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존스턴=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아이오와(Iowa)주 존스턴(Johnston)에 위치한 ‘멘델 그린하우스 콤플렉스(Mendel Greenhouse Complex, 멘델 온실단지).’ 멘델 온실단지는 글로벌 종자회사 다우듀폰 파이오니어(DowDupont PIONEER)가 운영하는 실증단지로, 여기에는 옥수수의 조상 격이자 ‘신의 곡물(Grain of the Gods)’로도 불리는 ‘테오신트(Teosinte)’를 비롯해 파이오니어 307과 같은 다우듀폰이 개발한 유전자변형(GM) 옥수수와 Non-GM 옥수수는 물론, 브라질·일본·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의 주요 옥수수 종자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이 중 옥수수의 조상으로 꼽히는 테오신트는 지금 우리가 먹는 옥수수 품종과 달리, 외적으로 닮은 모습이 거의 없고 열매도 훨씬 작아 꽤 인상 깊었다. 멘델 온실단지를 안내해준 다우듀폰 관계자는 “데오신트는 자연 상태에서 수천년 동안 인간이 선호하는 맛과 품질, 환경과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인위적인 선택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옥수수로 진화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생명공학 발전에 따른 GM 기술로 인류가 원하는 형질을 지닌 품종을 단기간에 재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다우듀폰이 운영하는 멘델 온실단지에는 GM 옥수수와 해외 주요 옥수수 품종들이 재배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테오신트를 설명하는 다우듀폰의 관계자.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옥수수의 조상으로 불리는 테오신트의 낟알.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다우듀폰, GM 육종기술 ‘작물 생산량 증대’ 위한 최적의 도구

인류 식탁에 오르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96년 당시 몬산토가 제초제 내성을 가진 대두(콩) 종자 보급 때부터다. 현재 생명공학 기술이 적용된 GM 작물은 옥수수와 콩, 면화, 카놀라(유채)가 주를 이루며, 이외에 사탕무와 알팔파(콩과류의 다년생 작물), 감자, 파파야, 토마토, 사과 등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안전성 심사를 통해 식품·가축사료용으로 승인된 GM 작물은 옥수수와 콩,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가 있으며, 지난 8월 31일부터 감자도 추가됐다.

다우듀폰 파이오니어 연구센터 역시 1990년대 후반 ‘파이오니어1197AMTM’이라는 명칭의 해충저항성 GM 옥수수를 개발하면서, GM 작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 다우듀폰의 케빈 딜 이사가 GM작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앞서 9월 13일 다우듀폰 파이오니어 연구센터에서 만난 다우듀폰의 케빈 딜(Kevin Diehl) 이사는 “전통적인 관행육종이나 생명기술을 활용한 GM 육종 모두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데, 교배육종·잡종강세육종 등 전통육종 방법으로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GM 육종기술은 작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병해충을 막고 잡초를 제거하는 데 특히 유용하며, 이에 따라 생산성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빈 딜 이사는 “지금의 파이오니어 GM 옥수수 종자는 에이커당 545부셀(1부셀=약 27㎏)의 생산능력이 있는데, 이는 미국 전체 평균(2017년 기준 176.6부셀)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라며 “작물 생산량 증대의 최적의 도구로 GM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다우듀폰의 파이오니어 GM옥수수 실증단지.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GM 기술은 교배육종 등 전통육종보다 유전자 변화 적다”

케빈 딜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유전자 변화는 GM 작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전통육종(교배육종·돌연변이육종·잡종강세육종 등)에서 작물 교배를 할 때, 수천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가 뒤섞여서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원하는 형질을 지닌 유전자 외에도 불필요한 유전자들까지 따라 오게 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 1~4개 정도를 목표 식물에 주입하는 GM 기술은 전통육종보다 유전자 변화량이 가장 적다.

