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 캔턴=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9월 15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미주리(Missouri)주 캔턴(Canton)에 위치한 산지 엘리베이터(대형 곡물창고)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옥수수, 대두(콩) 등 인근 농장에서 수확한 곡물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들이 꾸준히 오고갔다. 트럭이 정해진 위치에 정차하자, 길다란 집게가 트럭에 실은 옥수수 낟알을 빨아들이고, 옥수수 낟알들이 곡물 수급기로 쏟아졌다. 사무실 외부와 내부에 동시 위치한 전자판에 옥수수의 수분량과 수확량, 컨테이너 내부 온도 등의 수치가 자동으로 표시됐다. 담당 직원은 샘플검사를 통해 당일 팜빈(Farm Bin, 저장탱크)에 저장할 옥수수의 품질을 실시간 확인했다.

미국 농업의 중심지인 ‘콘벨트(Corn Belt, 미국의 중·서부에 걸쳐 형성된 세계 제1의 옥수수 재배지)’ 지역 중 한 곳인 미주리주 캔턴. 여기에 지역농가들이 직접 출자한 ‘우르사 파머스 코왑(Ursa Farmers Coop)’이 운영하는 곡물 엘리베이터(Country Grain Elevator)를 <이코노믹리뷰>가 직접 가봤다.

▲ 곡물엘리베이터를 제어하는 중앙관리실. 2012년과 2015년, 2017년에 걸쳐 팜빈(곡물저장탱크)이 추가 조성됐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미국 미주리주 캔턴에 위치한 우르사의 산지 곡물엘리베이터의 팜빈.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미국 곡물 유통시스템의 근간, 곡물 엘리베이터

곡물 엘리베이터는 옥수수·콩 등 미국의 곡물을 유통하는 시스템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농가로부터 곡물을 매집해, 창고에 건조·저장·분류한 뒤 선박 등 운송수단에 실어 옮길 때 승강기처럼 들어 올린다고 해서 엘리베이터(Elevator)라는 명칭이 붙었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거점산지유통센터(APC)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규모와 역할 면에서 미국의 곡물 엘리베이터가 훨씬 크고 다양하다.

미국의 곡물 엘리베이터는 위치와 역할에 따라 산지·강변·수출 엘리베이터 등으로 구분된다. 산지 엘리베이터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인근 농가의 곡물을 매집·저장하고, 강변 엘리베이터는 산지 엘리베이터의 곡물을 모아 선박을 이용해 초대형 엘리베이터인 수출 엘리베이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매집된 곡물은 우르사의 강변엘리베이터를 통해 바지선으로 뉴올리언스주에 운반된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미주리·일리노이 4800여호 농가가 출자해 운영하는 우르사 곡물 엘리베이터

미시시피강을 두고 9개의 곡물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는 우르사 파머스 코왑(이하 우르사)은 인근 지역인 미주리주와 일리노이(Illinois)주의 4800여호 농가들이 직접 출자한 조합이다. 지금으로부터 98년 전인 1920년 5월 일리노이주에 처음으로 산지 엘리베이터를 조성한 이후, 지역농가들의 꾸준한 참여와 늘어나는 곡물 처리를 위해 산지와 강변을 중심으로 엘리베이터를 건설했다. 현재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웨이랜드(Wayland) 지역에 10번째로 최신식 곡물 엘리베이터를 짓고 있다.

우르사의 마케팅 매니저인 팀 엘러브록(Tim Ellerbrock)은 “10번째 곡물 엘리베이터 완공까지 포함해 우르사의 연간 곡물저장물량은 2012년 1000만 부셀((Bushel, 1부셀은 약 27㎏)에서 올해 약 1800만 부셀로 추정되며, 높은 생산성으로 매년 곡물 저장량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1800만 부셀은 약 48만6000t으로, 지난해 기준 우리의 연간 쌀 소비량(333만t)의 약 17%가 우르사의 10개 곡물 엘리베이터에 저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팀 엘러브록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곡물 엘리베이터의 수명은 최소 60년에서 100년 정도며, 엘리베이터 건설비용은 대략 180만달러(한화 약 20억원) 내외 수준이다.

