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는 ‘팔꿈치로 꾹 찌르다’는 말입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쓴 책 <넛지>를 통해 널리 알려졌죠. 이제 넛지의 개념은 사람들을 억지로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인하는 방법이라고 일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이 넛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출근길에 만난 넛지를 한 번 따라와 보세요.  

 

# 불법 촬영하지 않겠습니다, 빨간원 프로젝트

“불법촬영 근절 빨간원 프로젝트,

#나는 보지 않겠습니다. #나는 감시하겠습니다.

‘찰칵’이 ‘철컹’이 될 수 있습니다.”

▲ 촬영 : 김태욱

필자가 출근길에 신분당선 미금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안전문에 부착된 사인물 내용입니다. 빨간원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 렌즈에 빨간원 스티커를 부착해 불법촬영을 하지 않고 불법촬영물도 보지 않고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캠페인입니다. 이 빨간원 프로젝트는 광운대학교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인 이종혁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제안한 ‘라우드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라우드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관심을 두고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LOUD,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는 뜻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줄 서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불편하게 하는 걸 막아보자는 ‘괄호 프로젝트’도 이 라우드 프로젝트입니다.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일상을 업그레이드하는 거죠.

 

# 지구도 살리고 몸도 살리는 칼로리 건강계단

“계단을 오르면 건강은 올리고! 체중은 내리고!

지구도 살리고! 몸도 살리는! 에너지 다이어트

10계단에 -1.4㎉ 10분에 –12㎉”

▲ 촬영 : 김태욱

필자가 강의를 위해 자주 찾는 한국생산성본부에는 ‘칼로리 건강계단’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 통로로 올라가다 보면 이 문구가 각 층마다 붙어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가니 엘리베이터에 드는 에너지도 절약되고, 우리 건강에도 좋다는 말이죠. 또, 구체적으로 10계단에 1.4㎉, 10분에 12㎉가 소모된다고 눈으로 보여주니 어찌 따르지 않겠습니까? 배불뚝이 아재들이 건강을 위해 일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먹고 쓰고’ 원칙이라고 합니다. 먹는 만큼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뜻이죠. ‘칼로리 건강계단’ 역시 배불뚝이 아재에게 먹은 만큼 쓰라는 충고를 부드러운 개입으로 강력하게 전달하는 넛지 스토리텔링입니다.

 

# 걸음을 인도하는 환승역 빨간띠

초행길은 작은 이정표도 큰 도움이 됩니다. 퇴근길 3호선 양재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탈 때 연결 통로 바닥에 빨간색 긴 줄이 있습니다. 빨간줄에는 ‘신분당선 갈아타는 곳’이라 적혀 있습니다. 물 흐름을 바꾸기 위해 물골을 파놓으면 물길이 바뀌듯이 이 빨간줄은 방향을 못 잡은 환승객들의 총총 걸음을 인도해줍니다.

넛지는 부드러운 개입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지듯이 넛지는 사람들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며 스스로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넛지들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