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C가 10일 정식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KT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네이버의 웨이브가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인공지능 스피커 파생 라인업을 출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생각해보면 KT가 기가지니 버디, SK텔레콤이 누구 미니와 누구 캔들, 네이버가 도라에몽 에디션 등을 출시하며 파생 라인업을 출시한 것을 고려하면 약간 늦었습니다. 구글홈이 최근 국내 출시에 돌입하는 등 시장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카카오미니C는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까요? 12일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사용해 봤습니다.

 

크게 다른 건 없는데...이건?
카카오미니C의 바디는 카카오미니와 동일합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봤을 때 '혹시 작아졌나' 싶었지만 네, 카카오미니는 원래 작았죠. 요즘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자꾸 미니 모델을 들고 나오니 카카오미니C도 그렇지 않을까 했지만 아닙니다. 크기는 동일합니다. 바디에 매달려있는 라이언이 혹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닙니다만, 리본을 달고 나왔네요. 더 귀여워 졌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나. 부속품이 두 개 생겼습니다. 음성명령 리모컨인 보이스 리모트와 충전형 배터리의 탈착이 가능해졌습니다.

보이스 리모트는 원격으로 카카오i를 호출할 수 있는 기능과,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건전지로 작동이 되더군요. 리모트를 들고 카카오미니C와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간단하게 호출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미니C를 책상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간 후 리모트를 누르니 바로 반응을 합니다. 원격작동을 지원하는 갤럭시노트9의 블루투스 S펜이 생각납니다. 다만 '굳이 S펜을 원격으로 작동해야 할까'라는 생각과는 달리, 카카오미니C의 리모트는 쓰임새가 많아 보입니다.

▲ 카카오미니C 정식 이미지. 출처=카카오

생각해 보십시요. 인공지능 스피커 상용화의 최대 약점 중 하나는 소음입니다. 음성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니 스피커가 실제 명령과 소음을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모트는 좋은 보완재입니다. TV를 틀어두고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목놓아 샐리를...아니 헤이 카카오를 부르기보다 리모트로 눌러버리면 간단히 호출이 되는 겁니다. 리모트를 자주 분실하신다고요? 카카오미니C에게 리모트 찾아달라고 말하면 리모트가 목놓아 울어줍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리모트의 등장은 음원 스트리밍 경쟁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기도 합니다. 아직 인공지능 스피커의 킬러 콘텐츠는 음악듣기입니다. 이 부분의 조작을 리모트로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카카오미니C가 인공지능 스피커의 킬러 콘텐츠 사용자 경험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아이러니한 대목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대를 맞아 기존 시각 터치 디스플레이가 음성 인터페이스 시대로 변하고 있는데, 카카오미니C 리모트는 이 대목에서 한 템포 쉬어가자고 하네요.

▲ 리모트를 작동하는 장면.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충전형 배터리 폴더블팩도 흥미롭습니다. 기존 카카오미니는 반드시 전원을 연결해야 하지만, 이제 배터리가 탈착되니 외부로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아쉬운 대목은 기존 카카오미니와는 연동이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나 인공지능 스피커가 거실 일변도를 넘어 각 방, 혹은 아웃도어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기는 합니다.

▲ 카카오미니C의 이미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하단 배터리를 분리한 장면.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말 놨다..."이건 의미있다"
카카오미니C 시연을 하러 갔지만 솔직히 리모트와 배터리를 보고 나니 다른 시연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부분은 카카오미니와 동일하니까요. 그래도 시연하러 왔는데 10분만에 자리를 뜨기는 아쉽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던 중 카카오의 인공지능 카카오i의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카카오i가 12일부터 말을 놨습니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적고 보니 접신들린 애기동자같지만 쉽게 말해 업데이트가 됐다는 뜻입니다. 카카오i가 말을 놓은 지점, 그러니까 '반말'을 시작한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시사점이 있어요.

우리는 어린 친구가 갑자기 반말을 하면 '너 말이 약간 짧다?'라고 면박을 주지요. 네. 반말은 말이 짧습니다. 간단명료하죠. 그러니 확실하고 간결하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카카오 개발자 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언제 가장 많이 사용할까? 주중에는 출근시간, 주말에는 오후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직장인들은 특히 출근할 때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날씨를 묻거나 미세먼지 농도를 많이 질문하지요. 문제는 바쁘다는 겁니다. 씻고 옷입고 가방 챙기는 와중에 날씨를 물었는데 인공지능 스피커가 극존칭을 쓰며 말을 길게 하는 것과, 반말이지만 짧고 명료하게 대답을 해준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습니까? 저는 후자를 택할겁니다. 처음에는 왠지 기분이 나쁘겠지만 먼 훗날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게 잘 보이려면 반말 정도야 그냥 넘어가 줍시다.

반말이 주는 강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친근함. 우리는 어제 만난 거래처 사장님에게 반말하지 않잖아요? 친한 사람들끼리, 연배도 비슷하고 공유하는 것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유대감. 쓰고 보니 왠지 변태같지만 카카오i의 반말 버전은 이용자와 스피커의 심리적 관계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겁니다.

치킨을 주문했는데 닭다리가 하나밖에 오지 않은 충격적이고 슬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주로 처연한 눈동자로 하늘을 보며 가슴아픈 운명을 원망하잖아요? 그 때 슬픈 감정을 억누르며 카카오미니C에게 "인생이란 무엇일까?"라고 물었는데 카카오미니C가 "네. 인생이란 말이죠"라며 왠지 각잡는 것보다 "인생이란 말이야"라고 운을 떼는 편이 더 편할겁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에 소소하지만, 도움이 될 겁니다.

▲ 카카오미니C를 위에서 본 장면.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생각해보면 카카오i 업데이트와 비슷한 시기에 카카오미니C가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카카오미니는 왠지 딱딱한 전자제품 이미지 아닙니까. 그러나 카카오미니C(씨)의 '씨'는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이죠. 의외의 빅피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저는 이러한 디테일이 카카오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8.0을 업데이트했는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상단에 있던 탭들이 아래로 내려와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들고 쓰잖아요? 원래 상단에 있던 탭들은 주로 많이 쓰이는 기능들이고, 위보다는 아래에 있는 편이 더 좋습니다. 엄지 손가락으로 간단히 터치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스와이프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카카오는 인터페이스 하나에도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미니C 가격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정식 판매를 기념해 희망소비자가격 11만9000원에서 약40% 할인된 6만9000원에 판매됩니다. 카카오프렌즈 피규어1종을 함께 증정받을 수 있습니다. 충전식 배터리 포터블팩, 음성명령 리모컨 보이스 리모트가 포함된 풀패키지는 희망소비자가격 15만9000원에서 약40% 할인된 9만9000원의 특별할인가에 모십니다. 각 부속품은 추후 따로 구입할 수 있고요, 카카오미니를 가진 사람은 포터블팩 구입할 수 없습니다. 돈이 많으시면 기념으로 사도 되지만 카카오미니는 충전식 배터리 포터블팩이 호환되는 단자가 없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