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지역 산업 불황과 부동산 경기위축 여파로 위협을 받고 있다. 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의 업황 악화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1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은행 합산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9%다. 전년 동기(당기순이익 8조1000억원, ROA 0.71%)와 유사한 수준이다.

시중금리 상승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증가하고, 신규 부실 감소·부실채권 정리 영향으로 대손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순이익에선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유가증권매매이익, 외환파생관련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시중·지방은행, 자산건전성 차별화

수익성 측면에서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고르게 개선됐다. 그러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측면에서는 은행그룹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상반기 은행그룹별 ROA는 시중은행0.7%, 지방은행 0.8%다. 두 그룹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는 올 6월 말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55%로 지난해 말 0.66%에서 추가 개선됐다. 반면,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로 지난해 말 1.01%에 비해 상승했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지방은행 중 자산규모 3위인 경남은행은 지난해부터 한계기업차주의 신규부실이 크게 늘었다. 경남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0.89%에서 올 6월 말 1.29%로 확대됐다.

지난해 동아스틸 관련 대규모 부실여신이 발생한 부산은행의 자산건전성은 1.53%에서 1.43%로 오히려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 5개의 지방은행은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0.98%) 대비 높은 수치다.

부동산경기 활황, 가계여신 비중 급증

최근 국내 은행 여신성장을 주도한 것은 가계부채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에 힘입은 부동산경기 활황이 원인이다.

2012년 이후 가계여신 증가율은 연평균 6.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여신은 연평균 2.7% 상승했다. 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 등 지역 거점 산업의 업황 악화로 기업대출수요 규모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탓이다. 지방은행의 가계여신비중이 확대된 원인이다.

2007년 말 기준 지방은행의 총여신 내 가계여신 비중은 29.2%다. 지난해 말에는 35%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여신의 비중은 7.8%포인트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시중은행의 가계여신 비중은 0.9%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방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7.8% 올랐다. 시중은행 평균 3.9%에 비해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여신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지방은행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향후 총여신 증가율도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취약업종·중소기업 여신 비중 높아

지방은행은 지역 토착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회사다. 지방은행의 중소기업여신 비중이 시중은행대비 높은 이유다. 문제는 취약업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올 6월말 제주은행을 제외한 5개 지방은행의 4대취약업종(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분야)의 여신비중은 8.8%다. 시중은행은 평균 4.7%다.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여신비중은 57.1%로 사중은행 평균 35.2%에 비해 높다.

향후 중소기업여신 건전성은 지방은행별로도 차별화될 전망이다. 취약업종 중에서는 특히 조선, 해운업종의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영남권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나신평 관계자는 “업황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의 추가 도산 및 내수 위축으로 인한 가계의 상환능력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 은행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관련 중소 협력업체의 수익성도 낮아지는 추세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최근 경영권이 중국 더블스타로 이전된 금호타이어(광주, 곡성공장)와 생산기지를 폐쇄한 한국GM(군산공장)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공장 폐쇄를 비롯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중기적으로 지역경기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은행은 업황 변동에 따른 여신포트폴리오 조정이 비탄력적이다. 중소기업여신의 건전성이 시중은행에 비해 열위한 이유다.

지방부동산 경기 하락, 공급 초과 시장 형성

전체 지방은행의 가계여신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수도권여신을 제외한 지방 가계여신의 건전성 저하가 주도하고 있다.

지방은행 가계여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하면, 수도권여신은 5개 은행 모두 2016년 이후 0에 가깝다. 반면, 전북은행을 제외하한 지방여신은 2015년 이후 오르는 추세다. 올 6월말 기준 지방가계여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북은행(0.48%), 광주은행(0.36%), 부산은행(0.34%), 경남은행(0.33%), 대구은행(0.2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는 하락 추세이다. 대구를 제외한 영남(부산, 울산, 경남, 경북) 지역의 주택매매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방 부동산 가격의 하향 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산업을 비롯해 지역경기의 중요 축이 되는 산업들의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서, 수요기반이 취약하다. 게다가 2020년까지 예정된 공급물량 또한 많아 공급 초과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향후 지방 가계여신 건전성 저하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체 은행의 가계여신 건전성 변동폭은 거점지역과 포트폴리오 구성비에 따라 각 지방은행별로도 차별화될 전망이다.

BNK계열(부산, 경남) 은행들은 수도권 등 기타 지역으로의 가계여신 포트폴리오 분산도가 낮다. 이에 가계여신 건전성 저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DGB계열 거점 지역인 대구와 JB계열 거점 지역인 전북과 전남은 현재까지 양호한 모습이다.

전북은행은 지역의 주요 사업체인 현대중공업, 한국GM이 군산지역 공장을 폐쇄하는 등 지역경기에 위기를 겪고 있어 해당 지역 여신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나신평이 중소기업여신과 가계여신의 건전성 저하를 가정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취약업종 여신비중과 요주의이하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은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지표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모니터링 대상으로는 전북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을 꼽았다. 전북은행은 현재 자본적정성 지표가 지방은행 중 가장 열위하다. 충당금 추가적립에 따른 지표 하락이 은행 신용평가방법론상 요소지표의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중소기업여신 내 취약업종 비중이 높아 지역경기 악화에 따른 여신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서연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선입연구원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여신 중 4대 취약업종 여신과 주택담보를 중심으로 한 가계여신 건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향후 취약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둔 지방 부동산 가격변화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