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과 코람코자산운용(코람코)이 맥쿼리인프라펀드(MKIF) 운용권을 놓고 대결을 벌인다. 양측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나 그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맥쿼리는 운용능력을, 코람코는 운용보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핵심에는 MKIF가 액티브펀드인지, 패시브인지 여부가 자리 잡고 있다.

맥쿼리가 운용보수 수준을 일부 낮추면서 코람코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과거 높은 수익률을 올린 맥쿼리의 능력도 간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운용보를 높게 혹은 낮게 유지하는 것보단 딜 과정별 ‘유연한 운용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후의 결정’을 앞둔 맥쿼리와 코람코 중 주주의 표심은 어느 쪽으로 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MKIF 최근 5년간 자산 법인 1인당 인건비 상승률. 출처=서스틴베스트

맥쿼리인프라펀드는 1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운용사 변경을 논의한다. 찬성표가 ‘50%+1주’를 넘으면 코람코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맥쿼리가 운용을 담당한다.

두 운용사간 갈등은 MKIF 지분 3.12%를 보유한 플랫폼파트너스(플랫폼)가 맥쿼리의 과도한 운용보수를 지적하면서 촉발됐다. 맥쿼리의 기존 기본보수는 연간 순투자가치(시가총액+차입금-현금및현금등가물)의 1.25%다. 성과보수는 매분기 8%의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누적수익의 20%를 이전 분기의 결손금 차감후 지급한다.

플랫폼의 거센 공격에 맥쿼리는 운용보수를 조정했다. 기본보수는 시가총액의 연 1.25%, 연 1회 평가, 기준성과는 8% 또는 연 6%+직전년도 물가상승률 중 높은 것 등이다. 코람코가 제안한 연간 순투자가치(시가총액+순차입금)의 0.15% 보수 대비 여전히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 맥쿼리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 운용보수(단위: 억 원) 및 주당분배금(단위: 원) 비교. 출처=서스틴베스트

맥쿼리가 몸을 낮췄다는 점은 플랫폼과 코람코의 ‘과도한 운용보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맥쿼리는 코람코가 패시브 펀드 운용보수와 비교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통상 인프라펀드는 투자 대상 발굴(딜소싱)을 위한 역량이 필요한 만큼 액티브 성격을 지닌다. 또 정부의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플랫폼과 코람코는 MKIF의 수익성은 국내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초기에 편입된 수익성이 높은 자산임을 지적한다. 안정기에 접어든 자산으로 운용사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패시브 성격이기 때문에 운용사가 교체돼도 주주가치 유지에 큰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MKIF는 지난 2008년 부산항 신항 2~3단계를 편입한 후 지금까지 10여년간 신규 자산을 편입하지 않았다. 2015년 이전에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민간투자법상 도로, 항만, 철도 등으로 투자대상이 제한돼 있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2015년 이후 신규 투자대상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점은 맥쿼리에 불리한 요인이다.

의결권 자문사가 본 맥쿼리 VS 코람코

맥쿼리와 코람코의 MKIF 운용을 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의 의견도 팽팽하다. ‘찬성’은 서스틴인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글라스루이스이며 ‘반대’는 대신지배구조연구소, ISS다.

찬성 의견의 공통점 역시 현재 MKIF가 패시브펀드라는 것이다. 초기에는 액티브 성격을 지녔으나 점차 변모했다는 판단이다. 신규 투자대상 발굴을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3년간 입찰 참여는 1건, 이마저도 낙찰되지 않았다.

반대 의견의 공통점은 운용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맥쿼리가 높은 보수를 받았더라도 그간의 괄목할만한 성과와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찬성 의견을 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코람코의 인프라본부가 신설된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 MKIF 2017년 자산법인별 인원수 및 인건비 현황 (단위: 천원). 출처=서스틴베스트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인프라펀드의 핵심은 딜소싱”이라며 “맥쿼리가 지난 10년간 딜소싱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배경은 그 이전의 투자 발굴이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자산별 관리 능력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액티브 펀드의 장점은 초과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운용보수도 높다. 반면, 낮은 운용보수로 패시브 성격이 굳어진다면 신규 투자 발굴이 더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성장 기대감은 낮아진다. 다만, 인프라펀드는 일반 주식·채권 펀드와 달라 액티브와 패시브의 중간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람코가 유연한 운용안을 제시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인프라펀드는 주식, 채권처럼 종목을 바로 교체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신규 투자를 진행하기 보단 기존 자산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액티브 성격도 있지만 때에 따라 낮은 보수로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시브 성격도 있다”며 “맥쿼리의 딜소싱이 한동안 전무한 가운데 기존 수수료를 유지했다는 점은 최대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IB관계자는 “딜소싱을 고려하면 높은 보수가 정당하지만 수익성이 안정된 자산은 보수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과 코람코도 무조건 낮은 보수를 앞세우기보다 딜(deal) 과정별 보수 체계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