 잠재력도 작은 주식을 매수할지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종종 직면한다. 우리의 투자 성향으로 고른다면 리스크가 낮은 주식이다. 우리는 워런 버핏이 말하는 성공 투자의 두 가지 규칙을 신봉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규칙은 영구손실을 피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말라는 것이다.

▲아주 똑똑하고 경험 많은 투자자인데도, 괜찮은 투자전략을 지니고 있는데도 S&P 500 지수를 훌쩍 웃도는 수익을 거두지는 못한다. 왜일까? 성공 투자자에게는 분석보다 행동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공적 투자자는 관습적 지혜에 맞서서 역발상 투자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해야 한다.

▲확률 세계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투자자는 걸핏하면 투자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줄 추가 정보를 원한다. 가끔은 영원히 투자 결정을 미루기만 하다가 기회도 영원히 사라진다.

▲애널리스트들의 종목 발굴 능력이 기준 이하인 경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담당하는 서너 개 회사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깊이 아는 편이다. 그럴지라도 ‘지식’과 ‘판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흔히 빗대는 말로, “지식이란 토마토가 과실임을 아는 것이지만 판단은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서평자주=영국 저널리스트 마일스 킹턴의 말. 원문은 ‘판단’이 아니라 ‘지혜’다).

▲한 업종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때마다 경영진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입니다. 우리 산업은 이미 체계가 잡혀 있으므로 초과 생산시설을 늘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카르텔이 공급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고는 원자재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