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IBM과 교육부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컨퍼런스장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기반의 새로운 교육 모델인 5년제 P-테크(P-TECH)를 2019년 개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 모로코, 호주,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성공적인 P-테크 모델을 도입한 6번째 국가가 됐다.

협력의 결과물은 서울 뉴칼라 스쿨 (Seoul New Collar School)로 명명됐다. 고등학교 3년과 전문대 2년을 연계한 5년제 통합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졸업 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장과 2년제 전문학사 학위가 주어진다. P-테크는 학생들에게 멘토링, 기업 방문 및 현장학습, 유급인턴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 및 STEM 기반의 직업을 일찍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박춘란 교육부 차관과 장화진 한국IBM대표이사가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IBM

졸업 후 산업계 파트너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1차 서류전형 없이 다음 단계를 진행하게 된다. 내년 3월 개교를 위해 현 중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올해 11월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며, 학생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뉴칼라'라는 단어가 흥미롭다. 블루칼라,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직종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서울 뉴칼라 스쿨은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로 개설된다. 세명컴퓨터고등학교와 경기과학기술대학교가 첫 교육계 파트너로 손을 잡으며 한국IBM이 산업계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2019년 정원은 52명이다. 교원그룹도 별도의 P-테크 설립을 준비한다.

P-테크 교장으로 선임된 유두규 세명컴퓨터고등학교 교장은 “P-테크는 학생들이 인공지능 솔루션,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 보안, 디지털 디자인 등 기술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뉴칼라 직업군이 어떤 일을 하고 왜 필요한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라고 말하고, “학생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뉴칼라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P-테크는 시스템적으로 기업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지원을 보장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P-테크는 교육계와 산업계, 정부가 힘을 합쳐 업무 현장에서 즉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자하는 고등학교와 전문대 연계 교육 모델”이라며, “교육부는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제도와 정책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IBM과 교육부의 협력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CT 기업이 생태계 외연 확장을 위해 구사하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미래의 고객을 발굴하는 한편, 자사 ICT 생태계의 플랫폼 볼륨을 강화할 수 있는 로드맵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서울 캠퍼스를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 방향성이 '학생'이라는 미래의 '우리 인재'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적 관점으로는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최근 중국의 화웨이는 Korea Seeds for the Future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orea Seeds for the Future는 화웨이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현지 ICT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통신 산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해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싱가포르를 비롯해 96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의 280여 개 대학에서 약 3만5000여 명이 넘는 대학생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서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의 ICT 전공 대학생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첫 주에 중국 북경의 주요 명소를 견학하고 북경어언대학교에서 중국어 및 서예 교육을 통해 중국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 발대식도 함께 진행, 북경에 주재하는 주중한국대사관의 교육 담당 부문 1급 서기관이 직접 방문해 학생들과 미래 IC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최근 퀄컴도 KAIST에서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퀄컴코리아 R&D센터의 황규웅 이사가 참석해KAIST 공과대학 대학원 10팀과 및 학부생 3팀에게 연구 지원금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는 혁신을 위해 도전하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공계 학생들에게 연구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가 진행됐다. 출처=퀄컴 코리아

퀄컴은 단순한 사회공헌 성격을 넘어 저변 확대를 적극적으로 꾀하는 기업이다. 현재 퀄컴은 퀄컴 이노베이션 어워드와 더불어 우수 공대생 대상 장학금 프로그램인 ‘퀄컴 장학금’과 샌디에고 본사 방문 프로그램인 ‘퀄컴 IT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AWS는 적극적인 인재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사례다. 학생을 미래의 우리 고객은 물론, 우리 인재로 보며 공격적인 생태계 편입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IBM과 비슷하다.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은 지난 6월 서밋에서“이제 보안은 클라우드 확장의 장애물이 아니다”면서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퍼스트 시대가 도래하며 AWS의 존재감이 강해지자 이와 관련된 인재를 적극 확보하려는 포석도 깔렸다.

AWS의 무기는 AWS 에듀케이트다. AWS 에듀케이트는 AWS가 클라우드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구축한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AWS는 AWS 에듀케이트를 통해 자기들만의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빈센트 콰 AWS 아태지역 및 일본 지역 연구, 의료 및 비영리 조직 부문 총괄은 "한국에서 AWS 에듀케이트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교육기관, 학생과 함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AWS는 학생은 물론 스타트업에게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AWS 에듀케이트는 내부에서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 크레딧을 제공하며 일종의 화폐처럼 사용하고 있으나, 교육 자체는 사실상 무료로 지원된다. 클라우드 인재 확보를 위한 공공재라는 논리다.  코넬대학교 뉴욕 공과대학은 최근 산학연계를 위한 대학원 모델로 AWS 에듀케이트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2000여명의 학생을 위한 교육 과정의 일부로 AWS 에듀케이트를 도입했다. 이정우 연세대 학술정보원장은 “AWS를 선택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사업자이고, 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지만 역시 AWS 에듀케이트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면서 “AWS 에듀케이트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우수한 인재로 거듭나고,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