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심플> 리처드 코치·그레그 록우드 지음, 오수원 옮김, 부키 펴냄.

흔히 '방법론 만능주의'에 빠진다. 그럴듯한 방법론이라면 만사 해결될 것처럼 여긴다.  한(漢)의 정승 소하도 그러했다. 한신을 장수로 발탁하는 면접 자리에서 소하는 초패왕 항우를 타도할 병법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훗날 항우를 제압한 천하의 명장 한신은 이렇게 답한다. “기(機)를 보고 병사를 움직여야 하며, 묘책은 현장에서 상대를 보며 생각해내야 합니다.” 방법론(병법)이 만능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

청(淸) 강희대제가 명장이자 지략가 주배공을 처음 만났을 때도 ‘손자병법’ 같은 병법서를 얼마나 공부했는지부터 물었다. 주배공의 대답 역시 한신과 비슷했다. “마속은 병법서를 숙독하여 제갈량도 이론으로는 그를 따르지 못할 정도였지만 참패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전쟁은 그 양상이 천차만별이어서 그대로 답습할 만한 선례(先例)가 없고, 병사를 다루는 데도 짜여진 틀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손자병법’은 아군뿐 아니라 적군도 읽고 있습니다.”

한신과 주배공의 지적처럼 방법론(Methods)의 효력은 그때 그때 다르다. 모든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법칙(Principles)이 아니다. 저자도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결과를 만들 수 있되, 개개인의 탁월함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상식만으로 주의 깊게 따르기만 해도 성공적인 결과를 산출할 수 있으려면, 방법으로는 안 되며 법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능률의 12가지 원칙>(1912년)의 저자 해링턴 에머슨의 말을 인용한다. “방법은 수백만 가지가 있지만 법칙은 극소수다. 법칙을 도외시한 채 방법에만 의존하려는 사람은 분명 곤란을 겪는다.

저자는 이 책에 "40년간 찾으려고 애써온 진정으로 놀라운 (성공) 법칙”을 담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심플’이다. 비즈니스를 ‘심플’하게 만들면 분명 성공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단순화 전략’의 정의에서부터 비즈니스 100년사 속 ‘단순화’ 기업들의 성공 사례와 성과 분석, 단순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설명돼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방식으로 가격 단순화에 반응한다.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면 수요는 두 배가 아니라 열 배, 백 배, 천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맥도날드는 가격 단순화로 햄버거 시장을 석권했다.

▲포드의 ‘모델 T’=1900년대 초만 해도 자동차 값은 숙련된 노동자의 1년 치 임금보다 비쌌다. 하루 생산량은 제조사당 5대에 불과했다. 헨리 포드는 심플한 구조와 설계, 더 싸고 강한 재료, 새로운 생산 체제를 도입해 ‘모델 T’라는 단순화된 표준 모델 차량을 집중 생산했다. 그 결과 차량가격이 2000달러에서 360달러로 뚝 떨어져 1920년 한 해 125만대나 팔렸다.

▲이케아=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가구 판매가격의 절반이 운송비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플랫팩 가구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구매자가 조립용 가구 제품을 직접 집까지 운반하고 조립하게 만들자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이 대폭 단순화됐다. 가격은 50~80% 저렴해졌다.

▲애플=스티브 잡스의 비전, 회사 경영 방식, 제품 설계, 광고 등 모든 것은 진정한 의미의 ‘심플’로 집약된다. 잡스의 단순화란 “기기의 버튼을 없애 버리는 것,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대폭 줄이는 것, 인터페이스의 옵션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격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편의성, 유용성, 예술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

▲우버의 심플 이노베이션=우버는 택시 호출, 탑승, 이동, 결제, 안전, 사후 평가 등 다양한 요소를 심플한 시스템에 담아냈다. 전 세계 250여 개국에서 단일한 앱만으로 우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상품 단순화=전략 컨설팅 기업 BCG의 상품 단순화 역량은 비즈니스 방안을 기업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다. BCG가 제공하는 조언들은 고객 기업과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려 주며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이다. BCG가 제공했던 수많은 비즈니스 컨설팅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사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제조비용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되 이것으로 얻은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줄 것. 바로 단순화 전략의 핵심과 상통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