▲ 올 연말 완공 예정인 우르사의 10번째 곡물 엘리베이터.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팀 엘러브록 우르사 매니저가 곡물 엘리베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곡물 매집·판매해 얻은 엘리베이터 수익은 회원농가에 배당

미국의 곡물 엘리베이터는 개별 농가가 일정한 온도 하에 균등한 품질의 곡물을 저장하기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운송과 판매까지 대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르사는 회원농가가 수확한 곡물을 매집해 저장처리한 후 주로 가축사료용으로 판매 대행해주는 편이지만, 직접 운영하는 4개의 강변 엘리베이터를 통해 바지선(화물 등을 주로 운반하는 소형선박)에 곡물을 실어 뉴올리언스(New Orleans)주로 운송해준다. 뉴올리언스주로 이동된 옥수수와 콩 등의 곡물은 걸프만 지역으로 수출된다.

팀 엘러브록 매니저는 “우리는 농가가 수확한 곡물을 저장·운송·판매처리까지 대행해주는 한편, 작물보험(Crop Insurance, 우리의 농작물재해보험과 유사) 운영을 통해 회원농가의 리스크를 관리해주고 있다. 이외에 종자·비료 판매와 농가 컨설팅을 함께 하고 있다”며 “곡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얻은 순수익은 매년 회원농가에 배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농가가 수확한 옥수수는 곧바로 트레일러탱크로 이동된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옥수수 매집을 위해 엘리베이터로 진입하는 트레일러탱크.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트레일러탱크가 우르사의 곡물 엘리베이터 팜빈에 곡물을 하역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농가가 수확한 곡물이 적정 온도에 균일한 품질로 저장될 수 있도록 중앙관리실이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중앙관리실의 곡물저장시스템은 자동화·첨단화돼 실시간 현황 파악이 가능하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자동화·첨단화된 미국의 곡물 엘리베이터

미국 곡물 엘리베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와 ‘첨단화’에 있다. 중앙관리실은 자동화된 첨단 시스템을 통해 곡물 저장탱크 역할을 하는 ‘팜빈(Farm Bin)’의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

우르사 직원은 트레일러트럭이 싣고 온 곡물의 샘플링(Sampling) 검사를 하고, 팜빈에 저장될 옥수수·콩 등의 수분량·저장온도와 같은 품질 평가를 토대로 각 팜빈에 매집한다. 팜빈은 수확된 곡물이 최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풍(Air-Circulation)을 통한 자동온도조절이 되고 있다. 또한 중앙관리실은 곡물 매집 전에 유전자 식별 키트로 GM 작물과 Non-GM 작물이 혼입되지 않도록 구분·저장하고 있으며, 미국 전역의 곡물 판매가격정보를 연간·월간·일간과 지역별로 실시간 수집해 농가에 제공하고 있다.

▲ 담당직원 팜빈에 매집하기 전 수확한 옥수수를 샘플검사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곡물을 실은 트레일러트럭은 샘플검사를 마쳐야 팜빈으로 이동할 수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샘플링 검사로 팜빈에 저장할 곡물의 수분량과 저장온도 등이 실시간 측정된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중앙관리실은 곡물 매집 전에 유전자 식별 키트로 GM작물과 Non-GM작물이 혼입되지 않도록 구분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유전자 식별 간이 키트.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중앙관리실은 실시간으로 수집한 곡물가격정보를 농가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미국 전역에 8600여개 곡물 엘리베이터 조성…미국 농업물류의 근간 역할

모든 작업이 완료된 곡물은 인근 지역에 사료용으로 판매되거나, 철도를 통해 강변 엘리베이터로 이동된 후 곡물을 운반하는 바지선으로 대형 수출 엘리베이터에 운송된다. 수출 엘리베이터는 미국 농가가 수확한 곡물을 우리나라·중국 등지로 수출한다. 이처럼 미국의 곡물 엘리베이터는 미국의 전체 곡물 물류 시스템에서 가장 기본단위이자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 전역에 있는 곡물 엘리베이터 수는 8600여개 정도다.

▲ 우르사는 미시시피 강 인근에 4개의 강변엘리베이터를 운영 중에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팀 엘러브록 매니저는 “곡물 엘리베이터는 미국 곡물농가의 수익과 권익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이면서 미국 곡물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실”이라고 하면서 “미국의 농업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곡물 엘리베이터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