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문재인 정부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는 4대그룹 총수급 인사 동행한다. 청와대가 16일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명단을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4대그룹 총수급 인사가 포함됐다.

이 밖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의 기업인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대통령 비서실장)은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때도 기업 총수급 인사들이 함께 동행했다”면서 “국내 이슈와는 무관하개 기업인들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경제협력(경협)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엔의 제재 등으로 경협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현실도 있지만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총수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현재 북한과 경제협력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방북 후 내놓을 정부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도 “촉박하게 기업 총수의 정상회담 동행이 결정된 만큼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야 대북 경협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외 대기업 남북경협 사례는?

과거 우리 대기업의 남북경협 사례는 현대그룹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국내 대표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한에서 TV생산을 한 전례가 있다. 생산량은 두 회사를 합쳐서 최대 연간 5만대 정도로 미미했지만 남북협력 TV생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평양에서 브라운관 TV를 생산해 왔다. 평양에 위치한 ‘대동강 TV’에 부품을 공급해 조립한 후 이를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TV를 생산한 것이다.

LG 관계자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대동강 TV에서 브라운관 TV를 생산했던 것이 북한과의 경협의 대표 사례고 이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2000년부터 브라운관 TV 생산을 해 오다 2010년 즈음부터 생산을 중단했는데 이것이 삼성전자가 과거 북한과 경협을 했던 유일한 사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경협 기대감 가장 높아

현대그룹은 지난 4월 문재인 정부의 1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5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설립했다. 위원장은 그룹 총수인 현정은 회장으로 임명해 발빠르게 경협 대비 구상에 들어갔다.

당시 현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남북화해와 통일을 초석을 놓으려 했던 고(故)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잘 계승해 나갈 것”이라면서 “남북경협사업의 선도기업으로 20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재개 준비를 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됐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간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경협이 원활해지기 위한 1차 관문인 대북제재 완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현대그룹의 태스크포스팀도 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TFT팀은 현재 남북 경협 관련 동향파악 정도만 하고 있다”면서 “기대감이 크지만 더 진전된 이야기는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야 할 수 있을거 같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금강산 관광지구 관광사업권 및 개발사업권, 개성공업지구 토지이용권,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권, 개성관광 사업권, 백두산관광 사업권, SOC개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력·통신 사업 등을 포함한 SOC건설 7대 사업권도 확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