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퇴직연금시장에 저축은행 경계경보령이 내려졌다. 그동안 퇴직연금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던 저축은행들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작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퇴직연금시장에 뛰어들 경우 고금리를 무기로 기존 지지부진한 퇴직연금 시장의 수익률 전선에 파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저축은행의 이번 퇴직연금 진출이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태풍의 눈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주목받고 있다.

저축은행 퇴직연금시장 진입 준비 완료

저축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잇따라 신용평가를 받는 등 상품 운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퇴직연금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연금 특성에 맞는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출시,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리츠(REITs)투자 허용과 원리금보장상품 운용방법으로 저축은행 예·적금 편입 가능이 포함됐다. 지난 7월 3일까지 규정변경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안에 규정개정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현행법에서 퇴직연금으로 편입 가능한 원리금보장상품은 은행 예·적금, 금리확정형 보험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변경된 규정에는 저축은행의 예·적금도 퇴직연금도 추가됐다. 따라서 퇴직연금 가입자는 저축은행마다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까지 운용할 수 있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등급 평가를 받는 이유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선 신용등급이 ‘BBB-’이상이어야 한다.

▲ 최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은 저축은행과 신용등급. 사진=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

신용등급 재평가 저축은행 그 결과는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9개의 저축은행이 신용평가를 받았다. 지난 7월 OSB저축은행(BBB)과 페퍼저축은행(BBB)에 이어 푸른상호저축은행(BBB+)과 유안타저축은행(BBB), 신한저축은행(A), KB국민저축은행(A)이 차례로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번 저축은행들이 새로 받은 신용등급은 천차만별이다.

신한저축은행과 KB국민저축은행은 한국신용평가사로부터 업계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탄탄한 모기업을 둔 두 저축은행은 각 그룹사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KB저축은행의 올 6월말 경영공시에 따르면 고정이하여신비율 1.43%, 연체대출비율 2.91%,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6.01%다. 이에 한신평은 이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대출금 구성이 개인대출 57.2%. 기업대출 비중 42.8%로 대출운용처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 포트폴리오 구성도 경쟁사 대비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AAA)을 주력으로 우수한 시장지위 및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KB국민저축은행의 A 등급 평가요인(한신평)은 ▲KB금융그룹 내 저축은행 ▲다변화된 대출 포트폴리오 보유 ▲과거 인수한 저축은행 대출금 매각으로 자산건전성 개선 추세 ▲우수한 자본적정성 ▲KB금융그룹의 유사시 지원가능성 이다.

신한저축은행의 올 6월말 경영공시에 따르면 고정이하여신비율 3.9%,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4.1%다. 이에 한신평은 이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금 점유율 2.2%, 예수금 점유율 2.0%, 총자산 기준 12위인 중위권이다. 신한금융 그룹과 신용등급 과 재무능력 차이가 커 지원여력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신한저축은행의 A 등급 평가요인(한신평)은 ▲중위권 시장지위 ▲양호한 자산건전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 ▲ 신한금융그룹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다.

푸른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조26억원, 총여신 8500억원으로 중위권 수준의 시장지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른저축은행은 기업대출 중심 저축은행으로, 지난해 기준 대출금과 예수금 시장점유율은 각각 1.7%, 1.5%다. 금융지주와 대형 대부업체 산하 저축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업권 대출잔액의 양적 성장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보수적인 경영전략과 여신심사로 대출금 증가율이 크지 않았다. 이에 한신평은 현재수준의 대출채권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의 BBB+ 등급 평가요인(한신평)은 ▲대출금, 예수금 기준 중위권 시장지위 ▲적정 예대차익 유지에 따른 양호한 수익성 ▲보수 영업기조로 인한 우수한 자기자본완충력 ▲산업 평균에 비해 높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다.

OSB저축은행의 올 3월말 총자산과 총여신 규모는 1조 9000억원과 1조6000억원이다. 2013년 11월 스마일저축은행 인수와 경영진 변경 이후 영업이 강화되면서 시장지위가 빠르게 제고되고 있다고 나신평은 평가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든 1485억원, BIS자기자본비율은 10.3%로 자본적정성은 개선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OSB저축은행의 BBB(긍정적) 등급 평가요인(나신평)은 ▲담보부대출을 중심으로 시장지위가 제고가능성 ▲총자산증가와 대손비용관리에 따른 양호한 수익성 ▲부실자산 정리와 신규자산 증가에 따른 자산건전성 개선가능성 ▲이익적립을 통한 자본적정성 개선가능성 이다. 한편, OSB저축은행은 퇴직연금 상품 운용 편입을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안타저축은행의 올 6월말 경영공시에 따르면 고정이하여신비율 2.2%,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35.2%다. 이에 나신평은 이 저축은행이 우수한 자산·자본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기간 담보부대출 비중이 98.7%로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여신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당분간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영업자산 확대로 시장지위가 제고될 것으로 평가했다.

유인타저축은행의 BBB(안정적) 등급 평가요인(나신평)은 ▲담보부 대출을 중심으로한 영업자산 확대로 시장지위 제고가능성 ▲총자산 증가와 대손비용관리에 따른 양호한 수익성 ▲적극적 여신관리에 따른 우수한 자산건전성 ▲우수한 자본적정성 ▲계열의 지원가능성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올 3월말 기준 신용대출 비중은 48.7%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여신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나신평은 전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2%, 연체율은 4.4%로 업권 내 양호한 수준이며, 시스템화된 신용리스크 관리 체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여신관리를 하고 있어 양호한 자산건전성은 유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962억원, BIS자기자본비율은 8.1%다. 적극적인 자산 확대 과정에서 BIS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대주주인 호주 페퍼그룹의 자본확충을 통해 이를 보완 할 것으로 판단했다.

페퍼저축은행의 BBB(안정적) 등급 평가요인(나신평)은 ▲개인신용대출을 중심으로한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시장지위 제고 가능성 ▲총자산 증가와 대손비용관리에 따른 양호한 수익성 ▲적극적 여신관리에 따른 우수한 자산건전성 ▲적극적인 자산 확대과정에 따른 열위한 자본적정성이다.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저축은행 진입으로 오명 벗을까

고금리를 무기로 한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로 그동안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이라는 딱지를 이번에는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연합회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9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통틀어 5년 만기 퇴직연금 정기예금(IRP) 금리는 최소 1.80%에서 최고 2.11%에 그친다. 낮은 금리로 은행 퇴직연금은 은행들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저축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74%로 일반은행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약 2%)보다 높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기대 수익률도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10월 중·하순쯤 금융위가 퇴직연금감독규정 변경을 발표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발표시기에 맞춰 상품운용 편입을 위해 계속 정보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신용등급별 퇴직연금 금리나, 서비스의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각 은행의 조달금리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