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좋은 상품을 가능하면 적은 비용을 들여 손에 넣기를 원한다. 이는 사람들의 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다. 균일가 유통업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출발했다. 가격과 품질이 완전 정비례하지 않는 쓸 만한 물건을 가능하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들은 미국, 일본 등 유통 선진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전해졌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 균일가 유통점의 원조, 미국의 달러 제너럴 매장 사진. 출처= 달러 제너럴

균일가 할인점의 원조 ‘달러 제너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균일가 할인점의 원조는 미국의 잡화점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이다. 1939년 설립된 달러 제너럴은 흔한 잡화점 브랜드 매장 중 하나였다. 달러 제너럴의 성장은 브랜드 설립 후 약 16년이 지난 1955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에 난립한 다른 잡화점 브랜드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달러 제너럴은 상점의 모든 제품을 1달러(1000원) 이내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변화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방향을 일으켰고 이때의 성공을 기반으로 달러 제너럴은 점점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 출처= 달러 제너럴

달러 제너럴은 2008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2009년에는 기업 공개를 했다. 이후 달러 제너럴은 일반 잡화품목과 더불어 야채나 우유 등 식료품도 함께 판매하는 ‘달러 제너럴 마켓(Dollar General Market)’이라는 슈퍼마켓 체인도 설립해 미국에서는 달러 제너럴을 ‘작은(Small) 월마트’로 부르기도 한다. 달러 제너럴은 지난 2011년 한 해에만 미국 전역에 총 625개의 신규 매장을 열었고 575개의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1년 148억1000만달러(약 16조원)였던 달러 제너럴의 연간 매출은 2015년 210억달러(약 24조원)까지 치솟았다.

달러 제너럴은 2014년 경쟁 브랜드인 ‘패밀리 달러’의 인수를 시도했으나 다른 경쟁사인 달러트리에 뺏기면서 브랜드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지금의 달러 제너럴은 1달러 이하의 제품만 판매하지는 않지만, 가장 비싼 제품도 60달러(약 6만원)가 넘지 않는 등 저렴해 여전히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쇼핑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 일본 돈키호테 도쿄 우에노 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일본 유통업계를 흔들다 ‘돈키호테’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는 유통 기업 돈키호테 그룹 산하의 할인 잡화점(디스카운트 숍) 브랜드다. 1989년에 설립된 돈키호테는 본래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돼있어 처치가 곤란한 창고정리 상품이나 덤핑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던 매장이었다. 1990년대에 이미 일본에는 100엔숍 등 다양한 균일가 할인점들이 있었고, 돈키호테는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러나 버블 경제가 쇠퇴하고 일본의 장기 경기불황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1990년대에 돈키호테는 ‘그 어떤 경쟁 업체보다도 가장 저렴한 매장’을 콘셉트로 내세워 가뜩이나 근검절약이 상식인 일본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에 일본의 1인 가구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돈키호테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잡화점을 표방하는 만큼 ‘없는 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상품이 많아 한 번에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그리고 심야(오사카 도톤보리점은 24시간 운영, 점포별 상이)에도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점으로 돈키호테는 승승장구한다.

1990년대 후반, 직장인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은 도쿄 등 큰 도시를 중심으로 출점에 속도를 내면서, 10개에 불과했던 돈키호테의 점포 수는 2002년 50개점으로 늘어났다. 이후 2005년 100개, 2008년 200개, 2015년 300개, 2016년 370여개로 매장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2000년 800억엔(약 8000억원), 50억(약 500억원) 수준이던 돈키호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7년 매출 8300억엔(약 9000억원), 영업이익 455억엔(약 500억원)으로 16년 만에 약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돈키호테는 1989년 회사 창립 이래 단 한 차례도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일본 유통업계 1위 기업인 이온(AEON)그룹이 0.4% 성장률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돈키호테는 약 9.1% 성장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