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13 부동산 대책 발표에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아니,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보다는 이번 부동산 대책의 핵심을 이루는 ‘종부세’ 중과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것에 더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특히 조세정책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을 뿐더러,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키거나 조세전가 현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과거 사례들을 통한 학습효과로서 시장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관련한 정책발표를 하지 못한 속사정에 대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개헌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자는 제안을 했을 정도로 ‘토지공개념’에 관한한 적극적인 입장 이었다(관련기사 ☞ [靑개헌안 집중분석④] 뜨거운 감자 ‘검찰개혁’ 그리고 ‘토지공개념’). 물론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 관련 내용은 포함되어 있다. 제23조(재산권 보장과 제한)와 제122조(국토 이용·개발과 보전)중 헌법 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토지 소유권에 대한 공적 규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정부는 헌법 자체에 이를 명시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이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싶었고, 이는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느냐의 여부는 큰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헌법에 관한 최종적인 유권해석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은 토지소유자가 이용가능한 모든 용도로 토지를 자유로이 최대한 사용할 권리나 가장 경제적 또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입법자는 중요한 공익상의 이유로 토지를 일정 용도로 사용하는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며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헌법이 ‘토지공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1998. 12. 24. 선고 89헌마214 등 참조). 오히려 문제는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할만한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정책적인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9년 말, 정부는 당시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만 있던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제도적으로 실현할 3법, 즉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들 법률은 제정 후 시행이 되자마자 곧장 위헌 논란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법’ 전체에 대하여 위헌 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토지초과이득세는 개발사업 등으로 개인 또는 법인이 보유한 유휴토지 등의 지가가 상승할 경우 그 소유자가 얻는 토지초과이득을 세금으로 납부하라는 것인데, 국민의 재산권 침해와 밀접할 수 있는 토지초과이득세 기준시가의 산정방법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전적으로 포괄위임 하였다는 점, 토지를 보유하는 동안 특정기간에는 토지초과이득이 발생하였으나 이후 지가가 하락한 경우에는 이미 발생한 토지초과이득에 대하여 어떻게 조세처분을 할 것인가에 대한 보충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 토지초과이득세율을 50%로 단일하게 규정한 것은 헌법상 재산권과 평등권에 반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1994. 7. 29. 선고 92헌바49 등). 뒤이어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도 위헌결정을 받기에 이른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특별시, 광역시에서 법률이 정한 상한선인 200평 이상의 택지를 소유한 경우 또는 법인이 택지를 예외적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초과소유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 법 시행 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택지소유상한제를 적용한 것은 신뢰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 경과규정에서 법 시행 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법 시행 이후 택지를 취득한 사람과 동일하게 취득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점 등이 위헌적인 요소로 평가되었던 것이다(헌법재판소 1999. 4. 29. 선고 94헌바37 등).

앞서 살펴본 법률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 이제 남은 것은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뿐이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택지개발, 공단 조성 등 개발사업을 시행한 사업시행자나 토지소유자가 정상 지가 상승분을 초과해 토지가액이 증가하는 ‘개발이익’ 중 일정 비율을 개발부담금으로 납부하라는 제도로, 해당 법률 역시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지가 선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에 대하여 일부 위헌결정(헌법재판소 1998. 6. 25. 선고 95헌바35 등)을 받은 적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건재하다. 물론 지금도 해당 법률은 재건축조합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헌법소원을 당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정부로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법률을 거듭 재정비하여 정책적인 카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의 ‘부동산 위기’가 발생한 근저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만큼 그 해결책 역시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이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로지 손쉬운 ‘종부세’카드에 모든 것을 의존한 이번 부동산 정책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거니와 아쉬움도 크다. 1년에 8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어 놓은 정부 입장에서야 속이 타들어갈지 모르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