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빅히트, BTS로 3대 기획사 이기다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소속사인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가 설립된 때는 2005년이다. 사실 BTS가 인기를 얻기 전까지는 조그만 사무실 하나로 운영되던 회사였다. 빅히트엔터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완성된 역량의 뮤지션을 육성하기를 원했고 회사가 계획한 모든 것은 BTS로 이뤄졌다. 그들은 경제 가치 ‘2조5000억원’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 BTS를 키워냈고 전 세계 콘텐츠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

회사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BTS는 회사 설립 8년 후인 2013년 6월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BTS는 3대 기획사(SM·YG·JYP)의 아티스트들처럼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팬덤이 형성되면서 대박을 터뜨리는 전형적인 성장 코스를 밟지는 못했다. 여러 방송에 얼굴을 비췄지만 인지도는 쉽게 오르지 않았고 한 해에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가 곧 잊히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빅히트엔터는 자신들의 야심작인 BTS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개별 멤버들의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다가 2015년 4월 발매한 BTS의 앨범 <화양연화pt.1>의 수록곡 ‘I Need U’와 ‘쩔어’가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BTS의 팬덤이 확장됐다. 이것이 빅히트엔터가 쓴 BTS 성공신화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에 말춤 열풍을 일으킨 가수 싸이의 경제 가치를 약 1조원으로 평가했다. BTS는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싸이의 가치를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BTS의 경제 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BTS 데뷔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빅히트엔터는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했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빅히트엔터가 올해 3월 발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는 2016년도 실적과 2017년도 실적이 기록됐다. 이 실적을 보면 약 1년 사이에 회사가 아주 급격하게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빅히트엔터는 지난해 공연, 광고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924억원으로 2016년(352억원) 대비 262.5% 늘었다. 빅히트엔터의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바로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3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전 같은 기간(104억원)보다 312.5% 성장했다.

지난해 빅히트엔터는 영업이익으로 엔터테인먼트 부문 상장사 빅3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영업이익 256억원), YG엔터테인먼트(영업이익 258억원), JYP엔터테인먼트(영업이익 179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아티스트 육성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큰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실적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영업이익이다. 이것을 감안하면 빅히트엔터가 회사의 첫 번째 아티스트로 올린 성과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BTS로 올린 빅히트엔터의 음반판매 등 제품 매출은 지난해 464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203억원)보다 228.6% 늘었다. 2017년에 BTS의 음반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팔린 것이다. BTS가 전 세계를 돌며 콘서트를 열면서 공연수익도 크게 늘었다. 2017년 빅히트엔터는 공연수익으로만 15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2016년의 50억원보다 304% 늘어난 수치다.

BTS의 방송, 공연 출연료 수익은 지난해 93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22억원보다 422.7% 증가했다. 광고 수익도 늘었다. 2017년 BTS의 광고계약 수익은 2016년보다 약 484.6% 늘어난 6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13억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엔터의 실적이 올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월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빅히트엔터의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49% 늘어난 2300억원, 영업이익은 155% 증가한 830억원으로 내다봤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 모습. 출처=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의 아버지, 방시혁 그는 누구인가

BTS 그리고 빅히트엔터의 탄생과 성장의 모든 과정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BTS도 없었다. 바로 BTS의 기획자이자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방시혁(46)이다. 그는 BTS의 음악 철학, 예술 영역의 재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그들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 보석을 만든 인물이다.

BTS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평가를 받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방시혁 대표는 BTS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한참 전부터 우리나라 가요계의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그의 음악기획 능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음악 프로듀서로 올린 수많은 성과들로 검증받아 왔다. 현재 그는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이자, 작사가이자,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다.

방 대표의 커리어는 학창시절부터 음악 프로듀서, 회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화려하다. 커리어만 보면 ‘인생에 굴곡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방 대표는 중학교 때 밴드활동을 시작하면서 음악인의 꿈을 키웠으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후에는 학업에 매진했다. 강남 명문고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방시혁은 대학교에서도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과거 TV 인터뷰에서 직접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쿨하지 못하고, 대충 해서 1등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스스로 보기에도 재수 없는 스타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방 대표는 서울대학교 인문학부를 차석으로 졸업했다.

방 대표가 가요계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4년 제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면서부터다. 당시의 유재하 가요제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등용문이라고 불릴 만큼 권위 있는 경연대회였다. 이후 방 대표는 1997년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에게 스카우트돼 프로듀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JYP엔터에서 god의 ‘Friday Night’, ‘하늘색 풍선’, ‘니가 필요해’ 등을 작곡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비의 ‘나쁜남자’ ‘I do’,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 등 인기곡도 방 대표의 작품이다. 그 외에도 8eight(에이트)의 ‘심장이 없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2AM의 ‘죽어도 못 보내’,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등 수많은 인기곡을 작곡하며 가요업계에서는 그를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련의 명성은 화려한 수상경력으로 기록됐다. 유재하 가요제 동상을 시작으로 멜론뮤직 어워드 작곡가상(2009년), 한국음악저작권대상 발라드부문 작사가상, 작곡가상(2011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베스트 프로듀서상(2016년), 골든 디스크 어워즈 제작자상(2017년) 등 그 외 다수의 상으로 실력을 입증했다.

방시혁 대표는 TV프로그램에도 종종 모습을 비춰 대중에게 좀 더 익숙하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예능 프로그램 <공감토크쇼 놀러와>,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했고,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도 등장해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위대한 탄생>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직설적인 독설을 날리는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