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인=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미국의 아이오와(Iowa)주는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옥수수·대두(콩)를 비롯한 곡식 생산이 많은 ‘미국 제2의 곡식창고’이자, 콘벨트(Corn Belt, 미국의 중·서부에 걸쳐 형성된 세계 제1의 옥수수 재배지역)의 핵심지역이다. 9월 1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주도인 ‘디모인(Des Moines)’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프레이리시티(Prairie City) 지역을 찾아 윌 캐논(Will Cannon)과 고든 와세나(Gordon Wassenaar) 농가를 만났다. 이들은 GM(Genetically Modified) 육종기술이 적용된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을 도입한 농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 아이오와주 농가인 윌 캐논 씨(왼쪽)와 고든 와세나 씨(오른쪽).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병해충·제초제 내성 GM 작물 ‘높은 생산성’ 이점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광활한 농지에서 옥수수와 콩 수확을 앞둔 고든 와세나(82) 농가와 윌 캐논(36) 농가. 고든 와세나와 윌 캐논은 각각 62년, 20년의 농사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다. 이 중 윌 캐논은 자기 소유의 농지뿐만 아니라 고든 와세나의 일부 농지를 임대해 GM 옥수수와 GM 콩을 재배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1300에이커(약 526헥타르=159만1400여 평)로 절반가량은 GM 옥수수, 나머지 절반은 GM 콩이다.

이들 농가가 재배·수확한 GM 작물은 주로 아이오와주 인근 지역의 가축사료와 에탄올 연료용으로 공급되고, 일부는 지역 내 곡물엘리베이터(대형곡물창고)로 공급되거나 해외로 수출된다.

윌 캐논은 “병해충과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GM 작물을 재배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높은 생산성”이라며 “작물에 피해 없이 모든 잡초 제거가 가능하면서, 옥수수 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어 생산성 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윌 캐논의 경작지에서 자라는 옥수수 평균 수확량은 에이커당 215부셀(1부셀은 약 27㎏). 미국 전체 평균(176.6부셀)보다 약 20% 이상 높다. 콩 평균 수확량은 65부셀로, 역시 미국 전체 평균(53부셀)보다 18% 정도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 윌 캐논의 수확을 앞둔 GM 옥수수농장.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GM 옥수수.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살충제·농약 무분별한 사용 절감…환경에 도움

고든 와세나는 GM 작물 재배가 농가에게 경제적·환경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인구에 비해 식량을 공급해줄 경작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GM 작물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든은 “오랫동안 GM 작물을 재배·수확하면서 느낀 점은 GM 작물이 전통농업에 따른 작물 재배보다 수확량 향상에 크게 기여하면서, 화학 살충제·농약 등의 무분별한 사용을 크게 줄여 환경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GM 기술의 발전으로 토질·병해충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농가가 작물을 선택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농가 경영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작물의 생산성 향상·농약사용 절감 등 GM 작물 재배의 효용성 덕분에,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옥수수와 콩 재배 농가의 90% 이상은 이미 GM 작물을 도입했다.

▲ 윌 캐논이 자신의 GM 옥수수 농장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GM작물 재배 농가 "안전성 충분하다"

GM 작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두 농가는 강한 확신을 지니고 있다. 고든 와세나는 “일부에서 과학적인 무지 때문에 GM 작물에 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데, GM 작물이 지금껏 사람이나 동물에 위해하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농가 입장에서는 GM 작물을 재배하면서 농약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키는 등 환경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윌 캐논은 “GM 작물 재배 농장은 독성 때문에 곤충 등이 살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며 “특정 해충만 방제할 수 있도록 생명공학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GM 작물 농장에도 일반 농장에서 볼 수 있는 메뚜기 등 곤충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윌 캐논의 농장에서 메뚜기와 개구리 등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윌 캐논은 즉석에서 GM 콩을 따서 여러 번 먹어보기도 했다. 기자 역시 윌 캐논이 건네준 GM 콩을 먹어봤는데, 맛이나 외형에서 일반 콩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GPS·자율주행 등 정밀농업 도입…최적의 농업환경 조성

윌 캐논과 고든 와세나 농가는 가족이 농장을 경영하는 이른바 ‘가족농’이다. 수확 등 농번기 때 간혹 파트타이머를 고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로 3~4명이서 농장을 운영한다. 윌 캐논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농가 수는 8만6000여명인데, 이 중 93%가 3~4명 내외의 가족농이다. 최소의 인력으로 광활한 경작지를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밀농업’을 도입하면서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정밀농업은 농작물 재배에 최첨단 기술과 결합한 영농법을 실행해, 최적의 수확과 산출을 얻도록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기술에는 GPS 유도, 자율주행, 무인항공(드론), 빅데이터 수집·분석 등이 있다.

▲ 고든 와세나가 자신 농장을 방문했던 해외 곡물전문가와 언론매체 등을 소개해주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고든 와세나의 농기계 창고. 오른쪽은 존디어 콤바인 농기계.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윌 캐논은 “정밀농업은 농가 입장에서 최적의 경제성을 찾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GPS 시스템을 통해 농지를 센티미터(㎝) 단위로 세분화하고, 각 구역의 토질·수분 등 특성에 따라 종자와 비료를 정확히 투입해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는 등 생산단계마다 여러 첨단기술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미 많은 미국 농가들은 10년 전부터 트랙터 등에 무인운전시스템과 자율주행시스템을 도입했고, GPS와 자동주행콤바인을 통해 수확과 동시에 작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실시간 입력하는 등의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를 농업에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퍼듀대학(Purdue University)과 <크롭라이프>(Crop Life) 잡지가 2015년 콘벨트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미국의 정밀농업 보급 추이를 살펴보면 영역별 토양샘플분석(GPS를 통한 종자·비료의 최적화된 투입)은 곡물 농가의 절반 이상, GPS 시스템을 갖춘 자동주행 콤바인 보급률은 6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59%의 농가는 GPS를 통한 작물 수확 모니터링을 실행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든 와세나는 “정밀농업을 도입한 이유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꾸준히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농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도 다음 세대에게도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물려주는 좋은 수단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