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는 다른 것은 몰라도 OOO 관련 위기는 관리 경험이 많습니다. 지금 본사부터 지점에 있는 핵심 직원들이 그 위기와 관련해서는 전부 베테랑들이에요. 저번에도 아주 초기부터 일사불란하게 처리해 대응했습니다. 이 정도 대비 수준이면 별 문제가 없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경험만큼 소중한 위기관리 자산이 없습니다. 다양한 위기관리를 경험해 본 직원들이 많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큰 자산입니다. 물론 그 직원을 이끌어 위기관리에 성공한 경영진은 더욱 더 훌륭한 경험을 지니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단, 최근 여러 케이스들을 반면교사 삼아 경험 많은 기업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특정 위기에 대해 지금까지 대응 관리해 왔던 방식을 언젠가는 한번 돌아보는 노력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큰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나 조직은 일종의 ‘백서’ 형태로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런 백서 형태의 기록은 이후 경영진과 새로운 직원들이 선행되었던 위기관리에 대해 배우고, 그에 기반한 준비를 다시 하게 되는 선순환 시스템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반면 아무 기록을 남기지 않은 위기관리는 그때 그 대응을 했던 몇몇의 무용담으로만 남게 되니 문제입니다.

특정 위기를 여러 번 관리해 경험이 많다고 했는데, 앞으로 더욱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원한다면 매번 기록을 만들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대응단계 하나하나에 대해 적정성을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바랍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적정성’ 검증 기준은 하나하나의 대응이 백서에 ‘기록 가능한 대응’이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기록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 있었다면, 그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새로운 검토를 해보아야 합니다. 꼭 언젠가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록하기에 적절한 대응만으로 대응 방식을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기록으로 남기기에 적절하지 않은 대응 방식을 더 멋지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대응을 하면서 동분서주하는 직원들을 능력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대응 방식은 언제든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 기업에 규제기관 조사가 나왔습니다. 그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그룹 메신저방을 통해 여러 정보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의 감지 및 지시 사항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일부 부서장이 메신저방에 있는 직원들에게 문제가 될 많은 증거들을 폐기하거나 감추라고 지시합니다. 그에 대한 직원들의 완료 보고가 수십건 메신저 방에 쌓입니다. 결국 관련 규제기관은 문제 있을 만한 자료를 찾지 못하고 돌아갑니다.

이런 대응방식을 단순히 경험이고 베테랑들의 일사불란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과연 그러한 메신저방을 열어 지시와 완료 보고를 하는 방식이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증거자료의 폐기와 은닉이 회사의 일관된 위기관리 방식이어야 하는가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위의 위기대응 방식 전반을 백서 같은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요? 대표이사는 어디로부터 규제기관의 압수수색 정보를 취득했는지, 증거자료 폐기 명령의 주체는 누구였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의 자료들을 폐기 은닉했는지, 누가 그 대응을 진행했는지, 이런 여러 대응 방식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정 위기관리를 여러 번 해보았고, 경험 많은 직원들이 많아 위기관리가 잘 되겠다고만 생각하기보다는, 지난 위기관리에 대한 돌아봄과 살펴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할 위기대응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원칙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