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내년부터 일명 ‘딱정벌레차’로 잘 알려진 ‘비틀(Beetle)’ 생산을 중단한다. 폭스바겐은 비틀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에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은 비틀 대체자로 '마이크로 버스'의 후속작인 전기차 'I.D. 버즈'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하인리히 뵙켄 폭스바겐 미국법인 대표는 “우리는 비틀을 단종하고 미국 시장에서 전라인을 생산하는 가족 중심 자동차업체로 전환할 계획”이라면서 “소형 전기차 제작에 최적인 MEB(모듈식 전기)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7월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에서 마지막 비틀을 생산한다.

최초의 비틀(당시 모델명 ‘KdF Wagen’)은 1938년 독일의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국민차’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따라 제작됐다. 당시 히틀러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게 ▲독일 제국 노동부 프로그램 KdF(Kraft durch Freude, 즐거움을 통한 힘)의 일환인 4인 가족이 탈 수 있는 ▲1000마르크로 저렴하며 ▲RR엔진(후방엔진후륜구동, 수평대향식 엔진)을 사용한 ▲독일의 혹독한 겨울 환경을 이겨낼 견고한 차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 폭스바겐 비틀 초기 모델 'KdF Wegan'. 사진=폭스바겐

당시 폭스바겐과 포르쉐를 만들고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을 구체화한 공학박사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체코의 자동차 업체 스트라에서 생산한 T97의 차량 구동계를 베껴 비틀의 기반을 완성해 냈다. 히틀러는 비틀을 꽤 마음에 들어 해서 자주 사열차로 사용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악마와 천재’의 합작품이라 불린다. 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히틀러의 유산’이라는 별칭도 있다.

비틀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 발발하자 군용으로 동원됐다. 이후 전쟁이 끝나자 비틀은 히틀러의 그림자를 벗고 독일 ‘국민차’ 대열에 올라섰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국민들이 가성비 높은 비틀에 주목하면서 전후 25년 동안 비틀은 총 2100만대 팔렸다. 당시 단일 모델로는 세계 최대 판매 기록이었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다.

1997년에는 내부를 개선한 ‘뉴비틀’을 출시해 미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들어 시장 선호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대형차로 옮겨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예쁜 외관과 달리 낮은 성능과 불편한 내부 시설로 올해 8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비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한 1만1151대에 불과하다.

칼 브라우어 켈리블루북 발행인은 CNN과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이 포드 '머스탱'이나 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처럼 시장 트렌드에 맞서지 못하고 단종 선언을 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소형차 시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제조업체가 상징적인 소형차 모델 단종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I.D. 버즈'. 사진=폭스바겐

일각에선 비틀이 전기차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특히 마이크로버스를 토대로 만든 전기 콘셉트카 ‘I.D. 버즈’가 공개되면서 비틀이 전기차로 출시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었다. 그러나 프랭크 벨쉬 폭스바겐 R&D 총괄이 “비틀은 2~3세대까지가 충분하다”면서 “비틀이 폭스바겐 역사를 대변하는 모델이라는 것은 동의하지만 새로운 세대를 계속해 이어나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비틀 단종으로 생기는 공백은 I.D. 버즈가 채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D. 버즈의 원형인 ‘마이크로버스’는 60여년 전 출시된 모델이다. 비틀 못지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장난감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차다. I.D. 버즈는 2022년께 출시될 예정이다. 비틀 카브리올레 모델 빈자리는 2020년 출시될 소형 SUV 티록 카브리올레가 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