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우리나라의 유통업계도 이제는 세분화가 이뤄져서 균일가 유통채널도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수없이 다양한 전문 영역으로 나뉘었다. 그래서 수많은 형태의 균일가 판매 채널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서 여러 가지 상품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대형 유통채널들은 브랜드화를 시도했고 각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균일가 유통의 상징이 된 ‘다이소’, SPA(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와 잡화점의 조화를 추구하는 ‘미니소’ 그리고 한국의 돈키호테 이마트 삐에로 쑈핑이 대표적인 균일가 유통점으로 경쟁하고 있다.

 

▲ 우리나라 균일가 할인점의 최초 성공사례. 다이소. 출처= 아성다이소

‘최초’에서 균일가 ‘상징’이 된 다이소

유통기업 아성산업은 1997년 한국 다이소의 전신인 ‘아스코 이븐 프라자’의 운영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생활용품의 균일가 유통 방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브랜드화한 기업이다. 물론, 다이소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균일가 할인점포들은 있었다. 그러나 체인이 아닌 소규모 단위의 점포들이었고 상품의 낮은 품질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외면됐다.

아성산업 박정부 회장은 ‘균일가’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생소했던 우리나라에 1992년 ‘아성산업’을 창업한 후, 철저한 시장조사와 준비 끝에 서울 천호동에 약 42㎡ 규모의 생활필수품 매장 아스코 이븐 프라자 1호점을 오픈했다. 아스코 이븐 프라자가 추구하는 판매의 원칙은 단순하다. 모든 제품을 6개 가격대(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로만 판매하는 것이다. 소싱(상품 구성)의 경쟁력을 강화해 국내 약 570개 중소 제조업체로부터 좋은 품질의 다양한 생활용품을 공급받아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 외 국내에서 소싱이 어려운 상품들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온다.

아성다이소는 2014년 매출 8900억원, 영업이익 56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이후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056억원, 1131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1조6457억원, 영업이익 1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0%, 32.4%라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현재 약 3만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며 약 570개의 국내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국내 기업이 만든 상품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 출처= 미니소

미니소 “생활용품 SPA 브랜드를 추구한다”

브랜드 이름이 유사해 다이소와 많은 비교가 되는 미니소(MINISO)는 일본의 ‘무인양품’과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SPA브랜드다. 미니소는 일본인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三宅順也)와 중국 청년 기업가 엽국부(葉国富) 회장이 공동 창업한 브랜드로 알려져(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진위여부 논란이 있으나, 어쨌든 미니소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그렇다) 있다.

미니소는 ‘매주 새로운 스타일의 리빙 필수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SPA 브랜드’를 표방한다. 일본에서 시작해 2013년 중국 광저우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미니소는 2016년 1월 한국 법인 미니소 코리아를 설립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 PPL(간접 광고)로 노출되면서 우리나라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많이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전자제품들을 많이 판매하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삐에로 쑈핑 2호점 동대문 두타몰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B급 감성 ‘삐에로 쑈핑’

이마트의 잡화점 브랜드 삐에로 쑈핑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카테고리 세분화와 전문화를 추구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다. 만물상 잡화점을 표방하며 칫솔에서부터 명품백 그리고 성인용품 등 온갖 물건들을 다 판매하는 콘셉트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이전까지 우리나라 ‘에는(다른 나라에는 있었다는 뜻이다)’ 없었다.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스타필드에 1호점의 문을 연 삐에로 쑈핑은 첫 운영 10일 동안 약 11만명이 다녀가면서 일약 삼성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삐에로 쑈핑은 콘셉트의 전반에 ‘B급 감성’을 앞세운 재미를 추구하면서 특이한 것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삐에로’라는 이름답게 삐에로 쑈핑의 마스코트들은 모두 각자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는 삐에로들이다. 여기에 매장 안을 정글처럼 가득 채운 상품들과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직원들. 그리고 온갖 드립(말장난)으로 가득한 안내 메모들로 삐에로 쑈핑은 철저하게 젊은 세대들의 콘텐츠 취향을 반영했다. 입소문과 인기에 힘입어 이마트는 서울의 대표 쇼핑 관광지인 동대문 두타몰에 삐에로 쑈핑 제2호점의 문을 연다.

다만 삐에로 쑈핑은 일본 돈키호테의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논란이 1호점 개점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일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정용진 부회장이 매장 개점 전에 공식 석상에서 “일본 돈키호테와 더불어 해외의 여러 균일가 유통 점포들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기에 문제는 더 이상 커지지는 않았다.

콘셉트를 차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면 일본 돈키호테 측에서 이마트에 뭔가 이의를 제기했을 법도 한데, 아직 그런 일이 아직까지 없는 걸 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