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부동산세 현행과 수정안. 출처=기획재정부 및 국토부 등 관계부처 합동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9.13 대책은 ‘다주택자=투기세력’ 프레임이 확고하다”면서 “공급이 아닌 수요를 억제해 시장 관망세를 유도한 만큼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은 늘지만 서울 집값을 잡을지 미지수”라고 바라봤다.

‘부동산 대책’이 아닌 ‘세금 확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투기세력’ 프레임 흔들림 없는 文정부 “또 세금”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은 종부세 대상을 2주택자까지 확대하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꽁꽁 묶었다. 2주택자 이상에게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공적보증도 전면 금지하며 전세자금대출 마저 조였다. 1주택 이상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샀을 경우 그간 8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가 제외되고 종부세가 비과세 됐던 혜택 역시 없어졌다. 다주택자들이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해 과도한 세제혜택을 누렸다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증금 승계비율(주택매수건 중 해당주택의 기존 임대차 계약을 승계해 매수한 비중)은 올해 들어 ▲3월 56.8% ▲4월 49.1% ▲5월 50.2% ▲6월 50.8% ▲7월 56.6% 등으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결국 집값 상승의 원인이 다주택자들에게 있다고 본 정부는 추가매수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세금을 중과하고 대출을 조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조세정책을 다주택자 잡는 용도로 써 세금을 마치 벌금으로 인식하게 해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국대학교 조주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공급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닌 조세정책을 통해 집값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세정책은 시장이 비이상적일 때 극약처방처럼 일시적으로 충격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한시적 기간을 정해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정부는 마치 ‘세금 중과’가 정상적인 것처럼 조세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민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듣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서울 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연착륙 정책’ vs ‘미봉책’

문재인 정부가 투기수요 근절·실수요자 보호·맞춤형 대책이라는 3대 원칙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인 ‘서울 집값 잡기’가 가능할지 여부다.

국내 공공기관 소속의 한 연구원은 “1년 전 8.2대책이 부동산 집값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9.13대책은 시장이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과열된 투기심리를 잠재우는 연착륙하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가 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9.13 대책을 통해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3년 내 처분에서 2년 내 처분하는 것으로 규제가 강화했지만 소유자 입장에서는 3년이나 2년이나 심리적으로 크게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에 집을 당장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다주택자들의 매물은 정부 정책에 따라서 당장 내놓는 것이 아니라 버티다가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 이기 때문에 이번 정책으로 당장 시장에 매물이 많아지거나 혹은 집값이 당장 잡히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오히려 정부가 과열된 가수요를 관망세로 바꿔 시장을 연착륙 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김규정 투자증권 부동산센터 연구위원은 “대출규제도 생각보다 강력하고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신규 주택 구매 투자 수요 심리가 억제 될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거래나 추격매수가 줄어들고 투자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가면서 거래도 진정돼 상승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이어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공급을 초과해 모여 들면서 호가가 올랐던 만큼 신규 수요가 억제되면 상승세도 그만큼 누그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기존주택의 공급대책이 빠져있는 만큼 이 같은 관망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김용민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주택 보유심리를 떨어뜨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가주택 공급을 축소시켜 오히려 고가주택값을 더 올려 시장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결국 돈 있는 사람은 버티고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은 팔아라 하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택시장은 값이 고가이든 저가이든 가격흐름이 같이 가는 시장으로 고가주택이 오르면 저가 주택도 맞춰서 오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부세를 강화하고 대출을 금지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는 관망세가 있을 수 있지만 서울은 호재가 끊임없이 있는 지역”이라면서 “기존주택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GTX개통 등 교통호재와 함께 추석이 지난 이후 이동이 많은 시기가 찾아오면 또다시 가격이 급등하게 돌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해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장에 물량이 공급되는 시기는 적어도 5~6년이 소요된다. 특히 서울 집값이 상승하게 된 주 원인으로 매물잠김 현상이 꼽히는 만큼 일시적으로 이를 완화하지 않는 한 서울은 공급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5만채였던 임대주택등록 수도 올해 7월 117만채를 넘어섰다.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예고하면서 이달 들어 강남구청에서 이뤄진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은 10일간 591건에 달했다. 지난 한달 신규등록건수가 345건인 점을 고려하면 한달 새 무려 5배 이상 몰린 것이다. 신규 임대주택으로 등록될 경우 의무임대기간인 4년~8년간 집을 팔 수 없어 시장에 나올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잠겨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와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일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를 주장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포함이 되지 않았다.

◆강남 거주 2주택자 종부세 내년 300% UP

정부의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둔만큼 예상보다 종합부동산세가 강하게 부과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공평과세를 위해 종부세 포함 보유세를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종부세 개편안은 법안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정부 안이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주택이상 보유자에게만 추가과세가 됐던 종부세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게도 동일하게 추가 과세되며 세율 역시 현재보다 0.1~1.2%포인트가 인상된다. 증세로 생기는 재원은 주택부분만 약 4200억원에 달한다.

▲ 서울소재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시뮬레이션 (단위: 원) 출처=신한은행

 <이코노믹리뷰>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종부세 부담 증가분을 계산해본 결과 서울 고가아파트에 거주하는 2주택자의 내년 보유세는 올해 대비 150%~30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트 전용면적 84㎡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2주택자가 올해 내는 종부세는 760만원이지만 내년 이들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상승률 만큼 오른다는 가정 하에서 9·13 대책에 발표된 종부세 세율인상이 적용될 경우 종부세는 1973만원으로 무려 159.57%가 증가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와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종부세가 올해 389만원에서 내년 1587만원으로 307.53%가 오른다.

3주택자의 종부세 증가율은 2주택자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와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용산 이촌동에 있는 한가람 아파트 전용면적 84㎡ 등 총 3개 주택을 보유한 경우 올해 납부해야 하는 종부세는 997만원이지만 내년에는 2591만원으로 159.93%가 늘어난다. 전용면적 84㎡로 동일한 아크로리버파크와 은마아파트, 잠실주공아파트 등 총 3채를 소유했을 때에도 종부세는 올해 1572만원에서 내년 3933만원으로 150.20%가 상승한다.

반면 1주택자의 종부세 상승률은 강남 아파트라고 해도 다주택자들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공시가격이 11억9200만원인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아파트 소유자의 종부세 증가폭은 올해 68만원에서 내년 122만원으로 78.23% 증가에 그친다. 단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상승률만큼 올랐다는 가정 하에서다. 올해 공시가격이 31억8400만원을 기록한 한남더힐 전용면적 235㎡는 올해 종부세 750만원에서 내년 1231만원으로 64.05%가 오른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력한 종합부동산세로 세부담이 증가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임대사업자를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는 부동산 시가 25억원인 경우 종부세가 450만원 가량 늘어나며 35억원은 1000만원 정도로 종부세가 증가해 집값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나는 폭이 크고 부담도 역시 커진다”라면서 “문제는 증가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 부분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