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월마트의 매출 5천억 달러 중 500억 달러는 중국 수입품이거나 중국 기업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공급 업체들 중에서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을 사용해 미국에서 조립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다.    출처= blog.walmart.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월마트는 2주 전에 트럼프 행정부에 크리스마스 전구, 샴푸, 개 사료, 매트리스, 가방, 핸드백, 백팩(backpacks), 진공 청소기, 자전거, 요리 그릴, 케이블 코드, 에어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월마트는 미국 무역대표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확대는 소비자, 공급업체, 나아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이 인상되고, 기업과 제조업체들은 높은 관세를 지불해야 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듣지 않았다. 미 행정부는 17일, 24일부터 2000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그것도 연말에는 25%로 높아진다).

결국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관세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월마트가 판매하는 일상 용품들 상당수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인상하거나 세금을 감수하거나

생활공구 판매업체 에이스 하드웨어(Ace Hardware)나 퀼트 재료와 원단을 파는 조앤 패브릭앤 크라프트 스토어(Joann fabric and craft stores) 같은 소매업체들도 미 행정부에 같은 로비 활동을 벌였다.

타겟(Target) 관계자는 “관세는 미국 소비자를 괴롭게 할 뿐”이라며 “미국의 거의 모든 가정이 노트, 계산기, 바인더, 책상 같은 학용품들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이런 회사들의 탄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런 제품들에 관세를 부과했다. 다행히 최종 목록에서 자전거 헬멧, 유아용 높은 의자(high chiar), 카시트, 플레이펜(playpen, 어린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빙 둘러 치는 울타리)는 제외됐다. 애플 워치(Apple Watche)와 에어팟(Air Pods)도 목록에서 빠졌다.

타겟과 월마트는 이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그들은 관세를 마진에 흡수해 스스로 감수하거나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해야 한다.

월마트는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공급업체는 이익이 줄어들 것이고, 소매업체는 더 적은 마진을 보게 될 것이다. 또는 소비자들은 구매를 줄이거나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미소매업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가구에 25% 관세가 부과됨으로써 미국 소비자는 연간 45억 달러(5조원)를 더 지출하게 될 것이며, 가방, 핸드백 같은 여행 품목에 대해서는 12억 달러(1조 3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세탁기는 관세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트럼프 행정부가 올 초에 중국에서 수입되는 세탁기에 2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세탁기의 소비자 가격은 몇 개월에 걸쳐 결국 20% 올랐다.

월마트는 가격 문제로 크게 고민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던슨 리서치(MoffettNathanson Research)의 소매업 애널리스트 그레그 멜리히는 지난 해 월마트의 매출 5천억 달러 중 500억 달러는 중국 수입품이거나 중국 기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소매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고, 주로 저소득층과 중년층 미국인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월마트(Walmart)로서는 가격 인상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 최후 수단이다.

리서치 회사 포레스터(Forrester)의 소매업 애널리스트 수차리타 코달리는 "월마트가 저소득 고객을 위해 값싼 제품을 제공하는 구입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코달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던 상품 카테고리에서 가격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키 장비, 아이스하키 장갑, 야구 글러브 같은 제품들이 최종적으로 관세 부과 항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공급 체인의 붕괴

월마트에 물품을 공급하는 미국의 공급 업체들 중에서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을 사용해 미국에서 조립 생산하는 회사들이 많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조립되어 매장에서 판매되는 라스코 선풍기(Lasko Fans)는 중국에서 모터를 수입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일반 대중용 자전거에는 40여개의 부품이 사용되는데, 거의 전부 수입품이다. 월마트가 미국 무역대표부에 보낸 편지에 “자전거 부품에 대한 관세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어린이와 가정용 자전거 가격을 인상시킬 것"이라고 썼다.

월마트는 가능한 중국산 자전거보다 미국 제조업체의 자전거를 더 많이 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자전거를 만들지 않는다. 25%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품으로 자전거를 만드는 것은 미국 자전거 업체들이 공장 전체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기업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밀어붙이고 있지만, 전미소매업협회는 트럼프의 그런 발상에 결함이 있으며, 공급 체인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어질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소매업체들은 대개 제품을 6개월에서 1년 전에 미리 주문한다. 지금 2019년에 판매할 물건의 새로운 구매 옵션을 찾으려면 시기가 너무 촉박하다.

전미소매업협회는 무역대표부에 보낸 편지에서 "미국 정부는 소매업체들이 구매선을 중국에서 바꾸는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밝히고 "글로벌 공급망은 극도로 복잡하며 적절한 기준을 충족하고 필요한 규모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 해 약 2억 2천만 달러(2500억원) 상당의 애완견 가죽 끈을 수입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또 지난 해 4억 7400만 달러(5300억원)의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구를 수입했는데, 역시 85%가 중국 제품이었다.

결국 월마트는 오는 겨울 크리스마스에 판매할 트리 전구 수입에 비상이 걸렸다. 아마도 올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의 가격은 작년보다 더 비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