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타이어 제조업체 중 하나인 지티(Giti)는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 관세를 피하기 위해 2017년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세웠다.   출처= Tyrma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위해 관세 장벽을 구축하고,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사우스캐롤라이나 리치버그(Richburg)에서 새로 문을 연 한 타이어 공장이 세계화는 멈출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의 형태로 지불하는 세금

2009년 미국의 타이어 제조업체들은 오바마 행정부에게 중국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하도록 설득했고, 결국 중국산 타이어 수입은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관세 때문에 타이어 제조를 중단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 생산 공장을 옮겨 타이어 생산을 계속했다.

중국 최대 타이어 제조업체 중 하나인 지티(Giti)는 월마트에 저렴한 타이어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지었다. 또 다른 2개의 중국 타이어 회사도 조지아주와 노스 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에는 네 번째 중국 회사가 조지아주의 타이어 공장을 인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지난 7월과 8월에 걸쳐 발효한 500억 달러 관세에 이어 오는 9월 24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는 식품, 의류, 전자 제품 등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소비재 제품이 포함되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번 관세에 대해 다시 보복 관세로 나온다면 2570억 달러 추가 관세로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부분 국가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입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의 형태로 지불하는 세금이다. 관세의 목적은 국내 제품의 가격보다 수입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국내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런 방식은 결국 저소득 가구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4만 달러 일자리 지키려 100만 달러 쓴 셈

오바마 타이어 관세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만 미국인들은 관세 부과로 1200개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대가로 타이어 구입에 11억 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평균 임금 연 4만 달러짜리 일자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 100만 달러를 지출한 셈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부과한 철강 관세도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일반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건설 회사나 자동차 회사같이 철강을 사용해 다른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에게 크게 불리한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의 더글러스 어윈 경제학자는, 철강 관세로 보호를 받게 된 철강 업체의 미국 근로자 수는 14만 명에 불과했지만, 철강으로 다른 제품을 만드는 실제 피해 업종의 근로자 수는 6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누가 뭐라든, 철강 회사, 그 회사의 주주들, 그 회사의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말이 되는 얘기지만, 그 보다 훨씬 더 제조업과 제조업 노동자 전체를 생각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정치적 근거는 변화가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공장이 사라진 지역 도시들이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입 관세가 미국 노동자와 회사를 보호할 것이라며, 관세가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타이어 관세와 양말에서 태양열 패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과거 정부의 유사한 노력은, 기존의 공장과 일자리를 보호하지 못했다. 미국 동남부에 공장을 연 중국 회사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지만, 그러나 실제로 관세 부과는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 일자리를 다른 곳(관세 부과 전 미국 회사에서 관세 부과 후 미국의 중국 회사로)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의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자, 상대적으로 수입 쿼터를 작게 할당 받은 신흥 업체 혼다(Honda)가 가장 먼저 미국에 진출하며 1982년 오하이오주 메리스빌(Marysville)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출처= ohio.honda.com

관세 맞은 외국 회사들, 관세 피해 대거 미국으로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의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자, 일본 자동차의 미국 생산 붐을 일으켰다. 상대적으로 수입 쿼터를 작게 할당 받은 신흥 업체 혼다(Honda)가 가장 먼저 미국에 진출하며 1982년 오하이오주 메리스빌(Marysville)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에 미국 관세를 맞은 회사들 중 19%가 미국에 직접 진출함으로써 관세 문제를 피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 패턴은 계속되었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일본의 후지 필름 수입을 제한하자, 이 일본 회사는 3년 후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우드(Greenwood)에 공장을 설립했다.

타이어 업계는 이런 사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9월 승용차 및 경트럭용 중국산 타이어에 3년간 관세를 부과했다. 이것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관세 1라운드다. 그러나 중국산 타이어의 수입은 더 늘어났고 미국 공장 몇 개가 문을 닫았다. 왜 그랬을까?

중국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동시킴으로써 3년동안 1라운드 관세를 피해간 것이다.

