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개발(R&D) 투자에 뛰어든지 불과 4년만에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경기도 기흥에 있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출처=유한양행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유한양행의 개방형 혁신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모델) 연구개발(R&D) 투자에 뛰어든지 불과 4년만에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파이프라인 22개중에 12개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놀란만한 성과여서 업계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글로벌 제약업계 경향과 유한양행의 전략

송무영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바이오신약팀 이사는 18일 서울 방배동에 있는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제3회 KPBMA Bio Open Plaza’에 참여해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 등을 외부 혹은 다른 기업과 협업으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 송무영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바이오신약팀 이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대강당에서 글로벌 제약사 연구개발 경향과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세계 각국의 제약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적극 사용하고 있는 이유로 ‘극악’ 수준이라고 볼만한 신약 상용화 성공률과 임상 진행에 따른 비용 증가가 꼽힌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신약이 출시될 가능성은 11%이며, 네이처 리뷰에 따르면 전체 비용 중 전임상 단계가 2% 수준을 차지할 때 임상3상은 약 72% 차지한다. 제약사가 홀로 신약 임상을 개발하다가 실패하면 소요되는 비용이 점차 커지는 것이다.

▲ 개방, 폐쇄형 혁신에 따른 후보물질 성공률. 출처=Datamonitor, 이코노믹리뷰
▲ 개방, 폐쇄형 혁신에 따른 후보물질 숫자. 출처=Datamonitor, 이코노믹리뷰

송무영 유한양행 이사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는 2010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작했다”면서 그 이유로 약 3배 이상 차이나는 신약 개발 성공률을 꼽았다. 11%였던 신약 출시 가능성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활용한 이후 34%까지 상승했다. 데이터모니터는 2017년 글로벌 제약사의 오픈 이노베이션 수준은 2011년 42%에서 2016년 49%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신약 개발의 약 반을 차지하는 수다.

송 이사는 “글로벌 제약사의 경향은 혁신을 위한 적극 동반자 관계 구축, 면역항암제 기술협약 증가, 중추신경계질환과 희귀난치병에 대한 관심 증가, 항암제, 대사항암제 시장 확대 등이다”면서 “국내 제약사의 경향은 글로벌 R&D 확장, 바이오 스타트업과 협력, 글로벌 기술 수출 사례증가 등이다”고 진단했다.

▲ 글로벌 제약사 주요 신약개발 현황. 출처=Datamonitor, 이코노믹리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개발 경향을 보면 항암제 분야가 37%로 나머지 대사질환, 유전질환 등 11%, 전염병 10%, 근골격계 질환 9%, 신경병 9%등을 압도하고 있다. 항암제 분야에서도 2015년 기준 면역항암제 기술협약은 91건, 타겟항암제는 31건으로 면역항암제 분야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는 “이러한 국내‧외 제약업계의 동향에 따라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강화, 항암제, 간염질환 등에 R&D 역량 집중, 중추신경계질환과 희귀난치병에 관한 미래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유한양행은 R&D에 돌입할 때 글로벌에 최적화하고, 의약품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이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파이프라인은 총 22개로 항암제 12개, 대사질환 치료제 6개, 면역질환 치료제 3개, 소화기 1개다. 이 중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R&D는 12개로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치 있는 R&D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을 꼽았다. 바이오 스타트업이 발견한 신약물질과 유한양행의 노하우를 합쳐 R&D를 진행하는 것이 이 기업의 전략이다.

유한양행의 주요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점은 자체 R&D인력과 시설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여러 가지 신약후보물질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바이오벤처 등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대상은 제넥신, 앱클론, 바이오니아, 오스코텍, 파멥신, 네오이뮨텍 등이다. 미국항체신약 개발 전문 기업 소렌토와는 합작회사(JV)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이 기업은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엔솔바이오사이언스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을 2014년에 도입한 후 임상2상 시험을 마치고 올해 8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했다. 제넥신으로부터는 2014년 지속형 항체 융합‧단백질 치료제 제조기술 플랫폼인 ‘hyFC’를 도입한 후 지속형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를 올해 안에 전임상(GLP, 동물시험) 독성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제노스코의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를 지속해서 개발해 올해 안에 임상2상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업은 또 미국의 항체 신약전문 기업 ‘소렌토’사와는 합작투자회사(JVC) ‘이뮨온시아’를 만들었다. 이뮨온시아는 면역항암제 ‘IMC-001’로 국내 최초 임상1상승인을 받았다.

혁신 항체 신약전문기업인 앱클론과 유한양행은 면역항암 항체 신약 공동개발과 해외시장 개척ㅇ르 위한 전략 제휴를 2016년에 채결하고, 올해 3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C2101’을 도출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의 R&D투자비용은 지난해 1037억원으로 매출액의 7.1% 수준이다. 이는 올해 1100억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웃도는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한양행 글로벌 제약사 도약 위해 해외 곳곳에 거점 마련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수출, 해외 기업 인수 등 다양한 분야로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이 기업의 해외진출은 우즈베키스탄에 대표 사무소를 만들고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하는 등 2016년 이후 두드러졌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유한양행은 지난 2분기에 약 11억원의 자본금을 납입하고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유한 우즈베키스탄(Yuhan Uzbekistan)’을 설립했다.유한약품 관계자는 “유한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판매법인 형태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면서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생산한 의약품을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구가 3200만명인 우즈베키스탄의 의약품 시장은 2015년을 기준으로 약 7억달러(7800억원 가량) 규모지만, 2022년까지 연평균 약 15%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약 15억달러(1조6860억원 가량)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수입 의약품 비중이 전체 의약품 중에서 약 70% 수준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그동안 역사를 보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그루지야를 제외한 11개 독립국이 모여 만든 독립국가연합(CIS)은 최근에서야 개방된 시장이라 앞서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유한 우즈베키스탄을 이후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또 지난해에 아세안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립해 현지진출과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2020년 3000병상 규모로 개원할 예정인 중국 칭다오 세브란스 병원과는 합자경영 계약을 맺고 중국 신화진 그룹과는 현지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서 협력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3월에 현지 임상시험과 공동연구, 기술이전과 도입 등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보스턴에도 법인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