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ubscription, 즉 구독의 시대다. 글로벌 OTT(오버더탑)의 강자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로도 잘 알려진 구독 비즈니스는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용자 경험 강화와 라스트 마일 경쟁력까지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구매하고 끝이 아니라, 주기적인 구독을 통해 특정 생태계에 편입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같은 OTT 서비스는 물론 멜론, 벅스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리디셀렉트, 미디의 서재 등 도서 구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신형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색다른 각도로 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미국 ABC에 출연해 신형 아이폰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두고 "많은 소비자들은 통신사와 약정 계약을 맺은 후 할부로 단말기 대금을 낸다"면서 "이렇게 계산하면 1000달러가 넘는 제품도 하루 1달러만 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고가 논란을 진화하려는 말이지만 일종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구독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일견 타당한 구석도 있다. 서비스와 재화를 특정 생태계를 통해 주기적으로 고객이 받는다는 전제면, 이 역시 구독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구독 비즈니스는 리스의 형태가 온오프라인 기술의 융합으로 더욱 발전하는 패턴으로 이해할 여지도 생긴다.

▲ 이메일과 알림을 잘 살피면 서비스 약관 및 접속 환경이 바뀌는 것도 제때 발견할 수 있다. 출처=갈무리

문제는 관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구독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온라인 서비스를 구독하는 하는 것이 일반적인 요즘, 자신이 구독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매달 만원 내외의 서비스가 모이다 보면 한 달에 10만원 가까이 지출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각각 서비스 갱신일도 다르다 보니 지출 규모를 한 눈에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비단 구독료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주요 서비스 약관 변경이나 안전한 사용을 위한 비밀번호 변경,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 해지 등 구독 경제 시대에 똑똑한 관리를 위해 기억해야할 할 부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것은 개인정보 관리다. 생면부지의 타인이 내 구독 서비스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는 모두 같은 점을 강조한다. 바로 '보안성이 높은 비밀번호를 선택하라'이다.

각 서비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소문자, 숫자, 특수문자를 섞고 연결되거나 반복되는 숫자를 넣지 않고 개인 정보와 관련된 숫자를 넣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보안성 높은 비밀번호”의 기준이다.

중요한 OTP 서비스나 집 안을 훤히 볼 수 있는 IP카메라 비번을 디폴트인 0000이나 1234로 넣어 노출된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밀 번호 보안 설정에 무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가지고 여러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해당 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동일한 메일로 가입된 모든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용으로 쓰는 컴퓨터라면 비밀번호를 자동 저장하지  않는 것도 보안성을 높이는 길이다. 온라인 서비스가 보내주는 정기적인 비밀번호 교체 메시지 역시 잘 활용해야 하며  몇몇 서비스의 경우 이전에 한번 사용했던 번호를 다시 쓸 수 없어 매번 새로운 비밀번호를 고안해내야 한다. 접속 기기나 서비스 이용 약관 등이 바뀔 때 서비스가 보내주는 알림이나 이메일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유료 온라인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가 먼저 서비스를 체험한 후 구독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므로, 이런 혜택을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료 서비스만 이용하고 싶었는데 기간을 넘겨 울며 겨자 먹기로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의 경우 계정 페이지에서 멤버십 해지를 누르면 언제든지 서비스 해지가 가능하다. 해지 신청한 서비스는 다음 달 결제일 전까지 사용 가능하다. 출처=갈무리

가입 후 첫 30일간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이용 기회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경우, 체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용자가 등록한 연락처로 미리 해당 체험 기간 완료 및 유료 결제를 고지한다. 애플 뮤직이나 왓챠플레이도 가입 후 한달동안 무료 이용을 제공 중이다. 결제 이전, 무료 체험 기간 동안 이후 구독을 계속할지 알림을 보내 원치않을 경우 언제든 30일 중에 해지할 수 있게 한다.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이 기간 동안 감상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별도로 과금하지 않는다. 서비스 해지도 간편하다. 넷플릭스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계정 페이지에 있는 멤버십 해지를 누르거나 앱 스토어에서 결제되는 경우 구독 서비스 해지를 선택하면 된다. 해지를 한 이후에도 다음 자동 결제 설정일 전날까지 사용 가능하다.

만약 서비스를 구독 중이라면 애플,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서 정기적으로 결제되고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 파악하고, 주로 사용하는 이메일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최대한 한 곳으로 몰아 정기 결제 서비스를 관리하면 더욱 편리하다.

▲ 헬스클럽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출처=갈무리

구독의 약점은 무의식..."현명하자"
구독 비즈니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헬스클럽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정기권을 배포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지만, 실제 고객들이 찾아오도록 적극적인 유인활동을 펼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기권으로 수익을 확보한 후 실제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득을 얻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도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수십년을 이어오던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VHS냐 베타냐, 블루레이냐 HD-DVD냐를 두고 많은 기업들이 싸우며 지켜온 게임의 법칙을 인터넷을 활용한 스트리밍을 무기로 삼아 순식간에 과거의 방식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부터 구독 비즈니스를 내세워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 건별로 VOD를 결제하는 방식이 아닌, 월 얼마의 돈을 내면 무제한으로 VOD를 시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가입자가 많아지면 구독료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에 유리하지만, 많은 고객이 몰릴경우 데이터 트래픽 인프라 강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진다. 그런 이유로 헬스클럽 비즈니스 모델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1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면서 한 달에 몇 번 들어와 영화 한 편 보는 것으로 끝난다면 유지비용 등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는 '남는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정반대의 접근법을 보여준다. 최대한 고객들이 넷플릭스 플랫폼에 머물며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도록 유도하며,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통해 알고리즘으로 계산된 사용자 경험까지 제공한다. 하나의 시즌을 통째로 업로드해 고객들이 10시간 넘도록 넷플릭스의 바다에 빠져 헤엄치기를 바란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헬스클럽 비즈니스 모델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객들이 넷플릭스 플랫폼에 들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며 특정한 시청패턴을 기록할수록 넷플릭스 생태계는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헬스클럽 비즈니스 모델로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빅데이터 확보를 통한 플랫폼 생태계 팽창을 택한 셈이다.

구독 비즈니스를 둘러싼 다양한 전략이 등장하는 가운데, 고객들도 현명한 소비 패턴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플레이어들은 현명한 구독자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고객들은 이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의외로 간단한 팁들이 많으니 반드시 숙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