2012년 말에 관세가 철폐되자 중국산 타이어 수입이 다시 반등했다. 그러나 2014년, 중국의 지티 타이어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북부에 5억 6천만 달러 규모의 타이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티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당시 7개의 중국 공장에서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어 관세 위협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듬 해 미 행정부는 2015년에 다시 관세를 부과했다. 2라운드 관세가 부과된 것이다. 이번에는 5 년간 지속되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티 등 다른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들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했을 때, 이 회사는 “미국의 타이어 산업에 전혀 해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에 지속적이고 중요한 약속을 했다”는 투자 계획을 증거로 내세우며 크게 항의했다.

이 회사는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인 니키 R. 헤일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헤일리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회사라는 항의서를 쓰며 지티를 방어했다. 니키 헤일리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주 UN대사를 맡고 있다.

다른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들도 지티를 따랐다. 2017년에 썬치린타이어(Sentury Tire)가 조지아주 라그랜지(LaGrange)에 5억 3천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트라이앵글 타이어(Triangle Tire)도 노스캐롤라이나주 에지컴(Edgecombe) 카운티에 5억 8천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는 청도 더블스타(Quingdao Doublestar)가 한국 타이어 제조업체 금호가 2015년 조지아주 메이컨(Macon)에 세운 공장의 지배 지분을 사들였다.

업계 잡지 모던타이어딜러(Modern Tire Dealer)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의 미국 현지 생산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판매된 중국산 수입 타이어는 2009년 4300만 개에서 2017년 1230만 개로 감소했다.

▲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에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들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했을 때, 지티는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인 니키 R. 헤일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헤일리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회사라는 항의서를 쓰며 지티를 방어해 주었다. 니키 헤일리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주 UN대사를 맡고 있다.   출처= AOL

외국 회사 미국 진출, 미국에게 좋기만 한걸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동남부 주들과 지방 정부들은 중국의 투자를 열망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중국 기업들이 관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에 대거 진출한다는 사실을 정말 반기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외국인 투자를 막아 온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회사들의 투자 제안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직접 투자는 2016년 456억 달러에서 2018년 상반기에 불과 20억 달러로 감소했다. 중국의 또 다른 타이어 회사 왕리 타이어(Wanli Tire)는 지난 5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오렌지버그 카운티(Orangeburg County)에 1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연기했다.

오렌지버그 카운티의 관리들은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왕리 타이어의 공장 건설 계획 연기는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과 기업 임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 정책, 특히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기업들을 내쫓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세가 국내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원자재 비용의 증가), 주요 무역 상대국 보복(미국 제품의 수입 제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 전, 그의 무역 보좌관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철강 알루미늄 수출국)이 우리를 속여왔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할 일은 우리를 보호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정책 결정자들은 미국의 조치에 분개하며 켄터키 버번(Kentucky bourbon)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미국의 상징적인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매년 미국 공장에서 4만 대의 오토바이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할리데이비슨은 지난 6월,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부과 영향, 아는 기업인 별로 없어

2009년과 2015년에 정부에 관세 보호 조치를 밀어붙였던 미국의 타이어 제조업체들은 업계는 정부의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정부의 그런 조치로부터 혜택을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업 장비와 기타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제조하는 일리노이주의 타이탄 인터내셔널(Titan International)의 폴 리츠 최고 경영자(CEO)는 관세가 자신의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이 시장에서 수입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20%에서 지난 해 40%까지 상승했다.

사실 그는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타이어 관세를 높여 주기를 바랬다. 관세가 높아지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익이 많이 나면 해외 경쟁자들과의 경쟁하기 위해 쓰는 돈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츠는 회사가 타이어를 보강하고 휠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철강에 대한 관세는 좋아하지 않는다. 또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자사 타이어의 주요 구매자이자 중국의 보복에 노출되어 있는 농부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우리 사업의 비용 구조와 고객들에게 불확실성을 가져다주었다”며 “사실 우리는 관세의 완전한 영향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타이어 관세 인상을 지지하면서도 철강 관세 부과를 싫어하는 리츠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확실히 이들은 관세 부과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