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유능한 직원을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싶은 것은 기업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입니다. 특히 그 직원이 다른 경쟁업체로 이직할 경우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 회사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붙잡아야겠지요. 만약 붙잡아둘 수 없다면 최소한 다른 경쟁업체에 이직하는 것이라도 막아야 합니다. ‘전직금지약정’이라는 제도는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개는 입사하는 직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 말미에 ‘근로자는 계약기간 및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후 O년 간 회사의 영업비밀이 누설될 수 있는 동종, 유사업체의 임직원으로 종사하거나 고문, 자문위원회 위원, 기타의 방법으로 해당업체에 협력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을 삽입하거나 직원이 퇴직할 때 위와 같은 내용의 각서를 받아두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근로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신의 노력으로 갈고 닦은 실무지식과 경험에 대하여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회사로 옮기고 싶어도,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전직금지약정’ 때문에 이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물론 ‘전직금지약정’을 통해 회사와 합의한 O년 동안 동종, 유사업체에 취업 안 하면 그만이지만, O년 후에도 자신이 여전히 업계에서 주목받는 인재로 평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취업이 제한되어 업계를 떠나 있으면 그 만큼 자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절하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그 사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실무지식과 경험은 시대적 흐름에 뒤쳐져 가치를 상실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 매우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전직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전직금지약정’은 어떤 경우에 유효하고 또 어떤 경우에 무효인 것일까요? 이번에 소개할 최신 판례를 통해 살펴봅시다.

# A는 디스플레이 및 관련 제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갑(甲) 주식회사에서 모바일향 OLED 개발업무에 종사하다가 퇴직하면서 ‘퇴직일로부터 2년간 재직기간 중 지득한 영업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국내의 경쟁업체에 전직, 동업, 고문, 자문, 기타 협력의 지위를 가지지 않겠습니다.’라는 ‘전직금지약정’을 한 사실이 있는데, 퇴직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기 전에 중국에 소재한 국영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협력회사에 입사, 근무하자 갑(甲) 주식회사는 그것이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전직금지가처분신청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갑(甲) 주식회사가 신청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주었습니다. OLED 방식의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갑(甲) 주식회사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는 점, A는 그 기술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 및 업무에 종사한 점, 갑(甲) 주식회사는 A가 갑(甲) 주식회사와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한 대가로 1년 치의 연봉을 지급한 점, 갑(甲) 주식회사가 A에 ㄷ하여 부당하게 퇴직을 강요하는 등 A의 퇴직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 위 약정에서 정한 2년의 전직금지기간이 A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법원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게 된 경위, ‘전직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업의 이익이 존재하는지 여부, 근로자의 종전 회사에서의 지위나 직무의 내용, 지역과 직종, 기간 제한이 합리적인지의 여부, 근로자가 해당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한 것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을 해 주었는지의 여부, 근로자가 종전 회사에서 퇴직하게 된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기타 사정의 요건을 두루 검토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 한정지어 본다면, 법원은 갑(甲) 주식회사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만약 그것이 중국 경쟁업체로 넘어간다면, 갑(甲) 주식회사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다른 실무례를 살펴보더라도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른 어떠한 요건들보다도 근로자의 전직으로 인하여 침해될 수 있는 회사의 기술이 어느 정도의 보호이익이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편입니다.

회사의 중요한 정보, 기술을 다루는 근로자가 있어, 경쟁업체로 이직할 경우 타격이 입을 것이 예상된다면, 지금이라도 법원이 인정한 유효한 ‘전직금지약정’의 요건에 맞추어 근로계약서를 재정비하거나 각서를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