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IDT가 상장 심사에 통과하면서 또 따른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기업공개(IPO)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두 기업 상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해소로 직결되는 만큼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자회사가 상장되더라도 재무부담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이 자체 사업 부활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한항공은 물론 저가항공사(LCC)와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난관이 예상된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지분율 100%) 아시아나IDT는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3000억~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자회사인 에어부산(지분율 48%)은 연내 상장을 추진해왔다. 심사 단계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아시아나IDT의 상장 심사 통과로 기업공개(IPO)에 재차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제주항공·진에어 등 상장 저가항공사(LCC)의 주가는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CC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산업 성장은 당분간 둔화될 전망이다. 에어부산 상장이 녹록치 않은 이유다.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의 상장 성공여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해소와 직결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약 2조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자금조달은 물론 추가 검토 중에 있다.

상반기에는 금호사옥(4180억원 중 2444억원 수령), CJ대한통운 지분(1566억원), 전환사채(1000억원) 매각과 홍콩·싱가폴 노선 유동화증권(ABS, 1513억원) 발행, 에어부산에 대한 임대료·정비용역 수익 등을 담보로 한 담보부차입(1000억원) 등으로 총 75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6~2017년 별도기준 영업현금흐름은 평균 7380억원이다. 확보된 유동성과 함께 진행중인 자구안, 항공기자산(세일앤리스백)의 대체자금조달, 잔여 ABS 발행여력 등을 감안하면 차환 대응은 가능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재무부담 지속...대형·저가 항공사 ‘샌드위치’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구안 이행과 각종 자금조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단기차입부담(상반기 기준 1조6000억원)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 하반기 1500억원의 유상증자,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준비했다. 영구채는 자본 성격으로 분류돼 차입부담을 낮춰 재무구조개선을 꾀할 수 있다.

현재 영구채 발행은 잠정 중단했다. 연 9.5%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신평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공모채 발행도 쉽지 않다.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1조원에 이르는 유동화차입금에 대한 등급 하락(BB+ 이하로 하락시 신탁 조기지급 사유 발생) 등 잠재적 부담요인도 존재한다. ABS 추가 발행이 유일한 자금조달처로 꼽히고 있지만 이조차 녹록치 않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등의 상장이 절실한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질적인 지원 주체다. ‘박삼구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 측면 그룹 기여도는 80~90%를 차지한다. 아시아나항공 위기는 그룹 위기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비핵심 자산 매각·자회사 상장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력 부활이 관건이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지난 6~8월 평균 항공유가는 전년동기대비 45% 올랐다. 항공사는 보통 유류재고 1개월치를 보유한다. 이를 감안하면 3분기 급유단가의 상승폭은 2분기 대비 가파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6월 대비 상승해 비용부담 우려는 여전하다.

일본노선은 8월 폭염에 이어 9월 중순까지 태풍과 지진으로 정상영업을 하지 못했다. 최근 일본노선 운영을 일부 재개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일본노선 여객비중은 14%다. 높은 수익성을 감안하면 3분기 성수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낮다.

여객과 화물 수요는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은 물론 LCC와도 경쟁해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는 차치하더라도 업계 경쟁 심화는 자체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객, 화물 등 항공수요는 우호적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소요 등을 감안하면 차입여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선 조정, 비용절감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뚜렷한 청사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