또한 GM 작물을 우리가 섭취하면 우리 몸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일부 의견에 케빈 딜 이사는 반박했다. 그는 “GM 작물을 가공한 모든 식품은 분자 화학물질로 구성됐으며,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은 분자 단위로 흡수한다. 전분은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 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 식품의 DNA 유전자는 핵산으로 분해·흡수된다. 이들 모두는 유전자가 아닌 분자일 뿐이다. 분자는 우리 몸에 영향을 절대 끼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다우듀폰 파이오니어 연구센터 정문.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다우듀폰의 GM 작물 안전성 평가 5~7년 소요

GM 작물의 안전성에 대해 다우듀폰 파이오니어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제 규정에 맞춰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 작물 안전성 관리를 위해 구성된 별도의 부서가 2003년에 마련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코덱스) 지침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정에 맞춰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있는데, 크게 재배·환경·식품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눠 75종 이상의 안전성 평가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경우, GM 작물의 상업화는 농무부(USDA)와 환경청(EPA), 식품의약국(FDA)에서 모두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아델라 라모스(Adela Ramos) 다우듀폰 파이오니어 매니저는 “GM 작물 품종당 개발 시간과 비용은 평균 13년 정도에 1억3000만달러(한화 약 1455억원)가 소요되는데, 이 중 안전성 평가과정은 보통 5~7년이 걸리고 있다”며 “GM 작물은 알레르기성과 독성 유무, 환경위해성, 유전자 형질의 특성 규명, 실증테스트 등 그 어떤 작물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 다우듀폰 파이오니어 연구센터를 상징하는 조형물 ‘Golden Ear of Corn’.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유전자 편집기술 투자 나선 다우듀폰

다우듀폰은 GM 기술 외에 ‘Gene Editing’이라는 유전자 편집기술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로도 불리는 유전자 편집기술은 GM 기술처럼 외래 유전자를 대상 식물에 도입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유전자를 잘라내 더 나은 형질을 획득하는 기술을 말한다. 즉, A라는 작물에 b의 기능을 억제하고 싶을 때,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특정 DNA 염기서열을 절단하고 편집하는 게놈 편집기술이다.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지난 2015년 12월 ‘2015년 획기적인 혁신기술’로 선정했고, <네이처>(Nature)도 그해 ‘유전자 교정시대의 개막’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로 개발된 작물에 대해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일본 등은 GM 작물과 달리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공학계는 유전자편집기술이 정밀도와 관련 기술 개발속도, 비용 등의 면에서 기존의 전통육종과 GM 기술보다 좀 더 우위라고 보고 있다. 특히 비용 면에서 유전자 가위기술은 실험실의 경우 우리 돈으로 230만원 정도면 조성 가능하고, 유전자 편집키트는 1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 다우듀폰이 최근 유전자 가위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신품종 Waxy 찰옥수수.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유전자 가위기술 도입한 Waxy 찰옥수수 종자 개발…내년 하반기 상업화 희망

마리아 페도로바(Maria Fedorova) 다우듀폰 파이오니어 박사는 “여러 유형의 유전자 편집기술 중 정확성이 높으면서 사용이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한 ‘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다우듀폰은 ‘Waxy Corn’이라는 새로운 찰옥수수 종자를 개발했다”며 “일반 옥수수 커널(낟알)은 75%의 아밀로펙틴 전분과 25%의 아밀로오스를 함유하는데, 유전자 가위기술을 활용한 다우듀폰의 Waxy 찰옥수수는 아밀로펙틴 함유량을 97%까지 높인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밀로펙틴 전분은 샐러드용 소스 시럽과 음료, 종이 원료 등 다방면으로 쓰이는데, 마리아 박사는 유전자 가위기술로 개발한 Waxy 찰옥수수가 식품·제지 등 여러 산업에서 활발히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전자 가위기술을 활용한 작물의 상업용 재배는 미국 미네소타 소재의 ‘Calyxt(칼릭스트)’라는 업체가 대두를 대상으로 올해 세계 처음으로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이며, 다우듀폰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상업용 재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 다우듀폰 파이어니어의 농업 솔루션을 설명하는 전시판.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한편, 다우듀폰은 지난 2015년 12월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듀폰(Dupont) 간의 합병으로 회사 명칭이 ‘다우듀폰™’으로 바뀐 이후, 농업·재료과학·고기능화학품 등 사업별로 분할해 3개의 새 회사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농업 분야는 올 상반기에 ‘코트테바 애그리사이언스(Corteva Agriscienc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해 농업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두고, 종자사업과 작물보호제(농약), 정밀농업을 포함한 디지털솔루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