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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넷플릭스 포비아..."올라타야 하나? 밀어내야 하나?""콘텐츠 시장 하단의 충격 대비"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9.16  08:00:00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력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대 이하의 가입자 순증률을 기록하며 주춤하고 있지만 각 지역의 점유율 확보 전략만큼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로이모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을 넘어 유럽 지역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12년 영국에 진출해 현재 83%의 OTT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문화적 콧대가 높은 프랑스에서도 68%의 점유율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 넷플릭스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침공이 빨라지자 각 국은 방어전에 돌입하고 있다. 구글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매기며 반 실리콘밸리 정서가 강한 유럽연합은 최근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콘텐츠 기업에게 현지에서 제작하거나 투자한 콘텐츠 비중을 3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는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나라에서는 넷플릭스가 현지에서 거두는 수익의 2%를 세금으로 납부하야 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이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을 마련해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 ICT 플랫폼 콘텐츠 기업의 진격을 저지할 대책을 세웠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영화로 분류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가 제75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유럽 영화인들까지 강력히 비판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국내도 넷플릭스 경계령이 내려졌다. LG유플러스가 IPTV를 중심으로 넷플릭스와 손을 잡자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공략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넷플릭스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한편, 통합 방송법 제정 정국에서 UCC 사업자와 함께 넷플릭스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넷플릭스의 시장 진출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우려는 자국 시장 파괴다. 넷플릭스가 시장에 진입해 OTT 시장을 석권하면 자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이 붕괴, 시장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럽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국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유료방송 코드컷팅을 끌어내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국내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국내 유료방송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넷플릭스를 위해 유료방송 시청을 중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을 선언한 것은 시기적으로 유럽 지역과 비슷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유럽과 달리 파괴적인 점유율 상승을 이루지도 못했다. 업계에서는 약 9% 수준으로 본다.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제한적인 가운데, 9%의 점유율을 가진 넷플릭스가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당장의 시장 점유율이 아닌, 콘텐츠 플랫폼 시장의 최하단인 콘텐츠 제작 시장의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를 비롯한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업자와 계약을 맺으며 주로 '갑'의 위치에 있었다. 케이블 업계에서 MSO와 MPP의 위상을 생각하면 플랫폼 갑 현상이 현실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 넷플릭스의 스마트 저장 기능이 보인다. 출처=넷플릭스

지금까지 지상파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갑의 위치에서 콘텐츠를 수급받거나, 혹은 자체 제작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특정 시장에 진출해 현지 콘텐츠 제작자와 손잡고 엄청난 자본을 제공한 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찍부터 오리지널 콘텐츠의 매력을 깨달은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들을 사실상 우대하며 콘텐츠 판로까지 서서히 장악했다는 평가다.

더 강력한 무기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강점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막대한 지원을 단행한 후 만들어진 콘텐츠를 해외로 뿌릴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각 국의 경계에 갇힌 다른 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이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자본도 충분히 지원하고 제작자의 철학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한편, 콘텐츠만 만들어 지면 글로벌 시장으로 달릴 수 있는 넷플릭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투자가 부족해도 글로벌 진출이라는 매력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다. A라는 배우가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면? 당장 넷플릭스의 지원이 부족해도 글로벌 시장에 알린 이름값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진정한 넷플릭스 포비아는 시장 점유율이 아닌 콘텐츠 플랫폼 시장의 최하부가 변하는 장면에 있다. 만약 이러한 흐름이 빨라지면 콘텐츠 시장의 격변에 이어 플랫폼 플레이어들의 어려움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포비아의 근원을 확인하고 마냥 쇄국정책만 일관하기는 이용자들의 권익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결국 필요한 전략은 투트랙이다.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를 완벽하게 잡아낸 후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을 기계적으로 막지 말고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무분별한 밀어내기는 내일 사망할 환자에게 일시적인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는 것과 비슷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짜면서 코드커팅 열풍을 보여주지 못한 넷플릭스의 국내 분위기를 인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할 콘텐츠와 그렇지 않을 콘텐츠를 나눠 공급할 정도의 성숙한 시장 환경을 구축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 방법 외 극단적인 전략은 모두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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