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경제협력(경협)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언급했다. 이에 현대그룹을 포함한 재계의 경협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민족경제 균형발전을 위한 실질 대책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는데 올해 안에 동서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가질 것”이라면서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정상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공동선언에서 언급된 만큼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경협 관련 협의라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이 됐을 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남북 경협에서 과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현대그룹도 경협 재개의 기대감을 넘어 현실화의 그림까지 그려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현존하는 현실 속에서 장밋빛 전망만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기대감을 표한 만큼 비핵화 논의가 진전된다면 제재 완화의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경협은 물꼬를 틀 수 있게 된다.

▲ 현대그룹이 보유한 SOC 7대 사업권. 출처=현대그룹

현대그룹 “차분히 경협 준비 하겠다”...포스코도 경협 가능

현대그룹은 평양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이 언급된 것에 대해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19일 평했다.

현대그룹은 “남북 정상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정상화라는 담대한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우리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이번 선언문에 전제가 있는 만큼 사업 정상화를 위한 환경이 조속하게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기존 사업 정상화 뿐만 아니라 현대가 보유한 북측 SOC사업권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확대발전 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지난 5월 발족한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FTF)팀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TFT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지휘하는 조직이다.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 역할을 하고, 실무조직으로는 현대아산 남북경협부서,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커뮤니케이션실 등이 활동한다.

FTF발족 당시 현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남북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잘 계승해 나가자”면서 “남북경협의 선도기업으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사업재개 준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양국 정상의 입에서 남북경협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만큼 현 회장을 중심으로 한 TFT팀도 바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그룹은 총 6개의 남북경협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 관광사업권 및 개발사업권, 개성공업지구 토지이용권,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권, 개성관광 사업권, 백두산관광 사업권, SOC개발 사업권이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남북경협 사업권이다. SOC개발 사업권도 전력,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의 7개로 나눠진다.

포스코도 최정우 회장이 지난 7월 취임 기자회견때 대북사업 관련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켐텍이 만드는 내화벽돌의 원료는 마그네사이트인데 현재 전량을 중국에서 비싼 가격을 내고 수입해 온다”면서 “북한이 세계 2위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을 갖고 있는데 중국에 원료를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를 구입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필요로 하는 철광석과 원료탄, 포스코켐텍이 필요로 하는 마그네사이트, 음극재를 만드는 천연 흑연도 북한에 매장량이 많다”면서 “북한산 흑연을 들여 온다면 포스코그룹이 가장 실수효자”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업이 가능한 회사도 최 회장은 언급했다. 그는 “단계적으로 나아가서는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포스코건설이, 북한의 철강을 위해서는 포스코가 제철소 리노베이션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단체 “평양공동선언 환영한다”

한편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주요 경제단체도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남북경협을 위한 논의가 있었던 것에 의의가 있고 향후 북미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경협의 조건이 조기에 성숙되기를 기대하며 이에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회담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하는 역사적 이정표이자 한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전경련도 앞으로 전경련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경제계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정책대안을 만들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비롯해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남북경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남북정상이 군사적 긴장 완화 및 비핵화를 위한 진일보한 조치를 마련하고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합의한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면서 “북미관계가 빠른 시일내 개선되기를 희망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해제돼 남북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교류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