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내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한편, 국내 경제는 당장 올해 말부터 심각한 위기와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내 반도체 역량이 한 풀 꺾이며 경제 성장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주장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는 지난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생산이 둔화되고 경제심리가 위축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라면서 “선진국 금리인상으로 경기를 떠받치던 유동성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교역위축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하향 흐름으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봤다.

국내 상황은 더 심각하다. LG경제연구원은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고용증가세가 거의 멈추면서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됐다”면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제에 앞서 올해부터 하향흐름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봤다.

다양한 요인이 지목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악화를 지목해 눈길을 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를 반등시켰던 반도체 경기의 성장추진력이 점차 약화되면서 투자와 수출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 추세는 지속되겠지만 공급부족이 해소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빠른 단가 상승 및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내년 반도체 코리아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경제의 3% 성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 효과”라면서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에는 설비투자가 급증했고 올해에는 수출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 계속 확대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호황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중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투자로 공급능력이 확대되면서 가격하향세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가 국내 경제의 중요한 기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 ICT 수출 동향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8월 ICT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난 201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집계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200억달러 고지를 넘긴 가운데,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4% 올라 11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86억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반도체 업계의 미래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수퍼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희망적인 주장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반도체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은 총 4771억달러며, 지난해와 비교해 15.7% 증가할 것으로 봤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보고서에는 내년 반도체 역성장을 예상했으나,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낙관론으로 돌아선 셈이다.

비관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5일(현지시각) 반도체 업종의 투자 전망을 기존 중립에서 주의로 낮추는 한편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내렸다. 반도치 시장의 과열현상이 심해지는 한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반격도 매섭다. 10일 업계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의 중국 반도체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팹 생산 능력은 글로벌 기준 16% 수준이다. 2020년이면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수퍼 사이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년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반도체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기고 시스템 일부만 가지고 있는 LG와 달리,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최악의 시련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에 빠지는 한편,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지면서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라는 악재까지 겹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