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는 자동차 회사가 직면하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정교한 로봇이나 레이저 기술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즉 인간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눈을 마주치며 의사소통하는 것과 같은 문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국의 자동차 회사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 Rover)가 인지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차량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신기술에 대한 인간의 신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혀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그에 대한 재규어 랜드로버의 솔루션은 가상의 눈이었다. 바로 초등학교 시절 과제물에 종종 붙였던 툭 튀어나온 플라스틱 눈을 연상시키는,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커다란 가상의 눈을 자동차에 장착한 것이다. 회사는 이 가상의 눈을 ‘인텔리전트 팟’(Intelligent Pod)이라고 명명했다.

엔지니어팀이 고안한 이 눈은 자동차 앞에 보행자가 나타나면 그들과 ‘직접 눈을 맞추고’ 차량을 정지시킨다. 보행자들과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자동차가 보행자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보행자는 안전하게 통과해도 좋다는 신호다.

▲ 보행자와 자율주행차와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재규어 랜드로버는 자동차 전면에 눈을 달아 자동차의 의도를 인간 보행자에게 알려주는 장치를 개발했다.    출처= Jaguar Land Rover

그와 같이 눈이 보행자와 상호작용을 하기 전후에, 엔지니어들은 인간 실험 대상자가 자동차의 눈으로부터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확신을 충분히 했는지 신뢰 수준을 기록한다. 지금까지 500여명의 실험자가 눈이 달린 자동차와의 상호 소통 실험에 참여했지만, 회사는 실험 결과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미래 이동성 연구 책임자인 피트 베넷은 “보행자들이 도로에 발을 들여 놓기 전에 접근하는 차량 운전자의 눈을 쳐다보는 것은 제2의 본능”이라며 “미래의 보다 자동화된 세계에서 이런 눈 마주침이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산업들에서도 로봇에 눈을 다는 사례가 많다. 협동 로봇 기업 리싱크트로보틱스(Rethink Robotics)가 만든 산업용 로봇 백스터(Baxter)는 태블릿과 같은 얼굴에 한 쌍의 눈이 달려 있어 로봇의 의도를 함께 작업하는 인간 작업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기계가 작동하고 있을 때는 집중력을 나타내고 고장 났을 때는 슬픈 표정을 짓는다.

▲ 협동 로봇 기업 리싱크트로보틱스(Rethink Robotics)가 만든 산업용 로봇 백스터(Baxter)는 태블릿과 같은 얼굴에 한 쌍의 눈이 달려 있어 로봇의 의도를 함께 작업하는 인간 작업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출처= Rethink Robotics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량과의 상호 작용에 대해 불안해할 뿐 아니라, 그 안에 타는 것도 매우 불안해한다.

올해 초 미국자동차협회(AAA, 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가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의 63%는 완전 자율주행차량에 탑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다행히 이는 전년 조사 때의 78%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AA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운전자와 밀레니얼들이 자율 기술을 가장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래도 절반가량은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 조사 결과,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운행에 대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차량 충돌 사고의 90%가 사람의 실수로 인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들의 운전 솜씨가 기계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차량 제어권을 기계에 넘기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고 연구는 지적했다.

AAA의 자율기술 홍보담당 이사인 그레그 브래넌은 지난 2월 “그래도 미국인들은 지난해에 비해 자율주행차량을 보다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며 “자율주행차량 탑승을 신뢰한다고 말한 사람이 1년 전에 비해 2000만명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량과 보행자 간에 의사소통 방법을 모색하는 회사는 재규어 랜드로버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Mountain View)에 있는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라는 스타트업도 텍사스주 프리스코(Frisco)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약 1만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먹고 쇼핑하는 오피스파크 단지까지 통근용으로 밝은 오렌지색 자율주행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이 닛산 NV2000 밴 둘레에는 ‘자율주행차량’이라는 글귀가 붙어있고, 인간 운전자가 앉아 있을 자리에 장착된 외부 패널에는 “보행자가 도로를 건널 때까지 기다리는 중” 같은 메시지가 나와 보행자들의 시선을 끈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량이 아직 “건설 현장 작업자들이 손짓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은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지능형 눈 장치도 아직 현실 세계를 직접 탐험할 수준은 안 되며 영국 코번트리(Coventry)의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거리’에서만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